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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시엔 사람체취 느껴지는 공원과 구멍가게 있어야죠”

환경·역사와 조화로운 재개발 추구하는 윤태진 인천 남동구청장

“도시엔 사람체취 느껴지는 공원과 구멍가게 있어야죠”

“도시엔 사람체취 느껴지는 공원과 구멍가게 있어야죠”

윤태진 인천 남동구청장은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정책이 서민들의 생계와 생활터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은 주민들이 종종 ‘절간’으로 비유한다. 평소 큰소리 나는 법이 없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구청이 주민들과 가깝게 교감하고, 주민들은 그만큼 구청의 자치행정을 만족스럽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인천 남동구 토박이로 시의회 의원을 거쳐 세 번 내리 민선 구청장(3·4·5대)에 당선된 윤태진(61) 구청장은 남동구청이 추구하는 ‘섬김 행정’의 중심이다. 윤 구청장은 내년 6월 만 4년의 임기가 끝나면 10년간 정들었던 구청을 떠나야 한다. 구청장은 3회까지만 연임 가능하기 때문.

5대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내건 공약을 거의 이행한 시점이라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지역 챙기기와 이익 대변에 앞장서고 있다. 6월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도시 재개발사업 등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소신 발언’도 아끼지 않았고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현 정부 들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 프로세스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안다.

“용산 재개발 현장 참사가 말해주듯, 현재의 도심 개발사업은 밀어붙이기식으로 조급하게 이뤄진 탓에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서민들의 생계와 생활터전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공영개발, 재개발 등의 미명 아래 사유재산권을 쉽게 침해하는 것도 문제다. 어떤 땅을 수용할지 그 기준부터가 모호하다. 억지로 땅을 판 사람이 손해를 보고, 땅이 수용되지 않은 사람이 일확천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다툼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시 외관을 조화롭게 관리하는 일은 구청장의 몫이라고 스스로 강조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재개발사업의 축이 대형 빌딩과 고층 아파트로 쏠리는 경향 또한 달갑지 않을 것 같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만 들어서면 도시가 얼마나 삭막하겠나. 사람의 체취를 느낄 수 없는 기형적 도시가 전국적으로 계속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택지를 개발해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치자. 당장은 깨끗해 보일지 모르지만 20~30년 지나 낡으면 그때는 재개발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대지에 여유가 없어 아파트 주인들이 돈을 더 내기 전에는 개발을 진행할 수가 없다. 그럼 결국 아파트 단지가 슬럼가로 전락할 수 있다. 조화는 필수다. 도시엔 아담한 구멍가게와 단독주택들이 있어야 한다.”

남동구 안에서도 소래·논현 지구, 고잔 지구 등에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성과가 있나.

“도심 개발은 구민이 요구하고 구민에게 필요한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다. 남동구는 신시가지, 구시가지, 녹지가 혼합된 지역이다. 이 셋의 조화를 이루는 데 힘을 보탰다. 노후한 불량주택 밀집 지역인 행촌, 대우재, 간석구역 등 13개 구도심 지역에는 다목적 소공원을 조성함으로써 품격을 높이고자 했다.

“도시엔 사람체취 느껴지는 공원과 구멍가게 있어야죠”

인천 남동구.

소래·논현 지구 개발사업에서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한 명소 만들기를 유도했다. 대표적으로 논현동 111번지 일원 22만㎡에서는 소래포구 개발이 추진 중이다. 일본의 구시가지 재건 정책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주택지는 대부분 구시가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집이 낡긴 했지만 단정하고 깨끗하다. 말이 재개발이지, 사실상 재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어느 지구를 개발하려면 지주가 매수에 동의할 때까지 20, 30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가 도시 정비,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 구청 등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는데.

“일본의 경우 구시가지에서 주택 매물이 나오면 구청이 그것을 사들인다. 집 한 채의 대지를 확보한 다음 그곳에 아담한 공원을 꾸민다. 일방통행 정책이 아니라,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차원에서 주민들의 요청과 지역 현실을 감안한 맞춤식 개발사업에 개입할 수도 있어야 한다.”

현재 인천에선 송도 국제도시 개발이 중점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말 모든 것이 송도 국제도시에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는 사이 송도 뒤편에 있는 중구, 동구 등의 구시가지는 낙후해가고 있다. 신시가지 개발도 좋지만 그것이 구시가지를 죽이는 일이어선 곤란하다.”

인천시가 송도 국제도시를 연수구로 편입시킨다고 하자 다른 자치구들이 반발했다. 남동구도 관할권 분할을 주장했는데.

“도시엔 사람체취 느껴지는 공원과 구멍가게 있어야죠”

소래포구 관광명소화 사업은 남동구가 역점을 두는 대표적인 도심개발사업 중 하나다.

“육상경계선의 연장이 해상경계선이 돼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하면 송도 5, 7공구는 남동구에 속한다. 송도는 2021년 경제특구로 통합된다. 그 사이 10년간 세수(稅收) 확대 차원에서 재산권 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정책과 맞물려 새터민과 귀국 사할린 동포의 정착, 복지, 지원 문제도 남동구가 직면한 사안이다.

“새터민 700여 가구와 사할린 동포 570가구가 남동구에 정착하는 부분에서, 또한 재개발에 따른 임대아파트 입주와 관련해서 다소 마찰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의 정착을 위해 정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그렇지만 구청은 생계주거급여, 월동난방비, 생필품 지원은 물론 컴퓨터교육 같은 크고 작은 행사 등을 통해 생활 안정과 정착을 돕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지역 도심 개발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시설을 설치, 개발하고 주택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느 지자체에 가보니 녹지에 온갖 시설을 만들어놓고 시설마다 구청 표시를 해놓았던데 보기 좋지 않더라. 주민들이 편히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놓여야 한다. 다음 구청장 임기에도 구정(區政) 주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들의 의견과 재산권 보호를 가장 우선시하는, 단체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그런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



주간동아 2009.06.23 691호 (p70~71)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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