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0

2009.06.16

화폭에 써 내려간 유년의 추억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06-11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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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폭에 써 내려간 유년의 추억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자리한 서양화가 박희숙 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강렬하고도 선명한 ‘블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바다처럼 파란 바탕에 수놓인 아기자기한 꽃과 화분, 산과 계곡, 그리고 의자와 여자를 보고 있자니 시원함과 함께 행복감이 찾아든다.

    “원래 원색을 좋아해요. 꿈과 희망을 상징하거든요. 특히 블루를 보고 있으면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편안해져요.”

    박씨는 6월10~16일 서울 인사동 가이야 갤러리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 ‘旅情(여정)’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장 행복했고 꿈 많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인다.

    “어릴 때 참 많이 돌아다녔어요. 매일 북한산자락을 뛰어다녔죠. 그런 사소한 일상이 지금 생각하면 행복이었어요. 그때의 기억들이 쌓여 추억이 됐고, 제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 있죠. 지금까지는 세상과의 소통을 그림에 담았다면, 이젠 제 내면의 추억을 담고 싶어요.”

    박씨는 미술 칼럼니스트로도 명성이 높다. 2004년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를 출간한 후 ‘클림트’ ‘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을 잇따라 냈다. 지난달 말에는 신작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를 출간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도 연재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그의 그림들이 순진무구한 행복을 보여주는 데 반해, 글들은 인간의 삶과 욕망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



    “제 글을 읽은 사람들은 제 그림도 ‘야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저는 그림 속에서 미화되지도, 왜곡되지도 않은 인간의 삶을 찾아내려 하죠. 신작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에선 명화 속 사랑의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했는데, 그림 속에 표현된 짜릿한 설렘부터 강렬한 야욕, 냉혹한 이별 등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게 다 삶의 한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제 그림은 말 그대로 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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