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9

2009.06.09

“아! 지성 0.5초만 빨랐다면…”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6-03 1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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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8일 새벽(한국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TV 중계화면에 잡힌 출전명단에서 박지성의 이름을 확인한 축구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축구팬들은 또 한 번 넋이 나갈 뻔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호날두가 찬 볼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이를 박지성이 재차 슛으로 연결한 것. 아쉽게도 골문 앞에서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박지성의 완벽한 골 찬스를 막아낸 것은 지난해까지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제라드 피케여서 더 아쉬웠다. 박지성의 슛은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이 전·후반 통틀어 맨유에서 얻은 가장 결정적인 기회로 꼽을 만큼 회심의 일타였다. 퍼거슨 감독도 “Park(박)의 장면이 아쉽다”고 했고, 피케도 “그 슛이 성공됐다면 뒤집기 어려웠을 것”이라 할 만큼 중요한 순간이었다.

    호날두의 프리킥에 이은 박지성의 쇄도는 맨유의 주요 세트플레이 패턴 중 하나다. 리그에서도 박지성은 이런 패턴으로 여러 차례 결정적 찬스를 얻었고, 2007~2008시즌엔 한 골을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이번에도 호날두는 상대 수비 스크럼 사이에 선 박지성 쪽으로 강력한 무회전 킥을 날렸고, 박지성은 볼이 지나친 순간 몸을 돌려 골문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시선이 볼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몸이 약간 중심을 잃었고, 그 상황에서 골키퍼에 맞고 나온 볼을 발로 댔으나 수비에 맞았다. 휘청하지만 않았다면 좀더 빠르게 볼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이런 아쉬움 때문일까. 박지성은 경기가 끝난 뒤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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