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8

2009.06.02

강남 아파트 ‘들썩’ … 질러? 참아?

대기 수요자들 드디어 ‘사자’ 바람 … ‘부동산학’ 넘어선 경제·심리 변수들 잠복

  •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이사·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plan.com

    입력2009-05-29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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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아파트 ‘들썩’ … 질러? 참아?

    서울 강남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와 인근 단지.

    학군과 백화점 등 상업시설, 문화시설, 트렌드에서 국내 어느 곳보다 앞서는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많은 이의 ‘드림 타운’이다.

    진입을 희망하는 수요가 언제나 넘치는 곳이기는 하지만, 최근 이곳을 ‘입질’하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주택거래량이 200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시 강남에 ‘사자’ 붐이 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진단할 수 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종합부동산세 일부 위헌판결을 시작으로 1주택 양도세 면세 금액이 9억원으로 올랐고, 사상 초유의 최저기준금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주식이 오르고 2주택자와 3주택자 양도세 완화 예고, 투기지역 해제, 투기과열지구 해제, 분양가 자율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고’ 코멘트가 잇따라 나온 것도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쏟아져나온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눈치를 보던 많은 대기수요가 드디어 ‘사자’ 그리고 ‘인(in) 강남’을 선언한 것이다.

    강남 불패는 여전한 진리?



    강남3구는 아직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특별구’다. 송파구의 호재는 역시 제2롯데월드다. 잠실네거리는 제2롯데월드라는 연면적 약 56만㎡ (17만평), 112층 규모의 슈퍼타워(초고층 빌딩)가 들어서는 2014년, 풍성한 인프라를 갖춘 강남의 중심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강남 아파트 ‘들썩’ … 질러? 참아?

    최근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서울 강남의 부동산 업소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2006년 11월, 함께 근무하는 조모 대리와 반반씩 투자해 16억5000만원에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119㎡(36평형)를 구입했다.

    김 과장은 자기 몫 8억2500만원 중 5억원을 대출받아 마련했다. 당시 이들은 1977년식으로 재건축 대상인 이 아파트가 2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 아파트는 9억1000만원에 바닥을 찍었다. 당시 속병이 심했다는 김 과장은 “우울증에 고혈압, 탈모 증세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발표와 재건축 층고 완화 등에 힘입어 2008년 12월 11억원, 2009년 1월 12억원, 3월 13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4, 5월에는 총 20건의 계약이 이뤄졌고 가격도 고점을 향해 상승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으로 탄력을 받으면서 올해 5월15일에 13억2000만원, 5월18일에는 13억5000만원을 경신했고 당분간은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한편 일자형 아파트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 도곡렉슬 역시 강남의 블루칩으로 꼽힌다.

    도곡렉슬 109㎡(33평형)는 2006년 여름 17억원을 찍었다. 경기 침체로 무려 7억원 가까이 빠졌다 근래 들어 절반 정도 회복한 상태. 현재 매매가는 13억원이다. 2월만 해도 12억원짜리가 있었으나 한 달 반 사이 1억원이 올랐다. 대치아이파크, 동부센트레빌, 우성아파트, 선경아파트 등 주변 아파트 가격 또한 모두 오름세다.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 저금리, 주가 회복이 맞물리면서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몰린 까닭이다.

    그러나 같은 실물투자 상품임에도 부동산은 증권과 속성이 다르다. 한번 사면 쉽게 팔 수 없고 취·등록세와 부동산 수수료 등 제세공과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사는 즉시 짐이 되는 무거운 종합부동산세가 살아 있고 투기지역에서는 대출을 제한받는 DTI(총부채 상환비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지금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되팔려 할 때 새로운 수요가 계속 만들어지기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부동산은 여덟 가지의 요소가 충족돼야 가격이 뛴다.

    첫째는 수급, 둘째는 경기, 셋째는 가격, 넷째는 트렌드, 다섯째는 정책, 여섯째는 금리, 일곱째는 유동성, 여덟째는 바람이다. 이 중 현재 몇 가지가 충족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강남 부동산은 상당 기간 ‘울퉁불퉁 가로형 장세’를 보일 듯하다. 이는 고점 대비 상당 부분 내려간 상태에서 기술적 반등을 했다가 등락하길 한동안 지속하는 상태를 이른다.

    폭등과 폭락 다시 경험할 가능성

    강남 아파트 ‘들썩’ … 질러? 참아?
    정부가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와 민간주택의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되고 종합부동산세까지 폐지된다면 유턴 형태로 진입해 종전의 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재건축의 경우 층고제한 완화와 용적률 완화가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시가 소형평수 의무비율 유지를 고수하고, 늘어난 용적률 50%에 해당하는 소형 임대아파트 건립 의무가 결정된 상태라 가격상승을 이끌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특히 이번 사이클은 가격도 충분히 오른 상태여서 다시 한 번 반등을 일으키기는 부담스럽다. 아직 경기 또한 좋지 않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2주택이 되면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과세혜택 등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강남재건축 등 투자용 주택은 2주택을 회피하기 힘든 물건이니만큼 좀더 상승 요소가 갖춰지고 규제가 완화된 뒤 도전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와 함께 주의해야 할 점은 1년 만에 92조원이 늘어난 상당한 시중자금. 즉 금융권에 단기상품으로 대기 중인 총 80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이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한 회사의 유상증자에 26조원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이 큰 파급력을 자랑하는 시중자금은 언제 부동산으로 흘러들지 모르는 화약 덩어리로 평가된다.

    부동산의 활황-쇠퇴 주기대로라면 이제 시장은 침체기의 터널을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 때가 됐다. 하지만 유동성이 잘 정리돼 통화량이 적정해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 폭등과 폭락을 다시 경험할 수도 있다.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은행금리가 언제든지 7% 선까지 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이상 정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돈줄을 죌지 모른다. 아파트를 살 때 부동산학의 범위를 넘어 경제학으로 시장을 가늠하고 계산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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