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7

2009.05.26

‘중간소설’로 한국 문학의 새 장 연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5-20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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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소설’로 한국 문학의 새 장 연다
    순수문학과 통속문학의 중간쯤에 있는, 문학성과 상업성을 절충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중간소설’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널리 사용되는 용어지만,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최근 출간된 단편집 ‘다이어트 홀릭’(텐에이엠)은 ‘중간소설’ 장르 문학을 천명한 책.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출신인 장정옥 권혜수 송은일 김비 김경해 신현수 한수경 유덕희(맨 오른쪽에서 시계 반대 방향) 이근미 등 9명의 작가가 현대인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각의 작품들은 다이어트를 둘러싼 ‘지금, 이곳’의 관심사를 진지하게 탐구하면서도 산뜻한 구성, 재기발랄한 문장 덕에 술술 읽힌다.

    권혜수 씨는 “지난해 봄, 뜻 맞는 작가들이 모여 공부 모임을 만들고 우리 문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에도 ‘중간소설’ 장르 문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칙릿’ 열풍이 훑고 지나간 뒤 더욱 열악해진 문학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소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울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은 곧 ‘중간소설 동인’을 결성했고, 수시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작품을 써나갔다. 이미 공모전에 당선했고 여러 작품을 발표한 ‘프로 작가’들이지만, 합평회를 통해 매섭게 서로의 작품을 비판했다. 기존 소설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다이어트 홀릭’은 지난 6개월여 동안의 이 같은 ‘공동작업’ 끝에 탄생한 것.

    이들의 작품은 평단에서 “한국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과감히 펼쳐 보이고 있다”(문학평론가 고명철)는 찬사를 받았다. 모임의 총무를 맡은 한수경 씨는 “회원 각자가 확고한 문학관을 갖고 있고 개성도 강해서 처음엔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중간소설’을 쓰자는 공동 목표가 있었기에, 문학지망생보다 더 치열한 창작 과정을 즐기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국 문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컸어요. 중간소설 동인은 당장 이번 달부터 다시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문학을 공부하면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발표하려고 합니다.”(신현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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