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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아버지의 눈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아버지의 눈물

‘돌아오지 못할 길을 끝내 가고야 말았어. 살아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를 지켜주지 못해 한이 되는구나. …하늘나라에서 우리 가족이 못다 해준 것 다 누리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를…. 아빠가.’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 살해당한 한 피해자의 미니홈피에는 아버지가 눈물로 써내려간 편지가 있습니다. 2007년 화창한 봄날, 성당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대학생 딸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생업을 팽개친 채 전국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실종 후 1년여가 지난 뒤에도 홈페이지에 ‘오늘도 우리 가족은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고 너를 위해 기도한다. 간절히, 간절히… 돌아올 수 있기를…’이라는 글을 남길 만큼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딸이 2년 만에 참혹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집전화와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바꾸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딸을 지키지 못한 한’을 곱씹으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서울 논현동 고시원 방화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도 울고 있었습니다. 유도선수처럼 단단한 몸집의 그는 “어둡고 좁은 고시원 복도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며 얼마나 ‘아빠’를 찾았을지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다”면서 어린아이같이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영화 ‘밀양’은 범죄피해자 유가족이 받는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가해자는 교도소에서 평온한 얼굴로 ‘용서’를 얘기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자식 잃은 아픔을 떨치지 못하고 괴로워하지요. 그 눈물이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한 해 수십만 건씩 일어나는 범죄가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너무 냉정합니다.

일본의 범죄피해자 전문가는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에게 “그냥 잊어버리라”고 말하는 건 폭력이라고 충고합니다. 그가 추천한 말은 이렇습니다.



아버지의 눈물
“이 일이 당신에게 너무나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울어도 좋아요. 실컷 우세요. 참지 마세요.” “화나거나 슬픈 것은 당연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당신만을 생각하세요.”

범죄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손을 잡아준다면, 곧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도 이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할 겁니다. 범죄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그들을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지원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주간동아 687호 (p76~76)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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