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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와 꼼수

보도자료와 꼼수

5월7일 기자의 책상 위에는 이런 보도자료가 놓여 있습니다. ‘題目 : 송도국제학교, 설립 준비 급진전.’ 2005년 11월1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의 자료입니다. 송도국제학교 취재를 위해 옛 자료를 찾던 중 교육 담당기자 시절 노트북 폴더에 넣어둔 자료를 다시 불러낸 겁니다. “세계적인 학교법인 인터내셔널 스쿨 서비스(ISS)가 송도국제학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밀턴 아카데미가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 학교 설립은 급진전될 것이다”라고 보도자료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작 외국인 학생이 모자라 개교를 1년 연기하더니, 외국인학교로 설립 전환을 추진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듭합니다. 당시 ‘주간동아’ 667호는 외국인학교 전환 설립 추진 속사정과 학부모들의 집단소송 가능성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함구령이 내려졌다. 기자들과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고, 안상수 (인천) 시장은 계획대로 외국인 교육기관으로 추진하라고 엄명했다.”

당시 인천시 관계자의 목소리는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야 들릴 정도였습니다. 공무원들이 나섰습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여러 차례 (인천시 관계자들의) 부탁받았다. 시행령을 개정해 내국인 모집을 쉽게 하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를 계속 두드렸는데 답변이 시원찮았다. 싫은 거다. 각자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과 안 시장의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은 정치적 의미에서 같다. 송도국제학교 설립은 ‘20만표+α’의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안 시장과 우리 ‘영감’(의원을 지칭) 같은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관심 있어 한다.”



이런 가운데 개교 문제는 ‘급진전’됐습니다. 마침 총리실에서 규제 완화를 천명했고,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나선 겁니다. 관계 부처와 조율을 끝내고 교과부의 실행파일 작동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영 흥이 나질 않습니다. 불과 7개월 전의 시행령을 다시 고쳐야 하거든요.

보도자료와 꼼수
“자기들이 외국인 학생 수를 잘못 예측한 것을 우리가 7개월 전 만든 시행령을 고치는 일로 갈음하자네요. 시간도 촉박해 설립심사가 되겠어요? 이건 꼼수예요.”

어쨌든 3년 반이 지난 지금 이 보도자료의 제목은 유효합니다. 참, 두 단어가 추가될 수 있겠네요.

‘題目 : 송도국제학교, 설립 준비가 청와대 때문에 급진전.’



주간동아 2009.05.19 686호 (p72~72)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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