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행복한 자전거

5배 아름다운 세상으로 질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4-24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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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에 오르기 가장 좋을 때다. 도심에서, 강변에서 자전거의 힘찬 바퀴가 거리를 누빈다.

    자동차만큼 빠르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이 탈것이 각광받는 이유는 자전거만이 가진 ‘불가사의한’ 매력 때문.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의 저자 존 라이언은 자전거가 매력적인 이유로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내쉬는 숨은 비를 산성화하지 않고, 일산화탄소나 먼지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자전거는 화석연료나 석유가 아닌 탄수화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게 자전거를 대할 필요는 없다. 자전거는 신나는 놀이기구이며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기도 하다. 안장에 앉아 아슬아슬한 두 바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순간, 걷는 것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세상을 달릴 수 있다.

    “넘어지지 않고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던 그때를 떠올려보라. 그것은 진정한 자유의 느낌, 뭔가를 소유했다는 자부심을 최초로 만끽한 유년시절의 가장 강렬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전거였다.”(‘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 중에서)



    한때 자전거는 첨단과학의 상징이었다. 인류는 바퀴 개발을 통해 무게나 장소의 제약 없이 활동 영역을 무한대로 넓혔다. 그 바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만든 것이 바로 자전거. 자전거를 만드는 데 쓰인 기술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제조에 그대로 적용됐고, 자전거 덕에 일어난 도로개량 운동은 이후 자동차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작은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가 만든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에는 자전거와 같은 형태의 핸들 및 페달이 달려 있다.

    자전거가 영국 BBC 여론조사에서 컴퓨터, TV, 자동차 등을 누르고 ‘산업혁명 이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이유도 이런 역사에 대한 놀라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고 시속 500km대의 자동차가 판매되는 이 시대에 자전거는 한편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화 ‘첨밀밀’에서 리밍이 장만위를 태우고 달리던 낡은 자전거,‘인어공주’에서 전도연이 수줍게 오르던 박해일의 짐자전거는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삶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하면 페달을 밟자. 우리 아이들에게 숨 쉴 공기를 주고 싶다면 페달을 밟자.’ 자전거의 천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남부의 델프트시가 내세운 구호다.

    이제 자전거에 올라,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그 무궁무진한 매력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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