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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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꽃사랑 원조 플로리스트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4-22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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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꽃사랑 원조 플로리스트
    요즘 사랑스러운 ‘F4’ 네 남자 때문에 여성들이 모두 ‘꽃보다 남자’를 외쳐대지만 이 여성에겐 해당이 안 된다. 꽃만 보면 행복해진다는 롯데호텔 플라워 매니저 김형숙(55) 실장 얘기다. 김 실장은 30년간 꽃과 연애하고 밥 먹고 함께 눈물 흘리며 밤을 지새운, 그야말로 ‘남자보다 꽃’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기자와 만난 4월13일 김 실장은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

    “1979년 4월13일이 입사 날이에요. 오늘이 꼭 30년 되는 날이네요.”

    김 실장은 꽃꽂이 수준을 넘어서 꽃을 이용해 다양한 공식 행사를 진행하고 객실 서비스 작품을 제작해내는 원조 플로리스트다. 롯데호텔에 입사할 때만 해도 동기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은 김 실장만 꽃의 곁을 지키고 있다.

    ‘실장’은 그의 비공식적 직함이다. 공식적으로는 ‘플라워 매니저’지만 호텔 내 연회팀이 주로 꽃방으로 불린 덕에 자연스럽게 ‘꽃방실장’이 됐다고.



    오랫동안 ‘꽃방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안 만들어본 작품이 없다. 사람들의 가지각색 꽃 취향도 피부로 절실히 느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갖가지 작품 제작 노하우와 유명 인사들의 꽃 취향 정보는 책으로 남겨도 될 정도다.

    “중국 국가 주석이 호텔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 국기를 형상화해 빨간색 장미에 금분을 뿌려 선물했어요. 태국 공주에게는 장미향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을 선물했고요.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 행사나 청와대를 장식하는 꽃은 주로 영부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돼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인동초를 많이 썼어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국화를 유독 싫어했죠. 조화에 쓰는 꽃이라는 이유로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플로리스트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에요. 지금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파스텔 톤의 꽃을 선호하세요.”

    그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워낙 꽃에 민감하다 보니, 아들이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주면 먼저 가격과 구입처부터 치밀하게 분석해요”라며 웃는다.

    정년이 3년밖에 남지 않아 아쉽지만 은퇴 후에도 현장 감각을 살려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하루 100개 이상의 객실에 서비스하는 작업량도 거뜬히 소화해낸다. 꽃방실장의 도전, 정말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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