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여기가 중국이야, 유럽이야?”

특별하게 즐기는 마카오 여행 2

  • 채지형 여행작가 http://www.traveldesigner.co.kr

    입력2009-04-22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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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중국이야, 유럽이야?”

    물결무늬의 세나도광장

    ‘동양의 작은 유럽’ 마카오를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포르투갈 요리와 중국 요리의 오묘한 조합인 매캐니즈(Macanese) 푸드를 따라가는 미각여행부터 ‘궁’ ‘꽃보다 남자’ ‘에덴의 동쪽‘ 등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까지 즐길 것이 넘쳐난다.

    마카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의 하나는 ‘걷기’다. 마카오는 산책하기에 좋을 만큼 작다. 바쁘게 돌아다니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 면적을 따져볼까. 우리가 흔히 ‘마카오’라고 부르는 곳은 마카오 반도와 타이파(Taipa) 섬, 콜로안(Coloane) 섬을 합친 것으로 이곳의 면적을 다 합해도 서울 종로구보다 조금 넓은 25.4㎢밖에 되지 않는다. 걷는 곳곳에 숨어 있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를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선교사들에 의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가톨릭이 전파된 곳. 442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으면서 유럽풍 건물과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원색의 중국 문화와 파스텔 톤으로 대변되는 유럽 문화가 적절하게 섞인 ‘마카오스러운’ 모습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풍긴다.

    세계 문화유산 따라 걷는 마카오

    첫 번째 산책은 세계 문화유산을 따라 여유 있게 걷는 것으로 출발한다. 마카오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 무려 25곳이나 있다. 출발점은 마카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세나도 광장. 바닥에 하얀색과 검푸른 색의 돌이 물결무늬를 이루며 펼쳐진 세나도 광장은 마카오에서 유럽 풍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세나도 광장에 가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이 생각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한 이파네마 해변에 가면 똑같은 물결무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나도 광장과 이파네마 해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데, 포르투갈이 그 둘을 연결하고 있었다.



    “여기가 중국이야, 유럽이야?”

    <b>1</b> 콜로안 마을. <b>2</b> 루임옥 정원. <b>3</b> 타이파 빌리지.

    세나도 광장을 지나면 1587년 마카오 최초의 교회인 성 도미니크 교회가 나타나고, 조금 더 올라가면 마카오의 상징이라 불리는 성 바울 성당(Ruins of St. Paul’s)의 잔해가 등장한다. 1582년 세워졌다가 화재로 무너진 뒤 1601년 재건축됐는데, 1835년 화재로 다시 소실돼 정면의 벽과 건물 외관만 남았다. 두 번의 화재를 겪으면서 성당 내부가 대부분 사라지는 비극을 맞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마카오를 내려다보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성 바울 성당의 잔해를 다 돌아본 뒤에는 오른쪽에 있는 몬테 요새로 발길을 돌린다. 몬테 요새는 1617년과 1626년 사이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622년 네덜란드가 마카오에 침입하려 했을 때 이곳에서 포탄을 발사해 네덜란드 배를 물리쳤다고 한다. 과거에는 요새로 사용된 곳이지만 지금은 마카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전망이 좋아 많은 여행자의 사랑을 받는다.

    마카오에는 포르투갈 귀족인 마누엘 페레이라의 여름 별장이던 카사 정원, 19세기에 만들어진 신교도 묘지 등 독특한 세계 문화유산도 즐비하다. 특히 신교도 묘지는 아시아에서 찾아보기 힘든 곳으로 파스텔 톤의 건물과 화려한 장식의 묘비가 색다른 문화를 보여준다.

    마카오 산책은 성 오거스틴 교회, 성 요셉 성당과 수도원, 성 로렌스 교회, 돔 페드로 브이 극장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성 오거스틴 광장으로 이어진다. 성 요셉 성당은 중국에서 바로크 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로, 성 오거스틴 교회는 매년 부활절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교회로 유명하다.

    세계 문화유산을 따라가는 산책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시간.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세계 문화유산을 산책하다 보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포르투갈 식민시대의 낭만적인 유럽풍 거리

    연인과 함께 마카오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손을 잡고 걸어봐야 할 곳이 콜로안 마을이다. 낭만적인 파스텔 톤 건물들 위로 생기발랄한 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콜로안 마을. 언제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지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를 것 같은 동네다. 콜로안 마을은 마카오 최남단에 자리한 섬으로, 웨스틴 리조트와 고급 빌라촌이 모여 있다. 국내에는 빌라촌보다는 ‘궁’ 촬영지로 유명해 수년 전부터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궁’에서 신군과 채경이 데이트하던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교회(St. Francisco Xavier), 에그 타르트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로드 스토스 베이커리(Lord Stow’s Bakery)는 마카오 여행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진다. 일단 콜로안 섬에 가면 누구든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화면에서 본 장면을 따라해보는 것도 콜로안 섬을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그래서 마을이라기보다는 작은 테마파크처럼 보이기도 한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색감 때문인지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자는 골목골목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타이파 섬은 카지노가 모여 있는 복잡한 시내와 달리 매우 고즈넉해 도보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 베네시안 호텔을 비롯해 세계 유명 호텔이 엄청난 규모의 공사를 하지만, 타이파 주택박물관 주변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타이파 주택박물관은 마카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인데, 풍광이 좋아 걷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기에 좋다. 주택박물관 벤치에서 한적함을 즐긴 뒤에는 ‘먹자골목’으로 통하는 궁야가(宮也街)로 향한다. 마카오의 명물인 육포와 아몬드, 쿠키 등을 파는 디저트 가게가 늘어서 있다. 다양한 맛의 육포를 즐기면서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도보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꽃보다 남자’에서 하재경이 소매치기 당하는 금잔디를 구해주는 장면을 촬영한 곳도 바로 이 골목.

    마지막으로 마카오 여행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루임옥 정원이다. 쑤저우의 유명한 정원을 모델로 만든 중국식 정원이다. 밖에서 보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정원에 들어가면 키가 훤칠한 대나무부터 초록과 선명한 대비를 보이는 빨간색 벤치, 아기자기한 인공 산과 폭포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루임옥 정원에서 가장 멋진 곳은 바로 정원 안쪽에 자리한 구곡교(九曲橋). 구곡교는 다리가 9번 구부러진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마귀는 직진밖에 하지 못하니 다리를 곡선으로 만들어 마귀가 지나갈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의 재미있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구곡교는 연못 위 고고하게 자리한 정자와 이어주는데, 구곡교에 서면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안개라도 올라오면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출될 듯한 곳이다. 루임옥은 그렇게 마음을 쏙 빼놓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다.

    기왕이면 마카오 여행의 마무리는 루임옥 정원에서 하면 어떨까. 세계 문화유산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문화가 남아 있는 섬들을 돌아본 뒤, 마카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중국풍 정원에서 마카오 사람들을 가까이 만나보는 것. 짧고도 긴 마카오 여행을 돌아보기에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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