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자출족 여러분 ‘안라’하세요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4-22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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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 중에 자전거를 만나 짜증나거나(진행을 방해하므로), 긴장해본(혹시 부딪힐까 겁이 나서) 경험이 있나요? 출근 시간, 남산 소월길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 역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얼른 추월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체험기를 쓰기 위해 자전거 세계에 뛰어드니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살아나기 시작하더군요. 우리나라의 도로환경이 자전거족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또 비우호적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는 자전거는 보통 맨 오른쪽 차선으로 통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출족’ 가운데 상당수가 인도 쪽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버스, 택시, 승용차들의 위협에 가슴 철렁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오른쪽 차선을 달리다가 좌회전하려면 1차선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끼어들기도 만만치 않고요.

    대안으로 횡단보도 또는 인도를 이용하다 보행자와 충돌하면 자전거가 책임을 져야 하고 형사 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자출사’의 매니저 최용선 씨는 “자전거족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로서는 자전거족 스스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에 올려진 글을 보니 헬멧만큼은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서울 거여역 근처 자전거도로를 달리다가 대형 SUV와 부딪힌 한 청년이 자동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 머리가 차바퀴에 깔리는 대형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그는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바로 뒤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던 부모님에게 큰 불효를 저지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그의 헬멧 사진을 보니 완전히 찌그러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자출족 여러분 ‘안라’하세요
    ‘왕초보’인 저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준 산악자전거 금메달리스트 정형래 팀장 역시 자전거 기술을 익히기 전에 반드시 안전 수칙부터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출사’ 카페 회원들이 즐겨 쓰는 인사, ‘안라(안전한 라이딩)하세요’를 명심해야겠습니다.



    PS. 자전거를 배우다 하마터면 한강에 입수할 뻔한 뒤로 한층 더 안전에 신경 쓰게 됐습니다. 정 팀장님, 감사합니다. 자전거와 함께 ‘공중부양’한 후배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사진팀 박해윤 기자, 자전거 바퀴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포착하기 위해 생애 처음 롤러블레이드를 탄 채 촬영하다 수십 번 넘어진 장승윤 기자에게도 감사를…. 롤러블레이드도 ‘안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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