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쇼핑천국 상하이, 황홀한 유혹

명품부터 노천시장까지 매력 만점의 도시

  • 조창완 중국 전문 저술·여행가 jochangwan69@hanmail.net

    입력2009-04-22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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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천국 상하이, 황홀한 유혹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20세기 초 아시아의 대표적인 ‘모던 도시’였던 중국 상하이(上海)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당시의 색채를 되찾고 있다. 겉모습은 좀 남루해도 내부는 무척 고급스러운 와이탄(外灘)의 명품가게들은 15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1920년대 후반 15만부가 발행되던 ‘생활주간’이나 ‘양우’ 같은 잡지는 ‘노블레스’ 같은 지금의 명품잡지보다 더욱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세계 부호를 유혹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최고의 상업도시로 부활한 상하이가 다시금 세계 쇼핑 마니아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맑은 날 492m 높이의 상하이 환치우진롱중신(上海環球金融中心) 전망대에 오르면 황푸(黃浦) 강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는 빌딩 숲을 만날 수 있다. 그 빌딩 안의 수많은 쇼핑 명소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전망대 바로 아래 루자주이(陸家嘴) 지역은 물론 강 너머 난징루(南京路), 푸저우루(福州路), 화이하이루(淮海路)로 이어지는 쇼핑 거리엔 다양한 특색을 지닌 가게가 즐비하다.

    상하이 명품 다 모인 난징루, 화이하이루

    한국 여행객의 필수 코스인 상하이 임시정부청사에 인접한 젠궈시루(建國西路)에는 ‘탕커우 생활낙원’(湯口生活樂園)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귀여운 장식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어린이의 감수성을 지닌 성인들을 유혹하는 ‘키덜트(Kidult) 문화’를 대표하는 가게 중 하나. 또 아방가르드 패션잡지에서 영화, 레코드는 물론 일본의 DIY 생활용품 전문점 도큐핸즈(Tokyu Hands)까지 들어섰다.

    대표적인 오락거리인 신톈디(新天地)의 ‘상하이 콤비네이션(上海組合)’도 심플하지만 세련된 상하이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 집은 인테리어를 평범한 개인 집처럼 꾸몄는데, 가게 안에는 목도리 등 주인이 직접 만든 수제품이 진열돼 있다.



    신톈디에서 싱예루(興業路)를 타고 충칭난루(重慶南路)를 지나면 푸싱궁위안(復興公園)을 만난다. 이 공원의 주변은 옌탕루(雁蕩路)를 비롯해 쓰난루(思南路) 등 전통 건물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가게가 몰려 있다. 공원 남쪽에는 오래된 출판거리인 사오싱루(紹興路)와 톈쯔팡(田子坊)이 있는 타이캉루(泰康路)도 있다. 텐쯔팡은 각종 이미테이션 가게와 바(Bar)가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쇼핑천국 상하이, 황홀한 유혹

    불야성을 이룬 상하이의 쇼핑거리. 명품부터 노천 액세서리까지 다 있다.

    이 길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창러루(長樂路)가 나온다. 유행 패션과 액세서리를 만나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가게 중 하나는 ‘tagetage’. 간판도 없이 대형 전구만 하나 걸려 있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2개의 변기가 놓인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에는 작은 괴물인형이 앉아 있고 다른 하나에는 꽃이 심어져 있다. 안에는 예쁜 액세서리가 널려 있다.

    푸싱궁위안 북쪽에 ‘tagetage’가 있다면 남쪽에는 ‘하야나라’(哈那拉·Hayanara)가 있다. 하야나라는 토이(Toy) 애호가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 슬픈 토이, 엽기적인 토이, 화난 토이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데 다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다. 가게 주인이 동남아 등지에서 직접 들여온 장난감을 비롯해 티셔츠, 페이퍼클립, 지갑, 엽서, 가방도 있다.

    화이하이루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오면 쇼핑과 문화거리인 청황먀오(城隍)다. 위위안(豫園) 주변으로 수많은 가게가 들어섰다. 그 가운데는 전통과자인 리가오탕(梨膏糖)을 파는 곳이 있다. 리가오탕은 배에 꿀을 섞어 만든 간식으로 살구, 도라지, 반하 등의 약재가 들어 있다.

    상하이 중심을 가로지르는 난징루와 화이하이루는 상하이 최고의 쇼핑센터가 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세계 500대 기업 중 50여 개가 이곳에 아시아 사무소를 뒀다. 홍콩에 없는 명품도 이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와이탄에서 시작해 옌안시루(延安西路)에 닿는 5.5km의 난징루에는 수천 곳의 가게와 100여 곳의 대형 매장이 있다. 이 중 신톈디난리(新天地南里)에 있는 세계 일류 브랜드의 집합장소가 ‘i.t디엔(店)’. 홍콩에서 탄생한 ‘i.t’의 상하이 매장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는데, 3층 건물에 우아한 검은 회색 유리벽으로 꾸며졌다.

    지하철 난징시루와 징안스(靜安寺)의 중간에 자리한 ‘헝룽플라자(恒隆廣場)’는 난징루 명품가게 가운데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곳. 최고의 명품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개성 있는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가 전부 명품매장으로 까르띠에, 던힐, 디오르, 보스 등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1층은 최고급 명품 집합소로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를 시장에 론칭하기 전 테스트숍으로 세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여 있다. 헝룽 플라자 동쪽의 ‘중신타이푸 상점(中信泰富廣場)’엔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가 많다.

    치푸루에선 ‘흥정의 기술’ 필요

    지하철 창서우루(常熟路)에 있는 ‘메이메이바이훠(美美百貨)’는 화이하이루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명품 매장. 오픈 당시 일반인에게는 ‘귀족 상점’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여성 패션을 위주로 30개가 넘는 최고급 명품점이 입점해 있는데, 백화점 근처가 평범한 주택이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명품은 중년의 취향에 맞춘 것이 특징.

    런민궁위안(人民公園)의 남쪽에 자리한 롄카포(連佛)는 대형 매장인 스다이광창(時代廣場)의 2, 3층에 있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명품 몰로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많다. 신발과 가방을 판매하는 구역은 따로 마련돼 있다.

    유서 깊은 고급 호텔인 진장호텔의 ‘진장딕슨(錦江迪生·JinJiang Dickson)’엔 구찌, 폴로, 지방시 등이 입점해 있다. 전형적인 유럽식 4층 건축물은 고급스러운 명품 백화점 이미지를 강조한다. 메이메이바이훠가 여성 중심이라면 이곳은 남성 중심의 명품 가게라 할 수 있다.

    창러루는 앞서 소개한 명품 백화점 진장딕슨 앞을 동서로 지나는 길. 이 길은 유럽식 건물이 많아 거리 전체가 장중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으로 넘친다. 북쪽엔 난징루, 남쪽엔 화이하이루가 있는데, 상하이 역사의 숨결이 담긴 유럽식 건물을 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중국식 가게뿐 아니라 유럽인이 경영하는 가게가 많아 개성 있는 패션을 눈요기할 수 있다.

    치푸루(七浦路)는 독특한 지명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곳. 우리로 치면 동대문이다. 동대문시장처럼 ‘흥정의 기술’이 필요한 곳이지만, 그만큼 저렴하기 때문에 여행자의 발을 붙잡는다. 치푸루에서 황푸강 쪽으로 500m쯤 가면 비교적 저렴한 해산물 거리인 자푸루(乍浦路)가 있다.

    지하철 2, 3호선의 환승역인 중산궁위안(中山公園) 지하철에 있는 메이구이팡(坊)도 패션 도시 상하이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 지하철 2호선 3번 출구로 걸어 나가면 잘 꾸민 가게들이 있는데, 상하이 젊은이들의 유행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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