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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좀 덜 유명한 아이돌 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화려한 조명 꺼진 후 방황의 길 … 잇단 사건 사고로 주목

좀 덜 유명한 아이돌 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좀 덜 유명한 아이돌 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멤버 개인이 아닌 그룹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결성된 아이돌 그룹은 ‘해체’ 이후 멤버들 간 인기 격차로 인한 악재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해 한국 가요계, 아니 연예계 전반의 판도를 바꾼 아이돌 그룹 1기 멤버들이 연이어 개운치 않은 뉴스를 전한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H.O.T 멤버로 랩을 맡았던 이재원은 지난해 12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 여성과 합의가 이뤄지면서 사건은 조기에 마무리됐지만 H.O.T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엔 H.O.T와 자웅을 겨루던 젝스키스의 멤버 이재진(랩과 안무 담당)이 휴가 미복귀로 탈영병 신세가 됐다가 헌병대에 검거됐다. 문희준 강타 은지원 등 그룹 해체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 출신 스타들과 달리, 해체 이후 잠시 잊힌 아이돌 출신 스타들이 각종 사건·사고의 주인공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성폭행·병역비리·탈영 등 물의

그룹의 장점은 각자의 영역에서 ‘끼’와 실력을 갖춘 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다. 그렇지만 이들을 향한 인기가 멤버 전원에게 고루 나눠지는 것은 아니다. 한두 명에게 팬들의 사랑이 집중되게 마련인 것.

이는 한국 가요계뿐 아니라 세계 음악계의 공통된 특징이며, 과거부터 이어져온 특성이다. 예를 들어 한국 가요계의 판도를 확연하게 바꾼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도 서태지의 인기가 양현석 이주노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고, 서태지는 지금도 신격화한 스타로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아이돌 그룹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물론 H.O.T의 성공은 멤버 전원이 고른 인기를 끌었다는 데 있다. 메인보컬인 강타와 리더 문희준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토니안을 비롯한 다른 멤버 3명도 절정의 인기를 자랑했다.

그렇지만 소속사의 생각은 달랐다. H.O.T는 2001년 해체됐는데, 이 과정에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문희준, 강타와만 재계약하고 다른 세 멤버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룹은 해체됐고, 토니안 이재원 장우혁은 JTL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결성했지만 과거의 영예를 되찾진 못했다. 올해 초 솔로 앨범을 출시하려던 이재원은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연예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룹 해체 소식이 알려지면서 격분한 팬들이 조영구 리포터의 차량을 소속사 대표 차량으로 오인해 파손하는 사건까지 벌어진 젝스키스 역시 해체 후 과거의 인기를 많이 잃었다. 리더 은지원이 비교적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지만, 그 역시 ‘1박2일’을 통해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장수원과 김재덕은 제이워크(J-walk)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했지만 김재덕의 군 입대로 홀로 남은 장수원만 활동을 이어가고, 고지용은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유학을 다녀와 사업가로 변신 중이다. 이재진과 강성훈은 병역특례 비리조사에서 부실 복무 혐의가 드러나 재입대 처분을 받았다. 재입대한 이재진은 탈영으로 물의를 빚었고, 강성훈은 아직 재입대하지 않은 상태다.

핑클, SES, 샤크라 등의 여성 그룹은 물론, 폭발적 인기를 누리던 god도 해체 이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아직 해체하지 않은 채 ‘따로 또 같이’ 활동을 벌이는 그룹 신화가 거의 유일하게 전 멤버가 고른 인기를 유지해왔지만, 이들이 연이어 군에 입대하면서 전역 이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요즘 멤버들 ‘따로 또 같이’ 활동

좀 덜 유명한 아이돌 스타는 무엇으로 사는가

최근엔 연예기획사들이 그룹 멤버 각자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음악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연예기획사가 끼와 재능으로 뭉친 10대 연습생들을 발탁해 하나의 그룹으로 엮은 형태다. 그룹의 결성 주체가 멤버들이 아니라 연예기획사인 만큼 목적성이 뚜렷한 그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룹으로서의 장점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는 연예기획사는 ‘해체 이후’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그룹이 해체된 뒤에는 결성 주체인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본인의 노력과 능력이 절실한 셈이다.

여기서 뒤처질 경우 그룹으로 활동할 당시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대 시절 누리던 인기에 중독돼 처음부터 다시 출발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엄청나다. 또 같은 그룹에서 활동하던 멤버 중 해체 이후에도 인기를 누리는 이들을 바라볼 때 갖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해체 이후에는 생각보다 훨씬 짙은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메카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는 기수 개념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연이어 데뷔시키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동방신기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은 사실상 기수 개념의 그룹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4~5년간 가수 데뷔 준비 과정을 거친 연습생들 가운데 몇몇을 뽑아 하나의 그룹으로 데뷔시키는데, 첫 앨범 활동이 끝남과 동시에 ‘따로 또 같이’ 활동이 시작된다. 연기를 꿈꾸는 이는 배우로, 가수로 성공하길 원하는 이는 솔로 앨범을 준비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끼를 발산하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활동하는 이들이 한 번 모여 새 앨범을 발표하면 일정 기간 그룹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간다.

다른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그룹들도 비슷하다. 요즘 큰 인기를 누리는 빅뱅은 멤버들이 솔로가수, 배우, 예능인, 프로듀서 등 각자의 영역에 매진하면서 그룹 활동에도 열심이다. 예전처럼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 해체 이후에는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 아니다. 그룹 멤버로 데뷔하는 동시에 각자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 연예기획사 차원에서 후원하는 것.

이런 측면에서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행태는 과거 공채 탤런트 및 개그맨 제도와 닮았다. 함께 뽑힌 같은 기수(동기) 탤런트지만 주연급 배우가 있는가 하면 조·단역급 배우도 있고, 아예 활동을 중단한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아이돌 그룹의 개념도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9.04.28 683호 (p70~71)

  • 신민섭 일요신문 연예부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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