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한국 사랑’ 영화에 담은 필리핀 대사 부자

6·25전쟁 영화화, ‘한-필리핀 수교 60주년’ 기념 상영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9-04-22 1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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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랑’ 영화에 담은 필리핀 대사 부자

    루이스 크루스 주한필리핀 대사(오른쪽)와 아들 카를로 씨.

    “김기덕 감독의 영향을 받아 만든 영화다.”

    4월14일 한국-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국립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린 영화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을 연출한 필리핀 영화감독 카를로 크루스(26) 씨는 한국 영화감독 김기덕의 이름부터 언급했다. 1950년대 한국 6·25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장교와 한국 여성의 사랑을 영화로 만든 그가 왜 김 감독을 이야기할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소통과 사랑에 대한 것이다. 내 영화도 그렇다. 6·25전쟁에서 만난 필리핀 장교와 한국 여성은 말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고 전쟁 중에 결혼한다. 언어와 문화를 넘어 모든 사람은 감정을 통해 연결되는 방식을 배운다.”

    그의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의 모델이 된 부부는 지금 필리핀에서 한국음식점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은 6·25전쟁에 7000명의 전투부대를 파견했는데, 그중 38명의 군인이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5월29~30일 필리핀 문화제 개최



    카를로 씨는 루이스 크루스 주한필리핀 대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주한대사의 아들이 고국의 군인과 한국 여성의 사랑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 참전자들과 그 가족이 살아있어 조심스러웠는데, 정확한 사실 조사 후 영화를 만들었더라.”

    크루스 대사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읽혔다. 그는 이 영화가 “필리핀이 어떻게 한국을 도왔으며, 한국은 또 어떻게 필리핀을 돕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3월3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필리핀 우정의 날’을 선포하고 기념우표를 출시한 주한필리핀 대사관은 영화 시사회에 이어 5월29~3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필리핀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스타들이 출연하고, 필리핀의 전통 거리 춤축제도 벌어진다.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로는 최대 규모가 되리라는 것이 대사의 설명이다.

    “필리핀과 한국은 지난 60년간 단 한 번도 의견 대립이 없었다. 매년 한국인 60여 만명이 필리핀을 방문해 외국인 관광객 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은퇴 이민자 수도 일본에 앞서 한국이 1위로 올라섰다. 한국에 사는 필리핀인도 5만9000여 명에 이른다. 양국의 우정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 문화에서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 사랑’ 영화에 담은 필리핀 대사 부자

    영화 ‘잊혀진 전쟁’ 의 한 장면.

    그는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그게 양국 우정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필리핀은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에도 올해 플러스 성장이 점쳐지는 나라다. 크루스 대사는 “2008년 1월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기 진작책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 9월 서브프라임 위기가 닥쳤을 때 큰 도움이 됐다. 제조업 노동자들을 서비스업종으로 바꿔 교육하는 ‘통합프로그램’ 등도 세계적인 정리해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크루스 대사는 지난해 2월 한국에 부임했다. 현재 주싱가포르 필리핀 대사인 민다 크루스 씨가 부인이고, 영화감독인 아들 카를로 씨는 호주 스윈번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해 가정 자체가 멀티컬처럴하다.

    외교 및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카를로 씨의 ‘잊혀진 전쟁’은 상영을 요청한 한국의 대학들과 협의를 거쳐 다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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