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2

2009.04.21

자유무역(FTA)으로 관세 줄이고 통관면제(AEO)로 수출경쟁력 키운다

  •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paran.com

    입력2009-04-1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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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무역(FTA)으로 관세 줄이고 통관면제(AEO)로 수출경쟁력 키운다

    부산세관을 방문한 기업 관계자가 FTA 관련 민원을 상담하고 있다.

    ㈜신성메이저글러브(이하 신성글러브)는 전남 순천에서 산업용 안전장갑을 생산하는 연 매출액 2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그동안 라텍스, 천연고무 등의 부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왔고 원사(原絲)도 67%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등 재료의 수입 의존도가 큰 기업.

    신성글러브는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재료를 수입하면서 해당 관세 8%를 꼬박꼬박 지불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라 해당 관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이에 신성글러브의 수입 절차를 지켜보던 광양세관 직원이 FTA 관련 관세 컨설팅을 해줬고, 신성글러브는 원사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었다. 수출에서도 FTA를 활용한 비즈니스 컨설팅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생산하는 장갑의 상당량을 미국에 수출하던 신성글러브는 2008년 11월 미국 바이어와 계약할 때 FTA에 대한 협정세율 및 원산지 기준을 적용한 덕분에 216만 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한미 FTA의 해당 관세 협정을 활용해 미국과의 연간 교역액 670만 달러 중 약 4억원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 신성글러브의 사례는 FTA를 이용해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 전형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FTA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의 주요 산업 분야인 자동차, 섬유, 기계, 화장품 등에서 널리 이용된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FTA 비즈니스 모델을 예로 들면, 한국과 FTA를 체결한 베트남에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한 뒤 원산지 기준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품 공급선을 다양화할 수 있고 이후 FTA 특혜관세를 이용해 미국 및 유럽, 인도시장을 무관세로 공략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완성차 제조사와 협력사 간의 부품 공급체계가 복잡해 어려움을 겪던 분야. 그러나 FTA를 활용한다면 다양한 공격적 전략이 가능해진다.

    FTA 체결국이 전체 교역 80% 차지



    FTA의 활용은 자동차 같은 대기업군의 산업뿐 아니라 신성글러브 사례처럼 중소기업에도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펼치는 ‘FTA 특혜관세 환급금 찾아주기 운동’이다. 그동안은 원산지 증명서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 통관 후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사후 신청할 것’이라는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1월26일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불필요한 의사표시 절차가 폐지됐다.

    관세청 자유무역협정이행과 최영훈 계장은 “번거로움을 줄이고 기업 보호 차원에서 법이 개정됐다. 의사표시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은 기업들이 향후 상당수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국 등 5개국(연합국 포함)과 FTA를 맺고 있다. EU(유럽연합), 캐나다, 인도, 멕시코, GCC(걸프협력협의회), 일본의 6개국과는 FTA 협상 중이다. 이 가운데 EU와는 관세 환급 이견차로 4월3일 협상이 결렬됐으나 최종 타결을 위해 양국 간 지침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FTA를 위해 현재 여건을 조성 중인 나라도 중국, 호주, 뉴질랜드, MERCOSUR(남미공동시장), 페루, 터키, 러시아 7개국에 이른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정책기획과 윤은정 주무관은 “현재 추진 중인 나라들과 FTA를 모두 체결할 경우 18개국(연합국 포함)이 되며,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80% 이상이 FTA 체결국과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AEO 제도로 복잡한 수출입 절차 생략

    FTA 외에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행되는 제도가 있다. AEO (Authorized Economic Operator·종합인증우수업체) 제도가 그것. AEO 제도란 수출업자, 수입업자, 선박회사, 항공사 등 ‘수출입 물류 공급망 당사자’를 대상으로 관세청이 물류 보안 수준과 법규 준수도 등을 평가한 뒤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이를 공인하는 것이다. 믿을 만한 대상이면 수출입 통관 때 복잡한 절차를 생략해주겠다는 얘기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각국은 교토의정서에 의거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테러 이후 ‘수출입 화물의 안전관리에 좀더 철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졌다. 이러다 보니 통관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추가비용 및 경쟁력 상실이 유발됐다.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AEO 제도는 2006년 WCO(세계관세기구)에서 세계 표준을 정했으며 현재 EU, 미국, 싱가포르,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 또는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상선이 최초로 지난 1월23일 영국 세관으로부터 EU가 공인한 AEO 인증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AEO 제도를 자체 시행하기 위한 관련 고시안이 4월13일 입안 예고됐다.

    AEO 인증을 받으면 수출입 신고 때 검사비율 축소, P/L 확대, 사후심사 면제 등 통관 절차를 줄일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최근에는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상대국의 AEO 인증업체를 인정해주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EU 등과 상호협정이 체결되면 수출국에서의 검사 생략 등 통관상 혜택으로 해외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관세청 전략정보과 정기섭 사무관은 “연내에 미국과 AEO 상호협정을 맺는 게 목표다. 그 이후에는 싱가포르와 추진할 예정이며, 이것이 성공하면 EU, 중국, 뉴질랜드 등과의 AEO 상호협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WCO 아·태 지구 의장국 된 까닭

    몰려드는 외국 관세원들에 관세기법 열심히 가르친 덕분


    자유무역(FTA)으로 관세 줄이고 통관면제(AEO)로 수출경쟁력 키운다

    2008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WCO 총회(가운데가 허용석 관세청장).

    대한민국 관세청이 세계 각국 관세제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한국 관세청은 2008년 6월 WCO(세계관세기구) 아시아·태평양 지구 의장국으로 선임된 뒤 2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WCO 회원국은 173개국이며 이 가운데 아·태 지역 회원국은 32개국. 우리 관세청이 WCO 아·태 지구 의장국으로 선임될 수 있었던 데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아·태 지역 개발도상국을 위한 관세기법 전수’에 힘입은 바 크다.

    관세청은 1992년부터 15차례에 걸쳐 아·태 지역 개발도상국들에게 우리나라의 앞선 관세기법을 전수해왔다. 이 덕분에 한국 관세청은 2008년 4월 인도에서 열린 제12차 WCO 아·태 지역 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장국에 지명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열린 WCO 전체 총회에서 아·태 의장국으로 최종 선임됐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세기법 전수는 의장국이 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등 13개국 세관 공무원들이 관세기법을 배우려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들은 나흘에 걸쳐 물류, 지식경영, 조사기법 등 관세행정의 분야별 업무처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갔다.

    관세청 교역협력과 손영환 사무관은 “참석한 아·태 지역 세관 공무원들은 UNI-PASS(전자통관시스템), 세관 관련 IT(정보기술) 기법, 세관 자동화 업무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매우 적극적으로 기법을 전수받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관세청 교역협력과에 따르면 아·태 지역 세관 공무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것은 우리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자통관시스템 ‘UNI-PASS’로 향후 이 시스템의 수출시장 개척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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