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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신새벽과 꽃 화폭에 담아왔습니다

호주의 신새벽과 꽃 화폭에 담아왔습니다

호주의 신새벽과 꽃 화폭에 담아왔습니다
이 질긴 ‘화병(畵病)’, 일부러라도 피하고 싶었다. 한 번 붓을 잡으면 화폭에 빠져드는 자신이 두려웠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됐다. 더구나 한국도 아니고 먼 이국땅 호주 아닌가.

4월8~14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첫 귀국 개인전을 연 재호주 한국여성예술협회(KWAS) 회장 이호임(57) 씨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수도여자사범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씨가 호주로 이민을 간 것은 23년 전인 1986년. 8남매의 맏며느리였던 그는 시집 가족을 따라 호주로 건너갔다. 먼 타국에서 두 자녀의 어머니이자 맏며느리로서의 삶은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가 선택한 탈출구는 ‘그냥 공부’였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회화 분야 전문대 과정이 끝나고 석사과정을 밟자니 집안일이 걸렸던 것. 결국 그는 공부도 포기해야 했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일주일에 2~3일 시간을 낼 수 있는 도자기 공부였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다.

“한 10년 공부하니까 도예장인들이 자신이 어렵게 만든 도자기를 왜 깨는지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도자기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마음 한편에는 늘 외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남아 있었고요. 그래서 도자기 공부도 과감히 포기했어요.”

2000년 딸을 시집보낸 뒤 그는 다시 붓을 잡았다. 자신이 걸어야 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차례 개인 미술전을 열었다. 소재는 주로 이른 아침의 꽃들.

호주 사회에서 한국인은 비주류다.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이씨는 여성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호주에 KWAS를 만들었다. 현재 회원 수는 40여 명.



“다시 붓을 잡았을 때는 별다른 목표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인예술계 지도자로서 교민사회 문화를 이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이씨는 그 일환으로 올해 11월11~18일 KWAS 회원 7명, 호주 작가 7명 등 14명의 작품을 호주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서울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나의 내부에 쌓인 것들을 다 풀어내고 싶다”는 것이 이씨의 바람. 이씨의 남편은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양주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유석 씨다.



주간동아 2009.04.21 682호 (p92~93)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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