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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탈모인 서바이벌 08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FDA 승인 받은 것은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 성분뿐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탈모 치료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이의 기원이라 불리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인류의 시작을 담은 구약성경에도 탈모를 치료하기 위한 고대인의 눈물겨운 투쟁이 기록돼 있다. 뱀, 하마, 악어, 고양이, 사자의 기름, 비둘기 등의 배설물을 두피에 발랐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물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자신의 탈모는 치료하지 못했다. 유럽 대륙을 정복한 로마의 카이사르도 탈모의 정복에는 실패했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호언하던 프랑스 루이 14세는 자신의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화려한 가발을 쓰고 다녔다.

그러나 인간과 탈모의 투쟁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수천 년 동안 계속돼왔다. 제약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근대와 현대사회에 들어서도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이 수없이 개발됐지만 곧 무대에서 사라졌다. ‘철의 장막’ 윈스턴 처칠도 독일제국은 무릎 꿇렸지만 자신의 탈모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1998년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를 억제해 탈모를 예방하고 개선하는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미국계 제약회사 머크(Merck)에서 개발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페시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인증한 먹는 탈모치료제로, 출시 이후 지난 10년간 500만명의 탈모 남성이 이 약을 복용했다.

세계 최초의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올 1월 출시된 프로페시아 84정 제품. 프로페시아는 세계 최초로 공인된 먹는 탈모치료제다.

프로페시아는 대부분의 남성형 탈모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일종)이 DHT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해 개발됐다. DHT는 머리카락의 생존기간을 단축하고 모낭을 위축시켜 건강한 모발을 탈모가 되는 모발로 변화시킨다. 다만 몸속에 DHT가 있는 모든 남성에게서 탈모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DHT에 민감한 경우에만 탈모가 나타난다.



프로페시아는 테스토스테론이 탈모 원인인 DHT로 변하는 과정을 차단해 체내 DHT의 농도를 현저히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러면 탈모의 증상이 개선되고 호전될 것은 당연한 이치. 프로페시아(Propecia)라는 제품명도 ‘다산(多産)의’ ‘비옥한’의 뜻을 가진 ‘prolific’의 ‘pro’와 ‘대머리’라는 뜻인 ‘alopecia’의 ‘pecia’가 합쳐진 것으로, 대머리를 풍성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프로페시아의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가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때는 1950년대. 전립샘 질환, 여드름, 남성형 탈모 등 여러 질환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성 호르몬, 즉 안드로겐을 파고든 머크 연구진은 연구 과정에서 안드로겐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DHT라는 물질로 변환돼 탈모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이때부터 머크 연구진은 DHT를 억제할 신약을 찾아나서 마침내 1980년대에 해당 물질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프로페시아의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다. 머크사는 1990년대 들어 탈모 남성이 증가하고, 탈모 치료 욕구가 높아지면서 피나스테리드 성분에 대한 임상연구를 시작해 1998년 세계 최초의 탈모치료제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프로페시아의 탈모 치료 효과가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성분은 피나스테리드로, 프로페시아와 같다)의 부작용에서 비롯됐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0명 중 9명 탈모 중단, 6~7명은 다시 자라

프로페시아는 첫 출시 이후 탈모 남성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500만명이 복용했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는 부작용은 없었다. 2000년 한국에도 의 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출시된 이래 첫해인 2001년 6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05년에는 2.5배 이상 늘어난 163억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형 탈모를 겪는 남성 10명 중 9명은 프로페시아를 먹고 탈모가 멈췄으며, 10명 중 6~7명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효과도 있었다. 하루 한 알씩 꾸준히 복용하면 3개월 후 탈모가 멈추고, 6개월 넘게 먹으면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12개월 넘게 복용한다면 외관상으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약물치료는 모낭이 살아 있는 초기 단계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약물에도 한계가 있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약물을 복용하면 성욕이 감퇴한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약 1.8%의 환자가 성욕과 관련된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조사 결과 이는 탈모치료제 복용에 따른 것이 아니라 환자 개인의 심리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지금까지 프로페시아는 28정 1회 처방으로 한 달 정도 복용할 수 있었지만, 올 1월부터는 84정 제품이 출시됨으로써 1회 처방으로 3개월간 복용할 수 있게 됐다. 프로페시아 국내 판매원인 한국 MSD 박선영 차장은 “프로페시아 84정 출시는 기존 탈모 남성들에게 장기적인 약물치료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 것은 물론이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탈모 치료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탈모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탈모 증상이 일시적인지, 장기 치료가 필요한지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탈모 전문가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탈모를 유전이라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가진단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에 의존하는 등 올바른 치료법을 찾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탈모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6년 대한피부과학회의 조사 결과 탈모로 고민하는 284명의 남성 중 18%만이 병원에서 탈모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데 비해, 탈모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샴푸 등 비의약품을 사용한 경험은 54%나 됐다.

만약 탈모 치료를 결심했다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탈모 치료는 하루아침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에서 12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효과가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이후에 심리적,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생각하면 조족지혈이다.

흡수 빠른, 바르는 탈모치료제 스칼프메드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한 탈모치료제가 또 있다. 바르는 발모치료제 미녹시딜이 그것. 이 성분은 강력한 혈관 확장작용이 있어 애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발모 기능이 확인되면서 탈모치료제로 변환됐다. 발모를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발 성장기간을 연장하고 모발을 굵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 성분의 탈모치료제는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개발됐으나 복용한 환자의 약 70%가 안면, 팔다리 등에 다모증이 발생하면서 바르는 약으로 바뀌었다. 프로페시아처럼 사용을 중단하면 3~6개월 뒤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단점이 있지만 바르는 약으로서 검증된 전문의약품은 미녹시딜 성분뿐이고, 특히 여성 탈모환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약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가 제조, 판매하는 바르는 탈모치료제 스칼프메드(Scalp Med)도 주성분이 미녹시딜이다. 하지만 이 제품에는 미녹시딜이 두피에 더 오래 남고, 더 잘 흡수되게 하는 6가지 보조 성분이 들어 있어 다른 제품과 큰 차이가 있다. 6가지 성분은 레티놀 50C, 글리세린, 폴리소르베이트 80, 덱스판테놀, 식물성 스테롤 등인데, 미녹시딜과 레티놀을 함께 사용할 경우 모발 재생과 모발의 굵기 증가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2007년 논문을 통해 발표된 바 있다.

이 제품의 개발자인 미국 MHL(Modern Health Labs)사 연구소장 셰인 말렉 씨는 “미녹시딜의 발모 재생효과는 이미 오래전 검증됐지만 우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욱 빠른 효과를 나타내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벌여왔다”며 “스칼프메드는 탈모를 중지시키고 탈모 진행 사이클을 되돌려서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한다”고 설명했다.

스칼프메드는 모낭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부분인 모근과 모발에 성장 작용제의 접촉시간을 늘려줘 약물이 모근에 더 깊이 스며들게 해준다. 다른 약물들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증발하는 반면, 스칼프메드는 모낭 윗부분에 안착한 다음 구멍을 채워 모근을 감싼 모낭을 통해 약물이 흡수되게 한다는 게 제약사 측의 주장이다. 미녹시딜이 잘 흡수되다 보니 모발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해 발모를 촉진하고 머리카락을 굵게 한다는 것. 즉 약물이 두피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해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뜻이다.

하루에 두 번 … 모낭 약물 흡수 발모 촉진

치료제 먹고 바르면 ‘탈모 stop!’

스칼프메드 남성용(왼쪽)과 여성용. 미놀시딜이 잘 흡수되도록 6가지 성분을 배합했다.

스칼프메드는 안전성도 검증됐다. 2006년 ‘Clinical Research Laboratories’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스칼프메드를 2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개월간 사용하게 한 결과, 중도에 사용을 포기한 15명을 제외한 209명에게서 피부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용을 중단한 경우에도 중단 직전까지 피부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됐는데, 유명 대학병원의 시험 결과 스칼프메드를 6개월간 사용한 55명의 사용자들에게서 평균 머리카락 수와 굵기가 증가했으며, 사용 전후의 사진을 통한 효과 평가에서도 사용자 모두에서 치료 후 탈모 증상이 개선됐음이 확인됐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2008년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됐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는 스칼프메드 개발사인 MHL사와 기술 제휴를 통한 독점 계약을 맺고 CJ 수원공장에서 이 약품을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미녹시딜과 보조 성분이 각각의 병에 포장돼 있어 소비자가 구입한 뒤 혼합해야 하지만, CJ가 판매하는 제품은 모든 성분이 혼합돼 있어 편리성이 높아진 게 특징. 이런 혼합기술은 오히려 개발 당사자인 미국 측에서 도입해 적용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1㎖씩 탈모 부위에 스프레이나 스포이드를 이용해 바르면 된다. 포장단위는 1개월 반 동안 쓸 수 있는 90㎖들이와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80㎖(90㎖ 용량 용기 2개)들이 두 가지가 있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마케팅팀 엄승섭 과장은 “이는 모발 재생을 위한 기간에 지속적으로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탈모 치료효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며 “남성용 미녹시딜액 5%뿐 아니라, 여성용 미녹시딜액 2%도 출시되면서 여성들의 숨은 고민인 남성형 탈모(유전성 대머리)의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09.03.31 679호 (p38~41)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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