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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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인재 키우기 각오 학생으로 돌아간 총장님

  • 허운주 어린이동아 기자 apple297@donga.com

    입력2009-03-20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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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인재 키우기 각오 학생으로 돌아간 총장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이기동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서정돈 총장(앞줄 가운데).

    “‘불치하문’(不恥下問·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음)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서정돈(66) 총장이 36년 만에 학생으로 돌아갔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석사과정)에 입학한 것이다.

    3월1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퇴계문학관의 한 강의실. 이기동 교수(유학동양학부)가 ‘학(學)’을 주제로 한 ‘논어’ 강의에 한창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가’를 ‘논어’에서 찾아보자는 것. 현대인들이 이익을 놓고 다투지 말고 ‘너와 나는 하나’라는 한마음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긴장하며 불안해하는 현대인이 ‘철학적 방황’을 통해 오히려 전혀 다른 삶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졸지 않으려고 저녁을 굶고 수업에 들어왔다”는 서 총장은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메모하며 강의에 집중했다.

    “석양이 아름답다고 느끼면 아직 젊다는 것이고 서글프다고 느끼면 늙었다는 것입니다. 마음은 늘 청춘인 듯해도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이 교수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서 총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 최고경영자에까지 오른 그가 다시 학생이 된 까닭도 ‘석양이 서글프다’고 느꼈기 때문. 서 총장은 총장직은 계속 수행하지만 2월 말 교수직을 떠났다. 가르치는 일에서 물러난다고 생각하니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어 공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문사철(文史哲)’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의학도로서 실용적인 학문만 공부했는데 이번 기회에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서 총장은 또 “이번 수업에서 공부한 ‘배우는 기쁨(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을 제대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실용주의와 인문학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그가 이제는 강조를 넘어 직접 ‘명품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얘기다. 성균관대는 전국 상위 1% 인재를 뽑아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시켜 글로벌 리더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공부만 잘하는 리더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명품인재는 실력에다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전문 지식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명품인재 육성을 위해 스스로 유학을 공부하는 그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볼지 기대된다.

    서 총장은 경북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의학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내과학 전공)를 받았다. 서울대 의대 교수와 성균관대 의대 학장을 거쳐 2003년 성균관대 총장이 됐다. 한편 ‘상관’을 ‘제자’로 맞은 이 교수는 “지위(총장)를 고려하지 않고 원칙대로 성적을 매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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