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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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은 제대로 하셨나요”

외도 ‘현장’ 잡아도 위자료 액수에 한계, 배우자 재산 먼저 파악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3-20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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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 재산분할은 제대로 하셨나요”
    임세령 씨는 얼마나 받았을까.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부인 임세령 씨가 10년여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하기로 합의하면서 임씨가 받은 위자료와 재산분할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자료는 결혼생활 파탄에 책임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정신적 고통의 대가’를 가리키는 말. 이에 비해 재산분할액은 결혼 후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눈 액수를 가리킨다. 임씨는 이혼 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10억원과 5000억원대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법원 조정을 통해 이혼하고 세부 사항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전무의 재산에 비춰볼 때 임씨가 받은 돈은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최고액 이혼’은 2004년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의 경우. 김 사장은 당시 전 부인에게 재산분할 형식으로 엔씨소프트 주식 35만6461주를 줬는데, 이는 시가로 300억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임씨가 이 전무와 이혼에 합의하지 못하고 판결에 이르렀을 경우 그의 지갑은 의외로 홀쭉했을지 모른다. 우리 법원은 혼인기간, 청구인의 나이, 자녀 수, 이혼 원인 등을 바탕으로 위자료 산정 기준을 세워두고 그에 따라 액수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 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김수진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위자료 판결을 내릴 때 대체로 ‘인색하다’.

    ‘주간동아’는 서울가정법원이 위자료 판결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위자료 산정표’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10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자녀가 2명인 30대 초반 여성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때문에 이혼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2000만~3000만원 수준이다. 배우자의 재산 상태, 책임의 정도 등에 따라 액수가 가감될 수 있지만 대개 3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혼 청구인의 나이가 60세 이상이고 혼인기간이 35년 이상이면서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최고 1억원까지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명숙 변호사는 “결혼생활 10~20년차 부부의 경우 위자료는 보통 3000만원 선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껏 수임한 사건 가운데 부인이 위자료 1억원을 받은 사례가 한 건 있는데, 남편이 지속적으로 외도를 하면서 혼외자식을 두고, 외도 상대자와 결혼하기 위해 본부인을 학대·모욕하며 수시로 이혼을 요구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결혼생활이 극단적으로 파탄에 이른 경우가 아니면 고액의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수진 변호사는 “교통사고 등으로 사람이 사망했을 때 지급되는 위자료가 6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법원이 이혼 위자료를 높게 매기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혼인기간 10년 넘으면 유산도 분할

    “이혼? 재산분할은 제대로 하셨나요”

    이혼이 늘어나면서 ‘현명한’ 이혼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할 경우, 외도 사실을 증명하면 위자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오해한다. 그래서 ‘현장’을 잡으려고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남편의 잘못이 아무리 커도 위자료 액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상대방의 재산을 제대로 파악하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주장해 재산분할을 받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우리나라 이혼 소송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것도 재산분할이다. 재산분할 비율에 따라 이혼 시 오고 가는 돈의 액수가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형성한 재산이다. 민법에는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명기돼 있다. 과거에는 여성이 전업주부일 경우 법원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30% 이하로 정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2~3년 전부터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여성에게도 50%를 분할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이 형성한 재산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서울가정법원 이명철 공보판사는 “결혼 전에 형성한 재산이나 결혼 후 한 사람이 상속받은 재산을 ‘특유 재산’이라고 하는데, 혼인 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 이 재산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배우자의 노력이 있어야 특유 재산이 10년 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는 상대방이 재산 유지나 감소 방지에 기여한 정도, 이혼 사유, 생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 대상과 비율을 결정한다.

    이혼 관련 산업 번창

    이명숙 변호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산분할 과정에서 여성의 기여도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배우자의 재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재산을 형성 또는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한 역할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기만 하면 정당한 비율로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혼 소송을 전담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법률정보전문사이트 로마켓이 2007년 직전 3년간 소송 수행건수 상위 10위 내 변호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혼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고순례 변호사는 221건의 소송을 수행해 1위를 차지했다. 김삼화, 김수진, 이명숙 변호사 등 10위 안에 포진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3년 동안 수행한 소송 건수도 100건을 훌쩍 넘겼다.

    “이혼? 재산분할은 제대로 하셨나요”

    실제 이혼 사례를 토대로 제작되는 KBS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일반 변호사가 1년 동안 수행하는 소송 건수가 보통 10회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얼마나 일이 몰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김수진 변호사는 “전화·온라인·방문 등 세 가지 창구를 통해 이혼 상담을 받고 있는데, 전화·온라인으로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하루에 10건 이상이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도 매일 1~2명 된다”고 밝혔다.

    이혼 전문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담료도 크게 높아졌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10분에 3만원, 1시간에 15만원 수준. 전화 및 온라인 상담은 무료인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은 상담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 현황 파악하는 법, 기여도를 인정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자료, 상대방의 결혼생활 파탄 책임을 주장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 수집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수임료는 재산분할 소송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받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이혼 관련 산업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는 액수가 큰 기업 인수합병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형사사건 수임에 관심을 쏟던 로펌에서도 이혼 소송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삼화 변호사는 “아직은 개인 변호사가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대형 로펌 한두 곳에서 이혼 사건 전담부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상담하러 온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정말 이혼하고 싶으냐. 충분히 생각해봤느냐’는 것”이라며 “이혼은 부부 두 사람과 자녀에게 큰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절대 권할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서로에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헤어질 수 있도록 변호사를 만나 자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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