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2009.03.24

수액, 그 놀라운 생명水

유기·무기 성분 2~3% 함유한 ‘가장 인간친화적인 물’

  • 강하영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화학미생물과장·농학 박사 hykang@forest.go.kr

    입력2009-03-20 12: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액, 그 놀라운 생명水
    화학적으로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는 똑같은 물이 하나도 없다. 고로쇠나무가 생산하는 수액 또한 물의 한 부류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 수액은 여느 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뿌리털에 의해 걸러진, 정제된 물이기 때문이다. 수액에 함유된 성분은 수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2~3%의 유기·무기 성분과 97~98%의 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수액에 녹아 있는 당, 아미노산, 지방산, 미네랄 등 그 ‘2~3%’를 차지하는 성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해왔다. 따라서 이들 성분의 함량에 대한 자료는 비교적 상세히 보고돼 있다. 연구자들은 수액의 생리활성 기능을 언급할 때도 언제나 이들 성분의 기능성을 가지고 말한다. 물론 맞는 방법이다.

    상온에서 1년 방치해도 물분자 구조 불변

    그러나 여기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수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의 역할을 배제한 점이다. 수액은 유기성분과 무기성분이 골고루 녹아 있는, 인체에 이상적인 물이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인간친화적인 물이 아닌가 싶다. 수액 내 물의 존재를 배제하고 수액의 기능성을 논하는 것은 큰 부분을 간과한 셈이다. 왜냐하면 물은 매우 다양한 생리활성을 가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은 한 분자의 산소와 두 분자의 수소로 이뤄져 있다. 물분자는 단독으로 존재(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수소결합에 의해 여러 개의 물분자가 중합체[(H2O)n] 형태로 존재한다. 물의 구조를 분석할 때는 물분자 사이에 존재하는 수소결합(O:--H 결합, hydrogen bond)의 세기를 측정함으로써 물분자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 17O-NMR 분석법에서는 반치폭을 가지고 판단하는데, ‘그림 1’처럼 피크 기저부에서 꼭짓점까지 2분의 1인 지점의 폭에 해당하는 값을 Hz(헤르츠) 단위로 표시하게 된다.



    수액, 그 놀라운 생명水
    수액의 물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고로쇠나무, 다래나무, 대나무 수액과 수박·밀감 여과액즙의 분석결과를 가지고 사람의 소변과 비교해 ‘그림 2’에 나타냈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채취원액, 원액을 상온에서 1년간 방치한 것, 가열처리 후 밀봉 저장한 것 등 세 종류를 사용했다.

    분석치를 보면 채취원액은 1년간 상온에서 방치해도 물분자 구조에 변화가 없었으나 가열처리를 하면 밀봉 저장하더라도 물의 분자구조가 2배 정도 커진다. 이는 클러스터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액은 가열처리를 하면 물의 구조와 성질이 달라져 물맛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에너지 등 추가 경비를 부담하게 돼 원가상승의 원인이 된다. 살아 있는 생명수를 죽은 물로 만드는 꼴이므로 수액의 가공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임업 경영도 가능

    다음으로 대나무 3종의 수액 중 맹종죽 수액은 왕대나 솜대보다 2배 정도 큰 물분자 집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것은 예상 밖의 결과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수박, 밀감 등 과일의 액즙도 고로쇠나무 수액과 비슷한 물분자 구조를 하고 있었다. 이들 수액 중 사람의 소변(80Hz)과 유사한 물분자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은 수박 액즙(76Hz)과 밀감 액즙(86Hz), 고로쇠나무 수액(86Hz)이었다. 즉 이들 수액의 물분자 집단 크기는 인체에서 배출되는 소변의 그것과 비슷하다. 수액을 마시면 소화 흡수가 빨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배설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 수준에 그친다. 앞으로 많은 연구자들을 통해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몸속의 물은 늘 살아 있는 세포의 순환작용에 따라 움직인다. 몸에 못이나 파편이 들어가면 썩거나 녹슬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다. 이는 우리 몸속의 물이 썩지 않는 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6·25전쟁 때 박힌 파편이 아직도 제재소에서 나무를 가공하다 발견되기도 한다.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쇳조각이 녹슬지 않고 나무에 남아 있는 것은 나무 속의 물이 일반 물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체의 물과 나무 속의 물은 적어도 ‘쇳조각을 녹슬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썩지 않는 물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수한 용도를 제외하면 고로쇠나무를 포함한 수액채취 자원수종은 원목 가격으로 추정할 경우 20만원/㎥이 넘지 않을 것이다. 수액 채취가 가능한 한 그루의 나무에선 연간 적게는 10ℓ에서 많게는 40ℓ까지 수액이 나온다. 1그루당 연평균 20ℓ의 수액이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10년에 50만원의 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추정컨대 1000그루의 나무에서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벌채하지 않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임업 경영도 가능하다.

    경제적 이익을 높이려면 수액자원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천연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액채취 가능 수종의 대단위 인공조림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의학적 효능 등 생리활성 기능을 해명해 건강 증진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수액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