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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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각을 했더라면…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3-12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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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생각을 했더라면…
    봄이 시작되는 3월. 날은 솔솔 풀렸는데 또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운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얼마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초등학생 남매가 목 졸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범인은 다름 아닌 남매의 어머니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여성은 남편과의 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평소 우울증을 겪어왔다고 진술했답니다. 심적 고통이 쌓이고 쌓여 끔찍한 범행의 동기가 됐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엄마가 감기약이라고 놓아준 수면유도제가 온몸에 퍼지며 나른해졌지만, 엄마가 전깃줄을 만지작거릴 때까지 아이들은 방글방글 웃고 있었겠죠. 엄마가 아픈 사람 낫게 해주는 간호사였으니 아이들이 무슨 의심을 했겠습니까. 그러다 갑자기 찾아든 공포감, 숨이 멈추는 마지막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의 비정한 얼굴을 보면서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요.

    이제 자식 둘을 어이없게 떠나보낸 어머니는 친아들을 살해한 그리스 신화 속 메데이아처럼 ‘희대의 악녀’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며 한평생을 살겠죠. 배 아파 낳은 소중한 선물을 자기 손으로 하늘로 보내고 그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졌는지, 아이들의 목을 조르기 전 수면유도제를 놓아준 것이 엄마의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네요.

    경찰 조사에서 정신이 돌아온 그는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딸이 자식을 낳으면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을 힘들게 키워준 어머니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했다면…. 더는 천륜을 끊어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남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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