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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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의 우아한 세계

  • 한지엽비뇨기과 원장

    입력2009-03-12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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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자의 우아한 세계
    동물의 왕국에서 주인공은 단연 수사자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암사자가 사냥한 먹이를 가져다 바친다. 번식기가 되면 암사자들은 거의 동시에 암내를 풍기는데, 천적이 없는 수사자는 느긋하게 암사자들과 차례로 교미한다.

    수사자의 상징은 풍성한 갈기다. 힘과 권위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싸울 때 목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발달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사냥을 하기가 어렵고 천생 암사자에게 식량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사자가 몸집을 키우는 이유도 그 때문. 젊은 경쟁자를 누르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무리를 지키려면 덩치, 즉 힘이 필요하다.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이 조폭을 이끌고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정글 속 수사자다. 그의 일상은 칼 맞아 죽는 것보다 과로사할 확률이 더 높다. 우아함을 가장하는 삶은 수사자의 갈기만큼이나 덧없다. 암사자 무리는 식량과 성을 미끼로 수사자를 무한 경쟁시킨다. 굶주림과 성욕, 세상에서 이 두 가지만큼 절박하고 무섭고 리얼한 게 또 있을까? 힘에서 밀리는 순간, 암사자들은 새로운 챔피언에게로 이동한다.

    한국의 40대 남성은 괴롭다. 자료에 따르면 40대 2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이며, 4명 중 1명은 당뇨 환자다(잠재 환자 포함).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여성보다 2.7배 높은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내들도 남편의 몸집을 키워줘야 한다. 정글 속에서 갈기를 세우고 앞다리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아내의 응원의 힘이다. 아내가 옆에서 도와주고 보살핀다는 믿음이 있어야 남편의 기가 산다. 그것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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