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2009.03.10

골키퍼 유럽 진출 1호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3-06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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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키퍼 유럽 진출 1호
    ● “10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꿈꿔왔는데 드디어 이뤘네요. 이제 10년 뒤를 기약하는 다른 꿈을 꿔야죠. 2018년 월드컵 대표팀 주전 골키퍼?(웃음)”

    한국 축구 역사상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권정혁(31·전 FC서울) 선수.

    그토록 열망하던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고 나니 들뜬 모양이다. 권 선수는 2월23일 핀란드 1부 리그 ROPS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차범근 허정무에서 박지성 김두현 이영표 등까지 필드 플레이어들의 유럽 진출 사례는 넘쳐나지만 유독 골키퍼는 유럽 무대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권 선수가 한국 축구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다. ROPS가 먼저 입단 제안을 해왔지만 그는 사실 고려대 재학 시절부터 유럽 진출을 준비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축구부 훈련 시간이 빠듯함에도 영어 강의는 모조리 수강했고, 선수로선 ‘이례적’으로 토익과 회화학원에도 다녔다. 프로팀 울산, 포항, FC서울에서 뛸 때도 훈련 외 시간에는 영어 실력을 갈고닦았다. 유럽 전지훈련 때는 공항에서 외국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해진 뒤(?) 그들과 e메일, 전화, 편지 등을 주고받으며 회화 및 작문 실력을 키웠다.

    “공항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우크라이나 등등 친구가 안 된 여성이 없어요.(웃음)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영어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 같아요. 동료들이 저를 이상하게 봤는데 제 처지에선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친구로만 지냈냐고요? 그건 노코멘트입니다.”

    권 선수는 포르투갈어도 수준급이다. 브라질 등 남미 출신 용병들과도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다. ROPS는 그의 타고난 성실함과 실력은 물론, 외국어 실력에도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 이제 한국의 골키퍼가 수준급의 외국어 실력으로 유럽 선수들을 필드에서 호령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영어로 수비수들에게 호통쳐 볼게요.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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