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2009.03.10

“스페인 국왕 십자훈장 받았어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3-06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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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국왕 십자훈장 받았어요”
    ●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 임재식(46·사진 오른쪽) 단장 겸 지휘자가 최근 스페인 국왕 십자훈장(Cruz de Isabel la Catolica)을 받았다. 십자훈장은 스페인 정부가 문화 교류와 우호관계 증진에 이바지한 내외국인에게 주는 훈장. 한국인으로는 임 단장이 처음이다.

    “한국에는 스페인 노래, 스페인에는 한국 노래를 소개한 일을 높이 사준 것 같아요. 개인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해서 받았다고 생각해요.”

    임 단장은 1998년 스페인 국영TV 방송합창단 테너장을 맡을 때 우리 민요와 가곡을 단원들에게 처음 소개했다.

    “알리고 싶었거든요. 우리는 초등학생 때 ‘에델바이스’를 배우잖아요. 스페인 음악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리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이듬해에는 합창단 80명 가운데 ‘에이스’ 25명을 선발해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Grupo Vocal Millenium)’을 창단한 뒤 본격적으로 한국 노래를 가르쳤다.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자부심 강한 단원들은 ‘동양 음악’을 가르친다며 등을 돌리기도 했다. “민요를 가르칠 때 조사 ‘은’ ‘는’의 발음 때문에 애먹었어요. 스페인어 알파벳 위에 ‘움라우트’ 같은 특수부호를 표시하면서 발음을 가르쳤죠.”



    단원들의 수준이 기대만큼 올라가자 슬슬 공연이 하고 싶었다. 문제는 돈. 대기업의 스페인 현지 법인을 찾아가 한국 문화를 알려야 제품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며 매달렸다. 수차례의 제안 끝에 스페인 국립극장에서 처음 ‘옹헤야’ ‘경복궁 타령’ 등이 울려 퍼졌고, 교민들은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2001년부터는 국영TV의 출연 제의를 받아 공연 실황이 매년 전파를 타고 있다. 유럽과 이스라엘에서 공연이 이어졌고, 한국에서도 매년 8월경 4∼5차례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도 8월 말 내한 공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다.

    임 단장은 한양대 음대에 재학 중이던 1983년 스페인으로 건너가 스페인 왕립고등음학원을 수석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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