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It- Kiss

  • 김민경 holden@donga.com

    입력2009-02-19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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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Kiss

    세상엔 정말 다양한 키스가 있어요. ‘세기의 키스’처럼 보였던 다이애나비와 찰스 왕세자의 키스는 마놀로 블라닉이란 구두를 알린 것 외엔 별 의미가 없었던 것 같죠? 키스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운데는 작가 고상우의 ‘The Kiss’란 작품이고, 아래는 한국전을 열고 있는 클림트의 ‘키스’입니다.

    가끔 무척 탐나는 물건을 발견하면, 사고 싶은 정도를 넘어서 제가 어울리는 손님을 찾아내 ‘잘’ 팔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반짝반짝 눈이 부신데 왜 알아봐주지 않으세요. 1년 뒤, 아니 일주일만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이걸 보고 감탄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건 ‘바로 그것!(it)’이란 수식어를 달 수 없어요. 은근히 억울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싶어져요. 여기 이것 좀 보세요!

    예를 들면 이제는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해져버린 마놀로 블라닉의 날씬하게 휘어진 굽을 처음 보았을 때죠.

    “석순처럼 쭉 뻗은 구두의 굽을 봐주세요.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현명한 여성의 옆모습 같죠? 터무니없이 높고 뭉툭한 플랫폼 힐(키높이 굽이라고도 불리는)이 얼마나 흉한지 알 수 있어요. 이 구두를 신은 여성의 발등이 얼마나 섬세한지, 다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커브를 이루는지, 그녀의 자세가 얼마나 우아한지 봐주세요. 아, 사고로 죽은 영국의 다이애나비가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이 파탄에 이른 것이 알려진 날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고 혼자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는 거 알고 계세요? 늘 남편 옆에서 납작한 구두만 신던 다이애나가 왜 그때 힐을 신었을까요? 그날 다이애나는 마놀로 블라닉을 선택했어요. 마놀로 블라닉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요.”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고상우 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 다시 같은 종류의 흥분을 느꼈지요.

    “이 작품은 현대미술계에서 환영받을 만한 거의 모든 조건을 갖고 있어요. 아름다움에 대한 고전적인 가치를 간직하면서 팝아트적 즐거움도 갖고 있거든요. 패셔너블하죠? 마치 겐조의 컬렉션처럼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색을 보세요. 사진 프린트 형태지만, 작가의 지난한 노력과 아이디어,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에서 물질적인 아우라도 간직하고 있어요. 6개 에디션이 제작됐는데, 다 팔리고 하나 남았으니 서둘러주세요. 무엇보다 오늘날 마케팅에서 중요한 유명인사들의 스토리가 어른거린다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만한 작품이랍니다. 말하자면 스타마케팅이 된다는 거예요. 아, 어떤 이야기인지는 특별히 관심이 있으시다면, 조용히 알려드릴게요.”



    현대의 마케팅에서 그것이 구두 브랜드든, 순수 미술이든 ‘팔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대의 ‘잇 아이템’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필요해요. 그래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브랜드의 이름을 은유하도록 전략을 세웁니다. 작가들도 강렬하다 못해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성공하면, 여러 가지 기회를 얻게 되니까요.

    작가 고상우는 유명한 중견 조각가의 아들입니다. 첫 전시에서 마릴린 먼로로 변신하는 작업으로 단번에 이목을 끌었지요.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뚱뚱한 체구에 5등신인 여성 모델’을 기용해 보디페인팅을 하고 사진을 찍어 반전 현상하는 기법의 작업을 해왔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을 ‘반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죠. 이번에 그는 한 방송인과 그녀의 실제 연인 커플, 그리고 해외 입양된 한국 여성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프랑스계 혼혈 남성 가수 커플(실제 애인 관계는 아니랍니다) 등을 모델로 한 작품을 보여줍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죠. 그의 작품 ‘키스(Kiss)’를 ‘잇 위크’로 추천해요. 아,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도 있군요.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클림트 황금빛 비밀’도 ‘잇 위크’에서 빼놓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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