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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생존? 로망? 잘하면 다비드상, 못하면 평생 후회

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2월10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진료 대기실. 대입 시즌을 앞두고 병원 상담창구는 삼삼오오 짝을 이뤄 찾아온 예비 새내기들로 북적인다. 성형수술 후 예뻐질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수다를 떠는 고교 졸업반 중에는 남학생이 절반에 육박한다. 그들 가운데는 고교 1년생도 눈에 띈다.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선 학생이 원장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불쑥 한마디 던진다.

“저도 수술을 받으면 F4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학생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았다는 사진은 요즘 중·고등학생, 대학생 가릴 것 없이 젊은 층에게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 남자 연예인 4명이 함께 찍은 것이다.

“죄송한데요. 학생은 아직 몸의 성장이 끝난 게 아니어서 지금은 안면 윤곽술이나 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가벼운 지방이식술 같은 것은 가능한데, 그걸로는 이 사진처럼 될 수 없어요.”

전국 성형외과의 절반이 모여 있다는 서울 강남 성형타운에는 유례없는 경기불황 한파에도 ‘꽃남 바람’이 한창이다. 피부과는 이미 2~3년 전부터 젊은 남성의 에스테틱과 남성 레이저 시술이 총 진료건수의 40%가 넘어선 지 오래. 성형외과도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남성 환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본격적인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많은 곳도 환자의 25%가 남성이다. 자가 지방이나 보형물 이식 등 가벼운 수술을 주로 하는 클리닉은 남성 비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강남 성형타운 남성 환자 북적

서울 청담동 김형준성형외과가 지난해 남성 환자 상담건수를 분석한 결과 20, 30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여성이 눈에 대한 성형 수요가 많은 반면 남성은 코 성형이 대세를 이뤘다. 코는 턱 라인과 함께 얼굴 전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큰 부위. 이는 젊은 남성들이 피부 시술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미남’ 성형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이식술로 잘 알려진 훈성형외과는 20대(40%)와 30대(30%)가 남성 성형의 70%를 차지한다(40대와 50대는 각각 15%).

7~8년 전만 해도 남성 성형이라고 하면 성기 확대술과 복부지방 흡입술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다 몇 년 뒤부터는 남성들이 주로 원하는 성형 부위가 가슴근육(일명 ‘갑바 수술’)으로 확대되더니 지난해 무렵부터는 얼굴과 피부에까지 칼과 레이저를 대는 풍조가 일어났다. 성형수술의 부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 변화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권위주의 시대가 요구하던 훌륭한 남성상이 강한 수컷의 이미지, 즉 성적 지배력을 지닌 카리스마 있는 몸매였다면 이제는 부드러우면서도 예쁜, 그리고 신뢰감 가는 얼굴이 경쟁력을 얻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이 ‘꽃남’ 성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얼굴 성형도 마찬가지. 강남 성형타운 클리닉들에 따르면 요즘은 강한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쇄도한다는 것.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남자 연예인들도 강인한 남성적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시술을 원하는 추세”라며 “남자 연예인 또는 연예인 지망생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시술이 네모턱을 부드러운 V라인 사각턱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전한다.

꽃남 성형을 하려는 20, 30대 남성들이 실제 가장 많이 원하는 수술 부위도 코와 턱이다. 코는 날렵한 듯 부드러운 조인성의 코가 가장 인기다. 코 성형 전문인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코가 콤플렉스라면 우선 펑퍼짐하게 내려앉은 콧등을 높이는 융비술과 코끝을 버선 모양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성형을 함께 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각 인공 보형물과 자가 연골이 들어간다. 거기에 콧구멍을 줄여주면 완벽한 모습의 코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꽃남 얼굴의 핵심은 역시 분명한 듯 부드러운 턱선. 강남 성형외과에선 턱이 아예 없는 ‘무턱’ 남성에겐 실리콘이나 자가 지방을 넣는 턱 라인 재생술을 하고, 사각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안면 윤곽술을 권한다. 요즘 강남 성형외과에는 과거 심심찮게 사람이 죽어나가던 전면 윤곽술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V라인 턱 시술이 등장해 인기를 끈다.

그런가 하면 ‘미중년’을 원하는 40대 이상은 눈 밑 주름과 눈가, 미간, 이마의 주름, 팔자 주름을 없애는 시술과 복부지방 흡입술이 대세를 이룬다. 한마디로 ‘이 나이에 몸에 칼 대서 뭐 하겠냐’는 심리다.

꽃남 바람은 성형외과뿐 아니라 피부과와 치과에서도 세차게 불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는 남성에게 고운 피부는 꽃남 이미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로망이다. 신촌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최근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꽃남 조건에 부합하려면 모공, 여드름 흉터, 수염 세 가지가 적어야 하는데, 이들 문제는 레이저 시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실제 많은 젊은 층이 이런 시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 피부과 환자 중 40%는 남성이다.

로망형보다 생존형 성형이 대세

드라마에 등장하는 꽃남은 한결같이 미소가 일품인데, 웃을 때 드러나는 분홍색 잇몸과 하얀 치아는 꽃남의 귀족적 이미지에 품위를 더한다. 지오치과네트워크 부천점 노원기 원장은 “치아와 잇몸 색을 깨끗하게 하는 구강미백은 얼굴 전체를 환하게 만들고 한결 젊어 보이게 하는 동안(童顔) 효과가 있다. 미백술을 받는 환자의 대부분이 20, 30대지만 미백술을 하기 전에 잇몸 염증과 세균을 제거하는 게 먼저”라고 충고한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꽃남 성형’의 발원지를 메트로섹슈얼과 그루밍족의 탄생 등 세태 변화에서 찾는다. 이런 변화는 남성적 카리스마와 여성적 아름다움을 함께 지닌 꽃남 연예인을 출현시켰고, 이들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의 대성공은 예쁜 남자 신드롬에 촉매제 노릇을 했다. 영화 ‘왕의 남자’로부터 시작된 연예계 꽃남 열풍은 모델계에선 이미 대세가 됐고,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꽃보다 남자’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들 드라마와 영화엔 알게 모르게 동성애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들어 있는데, 이로 미뤄보면 남성이 다른 남성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도 과거의 남성성 일변도에서 부드러운 여성성 쪽으로 이동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남 성형의 유행에는 외과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5년 전만 해도 얼굴 성형은 전신을 마취하고 째고 깎는 게 주류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째고 깎는 부분을 최소화해 마취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길게는 두 달씩 걸리던 회복기간도 짧으면 사흘, 길게 잡아도 몇 주일이면 충분하다.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은 “웬만한 성형은 자가지방 이식술과 인공 보형물 삽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어 직장인과 학생들도 금요일에 시술받고 월요일 일상으로 돌아가는 주말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창 일의 매력에 빠져 있어야 할 젊은 층이 꽃남 성형 열풍에 가세한 진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강남 성형 공화국’의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남성 신데렐라가 되겠다는 로망에서 비롯된 경우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사회적 생존과 목적 달성을 위해 꽃남 성형을 선택한 경우”라고 말한다. 꽃남 성형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취업, 비즈니스, 조직 동화(同和), 결혼, 자신감 회복이라는 다섯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 것. 관상 성형 전문가이기도 한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은 꽃남 성형의 ‘그림자’를 이렇게 지적한다.

“무조건 특정 연예인의 얼굴과 똑같아지고자 하는 무분별한 시술은 남녀를 불문하고 후회를 낳죠. 얼굴이 모두 다른 이유는 각자의 매력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형수술이 불가능한 10대 청소년의 상담이 늘어가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뭔가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외모 지상주의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는 얘기 아닐까요?”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14~16)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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