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전쟁은 길어야 한 달

치밀한 작전에 하마스 피해 속출 … 2月 총선 전에는 끝날 듯

  • 이스라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입력2009-01-07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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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전쟁은 길어야 한 달

    지난 12월29일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시커먼 연기가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성탄의 들뜬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2월27일 오전, 이스라엘 공군전투기가 가자지구 내 하마스 관련 시설에 공습을 감행했다. 이날 하루에만 2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단일 공격에 의한 희생자 수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희생자가 이렇게 많았던 이유는 하마스 측의 방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유대인들이 안식일로 지키는 토요일에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평소 휴일과 마찬가지로 많은 병사에게 외박을 허가했고, 전날인 금요일에는 그간 봉쇄해온 가자 국경을 이례적으로 열어 구호품 차량의 통행을 허락했다. 공습이 있으리라는 징후를 철저히 감춘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하마스 조직원이 평소와 다름없이 관련 시설에 있다가 희생됐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약 6개월간 지속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협정이 지난 12월19일 종료되고, 휴전 연장에 대한 합의가 무산되면서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불안하나마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휴전협정이 종결됨으로써 언제라도 양측이 무력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측에 가자지구를 양도했다. 이후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쏘아올린 ‘카삼 로켓’은 이 지역에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도시들에게 큰 위협이 됐다. 카삼 로켓의 사정거리는 10~20km로 이 거리 안에 거주하는 약 25만명의 이스라엘 주민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로켓 때문에 집과 대피소를 오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부에 조속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것이 이스라엘 정부에겐 부담이 됐다.

    이스라엘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거듭되는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현 연립내각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자 국민의 원성이 높아졌다. 야당연합의 우파 지도자들도 현 내각의 유약한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원내 1, 2당이면서 현 내각의 양 축을 구성하는 카디마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양당의 당수이면서 차기 총리 후보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과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의 인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야당연합을 구성하는 우파정당들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그중에서도 원내 제3당인 리쿠드당과 당수인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이에 카디마당과 노동당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묘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세계 언론들은 헤즈볼라-하마스 간 연대투쟁이나 중동전쟁으로의 확대 가능성을 전망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상당 부분 과장, 왜곡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스라엘도 레바논 헤즈볼라의 개입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의 상흔을 회복하지 못한 현실을 무시하고 헤즈볼라가 이번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또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주변국들이 전쟁에 개입한다는 전제 아래 나오는 보도인데,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해관계를 뒤로한 채 남의 전쟁에 개입할 나라는 없다. 2차 레바논 전쟁 때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지만, 헤즈볼라의 최대 지원국인 이란이나 시리아조차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주변국들에서 나오는 ‘하마스와의 연대투쟁’ 구호는 레토릭일 뿐 이번 사태는 철저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이자 양자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고, 또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의 조속한 종결과 양자 간 장기 휴전협정 체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에서 개입하리라는 시각이 현실적이다.

    이제 이스라엘의 관심사는 언제 이번 작전을 종결할지 여부다. 이번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은 작전의 목적이 “하마스에게 쓰디쓴 종말을 맞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선에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가비 아쉬케나지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은 “수일 내 끝날 작전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공습만 했지만, 사태 발발 이틀 후 6700명의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 나흘째 되는 날엔 추가로 2510명에 대한 동원령이 내려져 언제라도 명령만 떨어지면 지상군이 투입돼 사태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간인 볼모로 벌이는 싸움

    현재까지의 사태 전개 양상을 바탕으로 전망하자면 분명한 점은 이스라엘의 작전이 절대 하마스를 와해시킬 수 없고 로켓 공격을 중단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약 1만5000명의 하마스 조직원들이 있다. 이들을 뿌리 뽑으려면 그 몇 배가 되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는데, 수천명의 병력으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다만 하마스 조직과 로켓 공격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지상군 투입 여부에 대한 답은 ‘투입’ 쪽으로 기운다. 그래야만 이스라엘이 원하는 일정 정도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하면 작전 기간에 대한 답도 나온다. 사태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놓은 이상, 일정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작전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제한’은 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자가 속속 발생하는 상황을 유엔, 유럽연합, 미국 등 국제사회가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는 1월20일에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가 취임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동반자 관계를 고려할 때 새 미국 대통령의 첫 임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도 부담이다. 더욱이 2월에는 이스라엘 총선이 있다. 전쟁 중에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따라서 사태는 그 전에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 종결의 형태는 국제사회의 중재와 압력에 의한 휴전협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서는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양측 모두 사태를 길게 끌어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남부지역의 지속적인 평온을 위해 장기 휴전협정을 원할 것이고, 하마스 측은 조직이 정비되는 대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단기 휴전협정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 발발 닷새째를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38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는 1000명이 넘는다. 이 중 60여 명은 순수 민간인이다. 결국 현 사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각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휴전협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간인을 볼모로 벌이는 한판 싸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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