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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1급 공무원 160명 최초 정밀 입체분석 … 행시 22~24회 주축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나이 54세,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하고, 1980년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남성.’ 현재 대한민국에서 1급 공무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의 표본이다. 여성이 1급 공무원이 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주간동아’가 최근 단독 입수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1급 공무원 명단을 토대로 나이와 출신지, 출신 고교 및 대학, 고시 출신 여부 등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2008년 7월31일 현재 기준으로 작성된 행안부 명단은 청와대, 그리고 소속 고위 공무원 대부분이 재외공관장인 외교통상부 등을 제외한 전 부처 및 산하청과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것으로 모두 160명이다(22~25쪽 1급 공무원 명단 참조).

분석 결과에 따르면 1급 공무원 160명 가운데 고시 출신이 129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비율로 치면 80%를 조금 웃돈다. 10명 중 8명이 고시 출신인 셈이다. 고시 출신 중에는 행정고시(이하 행시) 출신이 11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기술고시 9명, 외무고시(이하 외시) 2명, 사법시험(이하 사시) 1명 순으로 나타났다(21쪽 그래프 참조). 일반직 공무원 대부분이 행시 출신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사시 출신은 대부분 법조계, 외시 출신은 재외공관장으로 진출한다.

사시 출신 1명은 1987년 사시와 행시, 양과에 합격한 김칠준(49)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다. 2007년 1월 현직에 오른 그는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쳤다. 외시 출신 2명은 추규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행안부 소속 하태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으로 두 사람 모두 외교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1급 공무원 평균 나이는 54.1세. 그런데 고시 출신이 비고시 출신보다 조금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 출신은 53.8세인 데 비해 비고시 출신은 55.6세로 두 살가량 많았다.



연령대별로 봐도 50대가 150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40대 6명과 60대 4명이 눈에 띌 정도. 1급 공무원 정년이 60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60대 이상은 대부분 외부에서 수혈된 전문가이거나, 퇴임했다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다시 복귀한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뜻이다(21쪽 그래프 참조).

최고령 1급 66세, 최연소는 43세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올해 66세로 1급 공무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석동 농업과학기술원 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원장은 농촌진흥청 연구운영과장을 거쳐 연구관리국장, 연구개발국장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정책연구위원으로 남아 작물 및 바이오그린21과 연계한 연구를 담당했다. 그러다 2007년 1월 농업과학기술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김 원장은 2008년 8월에 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행안부의 명단 작성 시점까지 현직이었기 때문에 명단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

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64세인 김양식 한국농업대학 학장이다. 김 학장도 비고시 출신이다. 전남 장성군 농협 상무와 농협 전남연수원장를 거쳐 농협중앙회 광주·전남지역 본부장, 전남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벤처농업포럼 회장에 이어 대통령직속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제1분과위원을 맡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5월 현직에 올랐다. 전형적인 외부 수혈 전문가다.

40대는 고시 출신 가운데 승진이 빠르거나 별정직 공무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나이가 적은 1급 공무원은 행안부 소속 문용욱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으로 올해 43세다.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시절 수행비서 출신인 문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청와대 비서실과 국정상황실, 부속실 등에서 근무한 것이 이전까지 공직생활의 전부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을 맡았다.

고시 출신 중에는 행시 27회인 장대섭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위원장이 49세로 가장 나이가 적다. 서종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이 49세로 나이가 같지만 행시 25회 출신으로 장 위원장의 선배다. 장 위원장의 승진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는 뜻이다. 1983년 행시에 합격한 그는 84년 총무처 행정사무관으로 부임해 2008년 3월 국가보훈처 1급인 보훈심사위원장까지 25년 만에 승진했다.

서 차장도 고시 동기 중에서는 승진이 빠른 편에 속한다. 행시 출신 117명 가운데 1급 공무원에 가장 많이 오른 기수는 35명을 기록한 23회다. 각각 22명과 21명을 배출한 24회와 22회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그 다음이 17명을 낸 21회다. 25회 출신은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시 출신의 8.5%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서 차장은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2경제분과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이듬해 3월 현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가 1급에 오르기까지 걸린 기간은 27년이다.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행시 최고참은 이염(57) 전 국정홍보처 국가이미지지원단장이다. 국정홍보처가 사라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본부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74년 16회 행시 출신이다. 75년 국방부 사무관에 임용되면서부터 2008년까지 34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그의 이력은 무척 다채롭다. 국방부에서 공직 초년기를 보낸 그는 87년 올림픽조직위원회 운영본부 사무차장 이후 공보처 해외홍보원 외신·제작·기획과장, 주미대사관 홍보관, 국정홍보처 국정홍보국장에 이어 해외홍보원 국가이미지지원단장에 이르기까지 국가홍보맨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경력에 비해 나이가 적어 60세 정년까지는 3년이 남았지만 2008년 12월부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여성 1급은 1명뿐 … 전체 1%도 못 미쳐

1급 공무원들의 출신 지역과 출신 고교 분포를 보면 정치적 고려로 비칠 만한 지역 편향은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과 이명박 대통령 임기 초에 1급에 오른 이들에게 전·현직 대통령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부산, 대구, 경남북 등 영남지역 출신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 출신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24명, 경북 21명, 충남 17명, 경남 16명, 강원 13명 순으로 집계됐다(21쪽 그래프 참조).

1급 공무원 출신 고교를 봐도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중앙고 용산고 등 서울지역 학교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경북고 대전고 광주제일고 청주고 순천고 등 지역 명문학교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23쪽 그래프 참조).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지난 12월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종무식에 참석한 직원들이 안병만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가운데)

출신 대학을 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상대로 서울대 47명, 고려대 21명, 연세대 15명 등 이른바 ‘스카이(SKY)’ 출신이 1급 공무원 160명 가운데 83명으로 과반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성균관대가 17명을 배출해 연세대보다 앞섰다는 점이다(25쪽 그래프 참조). 이런 결과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에 성균관대 출신이 약진했던 것과 맥이 닿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대한민국 1급 공무원의 출신 성분을 분석하면서 가장 의아한 점은 여성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여성 1급 공무원은 장옥주(50)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아동청소년정책실장 1명에 그쳤다. 전체 1급 공무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

‘경기고-서울대 출신 54세男’이 표본
장 실장은 복지부의 터줏대감이다. 1981년 행시 25회 출신인 그는 83년 복지부 법무담당관실 사무관을 시작으로 2008년 현직에 오를 때까지 안 거쳐간 부서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복지자원과, 연금재정과, 아동보건복지과, 건강증진과, 노인복지정책과, 한방정책관실, 장애인복지심의관실, 인구아동정책관실 등이 그가 거쳐간 부서들이다. 그가 현직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주간동아’가 기초 자료로 삼은 행안부 1급 공무원 명단은 2008년 7월31일 현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명단에 오른 공무원 가운데 이미 공직에서 물러난 경우나 누락된 경우가 일부 발견됐다. 명단에는 또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등 최근 연쇄적으로 사표를 제출해 공직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1급 공무원도 그대로 포함돼 있다.



주간동아 2009.01.13 669호 (p20~25)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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