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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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민주화 진통 끝나지 않았네

‘제트(Z)’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8-12-22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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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민주화 진통 끝나지 않았네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리스 학생들.

    그리스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수도 아테네 중심부에 자리한 어느?상황을 전한 사진에는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와 화염병 그리고 짱돌이 등장한다. 그리스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학의 상황을 전한 사진에는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와 화염병 그리고 짱돌이 등장한다. 그리스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같은 장면, 경찰이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곤봉을 휘두르고 총을 쏘는 모습 자체가 특이할 것은 없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니고 고대 민주주의의 고향에서라면, 중보병이 조국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든 것이 아니라 경찰이 자국 시민과 대치하는 모습이라면 의미가 다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에 그려진 이 나라 역사의 한 대목으로 연결된다. 1969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제트(Z)’는 자국 그리스의 정치현실을 고발한다. 이브 몽탕이 야당 정치인으로 연기한 이 영화에서 오랜 정치적 망명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온 Z는 평화시위 도중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테러를 당해 살해된다. 정부는 사건을 적당히 은폐하려 하나 결국 정부 관료가 꾸민 음모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관련자들은 재판으로 형을 선고받지만 얼마 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그들은 복권된다. 이 영화의 제목인 Z는 고대 그리스어로 ‘그는 살아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염원과 민주주의의 소생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다.

    이 영화는 가브라스뿐만 아니라 주제음악의 작곡자도 눈길을 끈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의 작곡자이기도 하다.

    ‘카테리니행 열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오지 못하리.’

    서정적인 가사에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지만, 단순한 연가가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레지스탕스를 기다리는 여인의 노래다.



    ‘제트’가 만들어진 지 5년이 지나 그리스의 독재정권은 마침내 무너진다. 민주화 진영의 또 다른 투사였던 여배우 멜리나 메르쿠리도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한다.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메르쿠리는 TV 토크쇼에서 집권세력을 비판한 데 대한 보복으로 시민권을 박탈당했었다. 귀국한 그녀는 사회주의 정권에서 문화부 장관까지 지낸다.

    이렇게 그리스는 2000년 만에 민주주의를 부활함으로써 민주주의 산실로서의 명예를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뒤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이번 시위사태는 경찰의 발포로 15세 소년이 죽었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그 밑에는 오랜 기간의 경제적 어려움, 빈부격차 등 사회적 민주화 지연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민주주의가 선거제 등 단지 제도와 절차를 갖추는 것이라면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데는 그 밖에도 여러 필요조건이 있다. 그렇지 못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는 미완일 뿐임을 그리스는 지금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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