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2008 송년회 중독 혹은 열광

대한민국 12月 밤은 또 하얗게 지샌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2-17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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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송년회 중독 혹은 열광
    “일종의 집단의식이죠. 자기가 혼자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인하면서 정신적인 힘을 얻는 거예요.”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의학박사)은 송년회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편성(universality)을 찾는 겁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라는.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 자식 걱정, 펀드 걱정 등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위로도 받게 되거든요.”

    수십 번 ‘참을 인(忍)’ 자를 새기며 ‘진상’의 꼴불견을 받아주고, 1mm의 오차도 없는 폭탄주로 연신 ‘위하여’를 외치며, 노래 한 자락에 ‘탬버린 친구’가 되고, ‘진상’ 퇴출 후 포장마차 ‘딱 한잔’을 고집하는 한국인들. 그들은 왜 연말연시만 되면 함께 모여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일까.

    ‘주간동아’는 12월 5~9일 서울 종로, 여의도, 강남 등에서 열린 12곳의 송년회 현장을 ‘랜덤’ 방식으로 따라붙었다.



    모여야 산다

    12월5일 오후 7시 서울 을지로3가의 한 식당 앞. 모임 명부를 보며 참석자를 확인하는 대기업 사원 이찬희(28) 씨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여보세요? 어, 어디니?….” “○○야. 여기 위치는….”

    고교 동창들의 송년회가 있는 날. 회사가 을지로에 있다는 이유로 모임 장소 섭외와 연락은 늘 그의 몫이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e메일, 인터넷 동문 카페 등을 통해 이미 다 연락했어요. 힘들게 연락했는데 참석률이 저조하면 속상하지만, 친구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 같은 송년회 시즌에는 최소 두 번 이상 연락한다고. 그래야 참석자 수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장소를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초년생 친구들이 많아 서로 사회생활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이런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 ‘연락책’ 정도는 맡아야죠.”

    이날 이씨의 고교 동창 송년회에는 예상 인원 20명이 전원 참석했다.

    12월8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기 전문점. 현대증권 사내야구팀 ‘Bulls’의 팀원 20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폭’(소주+맥주)을 높이 들었다. “구호 제창 준비!” 왼손을 허리에 댄 인성익 감독(원효로지점 지점장)의 절도 있는 한마디에 모두 “얍!” 하며 잔을 앞으로 내민다. “구호 제창!” “불(Bulls)! 불! 불!” “아자! 아자! 아자!” 이후 팀원들은 모두 성배(聖杯)를 마시듯 숙연하게 소폭을 들이켰다.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지고…. 인 감독은 “송년회를 통해 팀원들의 얘기를 듣고 서로 용기도 북돋워준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유학동양학부)는 “한국인의 송년 문화는 개인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우리 민족은 너와 나를 구분하면 굉장히 싫어합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거죠. 원래 사람은 모두 하늘(人乃天)이었기 때문에 현재 이렇게 따로 사는 게 한스러운 겁니다. 일종의 한풀이인 셈이죠.”

    그는 한국인이 친구든 직장 동료든 가족처럼 어울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같은 ‘하늘끼리’ 원래대로 모이는 의식이라고 풀이했다. 각기 떨어진 하늘은 늘 정(情)이 발동해 ‘만나고 싶다’고 느끼며, 그러면서 하나가 된다는 설명이다.

    전남대 김명혜 교수(인류학)는 “송년회는 하나의 ‘얘깃거리’를 만들어 모이는 것인데,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심을 방조하는 현대 문화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모임”라고 설명했다.

    “보통은 밥 먹으러 갈 때 친구를 꼭 데려가잖아요. 억지로 앉혀놓고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함께 생활한다는 안도감, 안정감 때문이에요. 송년회도 그런 것 같아요.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서로 확인하거나, 같은 취미활동을 통해 미미한 관계라도 끊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가 강하죠.”

    2008 송년회 중독 혹은 열광

    1, 2, 3차로 이어지는 송년회에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일상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서울 신촌의 음식점, 여의도의 고깃집, 홍대의 바(왼쪽 위 부터).

    음주 후 필수, 가무(歌舞)

    12월5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1가 근처 한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나하게 몇 잔 걸친 10여 명이 대기 중이다. 종업원은 “20개 방 모두 ‘풀가동’ 중”이라며 “큰 방은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한 송년회 모임에 양해를 구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3번 방에 모인 9명은 모두 같은 지역 유통업 종사자들.

    “1, 2차를 마무리하고 그냥 가려니 ‘2%’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즉석에서 제안했는데 다들 ‘오케이’했어요.”

    총무를 맡고 있는 이모 씨의 설명이다. 이씨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선창하자 어깨춤이 시작된다. 만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씨가 지갑에서 1만원을 꺼내더니 노래방 기기 모니터 위에 ‘턱’ 하고 붙인다.

    “100점 나오는 사람이 상금으로 가져갑니다. 그 다음 100점 받으신 분은 돈이 없죠? 그럼 다시 1만원을 내고 그 다음 100점 받은 사람이 가져가는 겁니다.”

    기분 좋게 몇 잔 기울인 데다 상금까지 내걸리자 모두 자신의 ‘필살기’를 예약했다. 30, 40대는 주로 동물원 김광석 이문세의 발라드를, 20대는 원더걸스 동방신기 빅뱅 등의 최신곡으로 맞섰다.

    30분쯤 지났을까, ‘음치’라는 이유로 완강하게 노래를 거부하던 한 30대 회원이 이씨의 완력에 스테이지로 ‘끌려’나온다. “그래도 한 자락은 해야 한다”는 이씨의 거듭된 재촉에 마지못해 조용필의 ‘꿈’을 열창했다.

    한껏 ‘업’된 사람들은 노래방 한 시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대기 손님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사노라면’을 ‘라스트 송’으로 불렀다.

    성균관대 전헌 초빙교수(서양철학)는 “동네 골목골목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래방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관찰 대상”이라며 웃었다.

    “노래를 못해도, 가사를 몰라도 각국의 노래를 언제든 부를 수 있고, 또 누구나 좋아한다는 것은 한국 특유의 ‘열린 문화’ 때문은 아닐까요? 공자는 학문의 정점을 유어예(遊於藝·예에서 노닐다)라 했고, 맹자는 ‘음악은 인의를 즐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악(禮樂)을 통해 인(仁)에 이르려는 유학 수양법의 영향을 받아서일 수도 있겠죠. 누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인생은 노래 부를 만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김 교수는 “노래방이 송년회 필수 코스가 된 것은 자신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저렴한 비용에 일탈이 허용되는 곳을 찾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송년회는 동질감을 확인하는 자리

    12월9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동의 한 주얼리숍. ‘하나로비(飛)’ 회원들이 1차 송년회를 끝내고 부회장 박병건 씨 숍에 빙 둘러앉아 와인을 즐겼다. 하나로비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친목 모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회원들은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회원 이원선 씨가 “집사람이 정기검진 받으러 갔다가 1.5cm 크기의 유방암세포를 발견해 수술을 했다. 지금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자 모두 부인의 건강을 염려했다. 이씨는 회원들에게 정기검사를 꼭 받으라고 권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김동관 씨는 “캐나다에 유학 중인 아들이 욕설을 한 캐나다 사람과 시비가 붙어 현지 경찰에 체포돼 한동안 연락이 안 됐다”며 “매일 메신저로 연락하라고 노트북 컴퓨터를 보냈다”고 말했다.

    축구자료 수집가인 이재형 씨는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와 축구 박물관 건립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 했고, 스페인유학원 원장 정남시 씨는 1유로당 2000원까지 환율이 올라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박씨는 “경기 불황으로 주얼리숍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 우리 모임의 회원들을 회사 이사로 선임할 테니 지원을 부탁한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11시30분이 되자 새해 계획과 포부를 밝힌 뒤 건배로 2009년 모임을 기약했다. 일부 회원들은 3차 장소인 호프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 원장은 축구 모임처럼 사람들이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는 것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동질감을 확인하기 위한 발로라고 분석했다.

    “정신과 치료 중에 집단정신치료라는 게 있어요. 의사가 환자를 빙 둘러앉게 한 다음 환자 모두에게 빠짐없이 얘기하고 조언해주는 치료기법이죠. 개인의 불안감을 완화하고 위안을 주는 거예요.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위로받는 송년회도 같은 효과가 있죠.”

    송년회 ‘진상’은 열등감과 불안감 때문

    평소 기자와 알고 지내는 직장인 최모(34) 씨는 송년회 얘기가 나오자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후배들 모두 시계만 봤죠. 와~. 죽겠더라고요. 빠져나올 수도 없고….”

    얘기는 이랬다. 5년여 동안 같은 직장에서 일한 뒤 최근 전직한 선배 이모(47) 씨가 얼마 전 전화해 후배들과의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라고 했다. 이씨는 최씨가 수습사원일 때 ‘멘토’ 구실을 했던 터라 최씨와 동기들은 깍듯이 대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씨가 직장 내 ‘은따’(은근히 따돌림) 1호였던 것. 그는 후배들의 민원이 빗발쳐 회사에서 정식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평균 한 달에 두 번 이상 후배들을 저녁회식이라며 ‘집합’시켰어요. 술자리에선 ‘자뻑’의 결정판이고, 자기가 불러놓고 막상 계산할 때는 칼같이 ‘n분의 1’이죠. 올해 송년회 때도 ‘역시나’였어요.”

    동기들에게 애걸복걸하다시피 해 5명을 모은 최씨는 일행과 12월9일 서울 을지로입구의 한 중식당으로 향했다. 술잔이 돌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결국 안주의 유래 설명을 시작으로 선배의 ‘자뻑’이 울려 퍼졌다.

    “깐풍기가 무슨 요리인지 알고 시켰냐? 중국 발음인 건 알지? 국물 없이 마르게(乾) 볶은(烹) 닭(鷄) 요리를 말하는 거야. 알고나 먹어야지. 그러니 발전이 없는 거라고. 옮긴 회사는 급여도 훨씬 높아. 왜 거기 박혀 있냐? 우리 아들은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상…, 얼마 전에 차를 바꿨는데….”

    선배의 ‘일장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최씨는 속으로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My Style’을 수십 번 따라 불렀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그렇게 말이 많니♬~.”

    모처럼 선배가 쏜다고 해 찾아간 노래방에서 그는 쓰러지는 줄 알았다. 3곡을 연달아 부르더니 후배들에게 자신의 신청곡을 요구했다. 그것도 최신곡으로. “모르는 노래는 춤이라도 춰야 했다. 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최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 과시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예요. 불안감과 열등감이 강한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손 원장은 이씨의 경우 송년회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상’ 범위를 벗어나 상당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자기가 남들보다 낫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싫어한다는 사실도 잘 알죠. 하지만 (자기 과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술을 마시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기 만족감을 확인하게 돼요.” 노래방에서 노는 것조차 ‘질서 유지’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포정치’에 비유했다.

    “반란을 꿈꾸지 말라는 거예요. 역으로 생각하면 ‘상사로서 대접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 열등감이 강하다는 뜻이죠.”

    전 교수는 “경쟁은 ‘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이 있다”며 “상대가 있어야 씨름을 하듯 ‘좋은 경쟁’은 서로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08 송년회 중독 혹은 열광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 할 때면 송년회도 막바지에 이른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포장마차 안.

    ‘먹고 죽자 송년회’ 해야 하나

    송년회라고 해서 음주와 가무가 필수 코스는 아니다. 건설업체 과장 손모(37) 씨는 최근 3년간 회사 송년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송년회도 팀원들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중식당에서 저녁식사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공식 부서행사인 만큼 회사에서 지원금을 받았지만 요즘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흥청망청 쓸 수도 없다고.

    “3년 전 여직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예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맨정신’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더라고요. 익숙해진 거겠죠.”

    경찰공무원 한모(28) 씨는 12월6일 고교 친구 4명과 스키장에서 1박2일 송년회를 가졌다. 명목은 ‘알뜰 건강 송년회’. 토요일 오전 5시 서울을 출발, 3시간을 달려 강원 횡성군의 한 리조트에 도착해 주간 스키를 탄 뒤 횡성 한우를 먹으며 만찬을 즐겼다고 한다. 총경비는 숙박비와 교통비 등 40만원. 5명이 8만원씩 냈다.

    울산에서 수입품도매업을 하는 김모(47) 씨 가족은 2006년부터 연말이 되면 주말을 이용해 집 근처 양로원에서 가족 송년회를 갖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거나 청소와 빨래를 돕는 봉사 송년회인 셈. 2006년 12월 송년회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에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그는 ‘송년회 변화’가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꼭 이렇게 송년회를 해야 하나’라는 회의가 들더라고요. 평소 나쁜 일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을 한 게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시작한 거예요.”

    첫해는 김씨와 동생 가족이 참가했지만 지금은 처남 식구, 처제 가족 등 20여 명이 함께한다. 가족 단위로 20만원을 내고 1년간 자녀와 조카들이 모은 저금을 합치면 100만원 정도가 모인다고.

    “라면과 내의를 준비해 일요일 오후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가족끼리 식사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요. 가족의 소중함을 절로 배우게 되죠.”

    최근 각종 송년회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경기 불황으로 송년회 풍속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직장인 947명을 대상으로 한 ‘경기 불황이 송년모임 계획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56.2%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중 56.6%는 ‘송년회 횟수와 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올해 송년회 모임은 평균 2.6회. 지난해는 4.2회였다.

    또 다른 사이트는 최근 회원 88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집에서 송년회를 갖겠다’ ‘송년회를 생략할 생각’이라는 답변이 각각 40.5%, 23.1%로 나왔다고 한다. 뒤집어보면 그래도 10명 가운데 8명은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송년회를 갖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학생 ‘럭셔리 송년회’는 우월감 표시

    대학생 박모(22) 씨는 12월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송년 와인파티’를 열기로 했다. 친구 10명이 참가하는데 각자 ‘뉴 페이스’ 1명씩을 데려오는 게 조건. 지난해 미국 어학연수 때 경험한 ‘스탠딩 파티’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송년회라고 반드시 아는 사람과 보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송년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남자친구도 사귈 수 있겠죠.”

    호텔 예약과 와인 준비를 위한 회비는 10만원. “대학생에겐 좀 과하지 않냐”고 묻자 “친구들끼리 폭탄주를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것보다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송년회 중 하나 정도는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따라하려는 심리가 있다. 주로 윗사람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나도 어른이 됐으면, 혹은 나도 어른이 됐으니’라는 생각에 사회적으로 지위를 갖추고 싶어한다는 것. 대학생들이 폭탄주를 마시거나 호텔에서 송년회를 여는 것도 어른을 흉내내면서 성숙해졌다고 느끼며 (또래보다) 우월하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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