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2008.12.23

‘하이브리드 시티’의 아이디어 충전소

터키 이스탄불 포시즌스 호텔

  • 정성갑 여행 칼럼니스트·월간 ‘럭셔리’ 여행팀장 a53119@design.co.kr

    입력2008-12-17 2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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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 시티’의 아이디어 충전소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최고의 상품이 되는 시대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은 삭막한 교도소를 부티크 호텔로 바꾼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편애를 받는다. 그곳에 가면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가 몽실몽실 피어난다.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터키만큼 독특한 색깔을 가진 나라는 별로 보지 못했다. 동양과 서양이 모자이크처럼 섞여 있는 그곳은 해리포터의 마법사 학교처럼 수많은 환상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얼마 전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나라로 터키를 꼽았다. 그는 “평평하고 밋밋한 도시는 매력이 없다. 터키, 그중에서도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어우러지는 ‘하이브리드 시티’ 같은 곳이다. 나는 거의 매년 그곳에 가서 심신을 충전하고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에 다녀온 이라면 그의 말이 생생하게 와닿을 터. 보스포루스 해협은 동양과 서양을 가르며 흐르고,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는 용광로에서처럼 한데 섞인다. 또한 20세기 전까지 무려 600년간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통치했던 꿈의 역사는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볼거리를 곳곳에서 제공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돌마바흐체 궁이다. 오스만제국 31대 술탄인 압둘메지드가 지은 이곳은 그 자체로 박물관이요 예술이다. 천장과 벽면에 프랑스와 러시아, 이탈리아 화가들이 그린 거대한 유화가 500점, 테니스 코트만큼 큰 실크 카펫이 200개, 제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세계 전역에서 상납한 가구와 식기, 궁을 장식하는 데 쓰인 14t의 금과 40t의 은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최고의 문화는 곧 세계 최고의 힘에서 탄생하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권력의 정점에서 탄생한 이 문화유산을 터키는 관광상품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적절히 활용한다. 1995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했을 때, 터키는 790개의 초로 불을 밝히는 4.5t짜리 샹들리에가 있는 이곳 그랜드 홀에서 특별 만찬을 열었다.

    ‘하이브리드 시티’의 아이디어 충전소

    포시즌스 호텔의 매력은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에 있다.

    터키에서 볼거리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코 이스탄불이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의 호텔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색감과 풍경, 분위기를 빚는 곳은 포시즌스 호텔이다. 외관부터 남다르다. 언뜻 규모가 크지 않아 보이는 건물 밖에는 정장 차림의 남성 2명이 문을 지키고 있는데, 나무와 철로 만든 문은 크고 육중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평화롭고도 따뜻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럽의 전원주택을 닮은 건물 외벽은 온통 노란색으로 칠을 해 은은한 느낌이고, 그 앞으로 펼쳐진 정원은 손질이 말끔하게 돼 있어 소담스럽다.



    철쭉, 동백, 튤립, 데이지, 장미, 호랑가시나무, 아킬레아 등이 1년 내내 피고 지는 정원 한가운데에는 조붓한 크기의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브런치 메뉴를 포함해 생선, 파스타 등의 요리를 선보이는데 전기오븐 대신 나무를 태워 조리한 빵과 생선요리는 향긋한 나무 향이 양념처럼 배어 감칠맛이 난다. 요리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허브와 채소는 레스토랑 뒤편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것들이다. 정원 덕분이라도 이곳은 동네 마실 가듯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디테일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계단에는 크고 작은 황토색 화분이 보기 좋게 놓여 있고, 벽면에는 요란스럽지 않은 그림과 앤티크 소품이 포인트처럼 걸려 있다. 수십 개의 객실 창문 발코니마다 놓인 제라늄 화분이 빨간색 꽃잎과 섞여 보기 좋다.

    이스탄불 최고의 호텔, 포시즌스 호텔의 매력은 이렇듯 편안하고 따뜻한 기운에 있다. 뜰과 정원, 오솔길이 있는 한적한 교외의 전원주택을 찾은 것처럼 행복한 기분이 들어 호텔에 온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호텔의 전신은 다름 아닌 교도소였다. 오스만투르크 시절 죄인을 가뒀던 형무소가 이렇게 아름다운 집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호텔은 개조할 것은 개조하되 보존할 것은 보존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망루가 대표적인 예로, 메인 빌딩의 위쪽을 올려다보면 이곳이 교도소였을 때 죄인들을 감시하던 보초병들의 감시소(물론 새로 칠을 하고, 부분부분 인테리어를 해 교도소 망루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가 보인다. 군데군데 죄인들의 낙서도 눈에 띈다. 호텔 측은 과거로 떠나는 타임머신 여행을 위해 일부러 낙서를 지우지 않았다.

    포시즌스 호텔은 또한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입지를 제공한다. 세계 최고의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야 소피아 성당 등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문화유적이 지천인 옛 시가지에서 단 2분 거리다. 경제가 어려우니 마음도 허하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기운과 영감,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 의미 있는 여행의 아지트로 터키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을 권한다.

    주소 Tevkifhane Sokak No: 1, 34110 Sultanahmet Istanbul(하기아 소피아 성당에서 걸어서 2분 거리)

    가격 스탠더드 룸 270US달러, 슈페리어 320US달러, 포시즌스 룸 450US달러(비수기 기준, 성수기 요금은 이보다 다소 높음)

    문의 (90) 212 638 8200, www.fourseasons.com/istan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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