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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그린’으로 미국을 개조하라”

논객 프리드먼, 신간 통해 오바마에게 요청 … “기후변화 심각, 잃어버린 지도력 회복 기회”

“‘코드 그린’으로 미국을 개조하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낳은 올해 미 대선은 미국인들이 어느 때보다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최우선 정책과제인 경제 회생에 주력하면서 ‘녹색성장’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그는 온실가스 규제에 적극 찬성하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여러모로 그는 ‘석유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대조적이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지적 담론 이끌어온 당사자

9월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의 대표적 논객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신간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Hot, Flat, and Crowded)’을 발간해 미국 내 녹색성장에 대한 기류를 전했다. 그는 책에서 미국이 ‘녹색혁명’을 선도해야 하며, 중국도 이런 미국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다지 현실성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세계화의 해설자’로 유명하며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의 책을 통해 미국의 지적 담론을 이끌어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프리드먼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코드 레드(Code Red)’, 즉 병영(兵營) 국가를 자처해왔다고 진단한다.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입국자 감시를 강화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비난의 대상이 돼왔으며, ‘희망의 등대’ 구실을 해왔던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으로 몰락해버렸다. 따라서 그는 미국이 ‘코드 그린(Code Green)’ 전략을 통해 잃어버린 지도력(패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박애주의자적 관점이 아닌, 국제정치의 냉철한 현실 인식의 바탕 위에서 코드 그린 전략을 내세우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미국이 코드 그린의 선도국이 되는 게 교토의정서 50개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단언한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대국에 교토의정서 서명을 요구하고 이들의 조약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세계에 전파해왔듯 코드 그린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면 세계 각국이 이를 따라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기후변화(hot),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한 중산층 확대(flat), 인구 급증(crowded). 프리드먼은 이 세 가지 추세가 상호 작용하면서 2000년 1월1일부터 ‘에너지기후 시대(Energy-Climate Era : ECE)’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그가 꼽는 ECE의 문제점은 이렇다. △에너지 및 자원의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 △독재산유국(Petrodictatorship)으로의 부의 이동 △기후변화 △에너지 빈곤 및 양극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효율 제고 △청정 에너지 개발 및 활용 △에너지 인터넷 등을 제시한다. 특히 에너지 인터넷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전력 송전과 배전에 쓰이는 전력선(grid)을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로 만들어 정보기술(IT)을 융합시키는 것이 바로 에너지 인터넷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는 또 에너지 인터넷 정착을 위한 정책 제언으로 가격 신호(price signal)와 함께 정부 규제를 제시했다.



덴마크에서 볼 수 있듯 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등을 과감하게 부과하면 이런 연료 사용이 줄어든다. 또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면 효과가 매우 크다. 프리드먼은 적절한 환경규제가 기업 혁신을 촉진했다는 이론을 예로 들며 코드 그린으로 미국 사회를 전면 개조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녹색성장 선도국 가능성 높진 않아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주장은 ‘광야에서의 외침’으로 그칠 것인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선 미국은 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나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대형 승용차를 선호해왔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대형 자동차업체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낮은 유가정책에 사활을 걸고 로비해왔다. 게다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에 직면한 미국 정부가 과연 녹색성장을 위해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 비록 민주당이 집권했지만 유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설령 유가 인상이나 자동차 연비의 획기적 개선 법안이 상정된다 하더라도 자동차 및 관련 업계 로비스트들이 법안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서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녹색성장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불황의 와중에 과연 투자를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프리드먼은 신간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미국 사회를 코드 그린으로 개조할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집권 시기에 과연 미국이 얼마나 ‘그린’한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녹색성장 전략이 2030년을 목표로 했듯, 긴 호흡을 가지고 미국의 ‘녹색 변화’를 지켜보자.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68~69)

  • 안병억 드림코리아 에디터·국제정치학 박사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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