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1

2008.11.18

뜬금없는 대한민국 핵무기 선언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1-13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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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유령이 지금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핵무기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의 모든 강경보수, 즉 한나라당 일각, 뉴라이트 계열, 핵주권 세력이 이 유령을 잡으려고 북핵 위기설로 윽박지르며 국회를 찾아가 커밍아웃을 한다.

    (중략)

    핵무기는 자신의 견해와 목적을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핵무기는 자신의 목적이 오직 기존의 모든 갈등을 파괴로 타도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한다. 모든 반한(反韓)세력과 북한을 핵무기 앞에 벌벌 떨게 하라. 핵무기가 잃을 것은 평화와 자유이며, 얻을 것은 파괴다.

    세계의 핵무기여, 단결하라!(NUCLEAR WEAPON OF ALL COUNTRIES, UNITE!)

    스산한 바람이 분다. 날씨 탓만 하기에는 기분이 섬뜩하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로 훈풍이 불던 한반도에 때아닌 ‘핵무기 선언’이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11월4일 국회 외교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아무리 재래식 무기를 증강해봐야 핵무기에 대항할 수 없다”며 “남한도 핵무장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따르는 한나라당 의원님들의 지원사격.



    “패트리어트 시스템으로 북핵의 위협을 막을 수 없다.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찾아와야 한다.”(한나라당 윤상현 의원)

    “북한이 1991년 맺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무력화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역사의 죄인으로 규명한다.”(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응 방식이다. 핵을 가지고 못된 장난을 일삼는 북한을 따끔하게 혼내주자고 한다. 핵은 핵으로만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

    하지만 이들의 핵무기 선언이 19세기 공산당 선언처럼 만인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강경보수들의 정치적 형님인 미국에서조차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흑색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강경보수파의 불안감이 반영될 것일까? 한국에서는 오히려 강경한 목소리가 표출된다. 그들 눈에는 미국도 이제 ‘좌빨’의 나라가 됐을 테니까. 형님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의 힘뿐이리. 그들은 핵무기를 갖추고, 미사일 사거리도 제한하며, 강력한 전쟁 준비로 북한과 맞서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리 높여 핵무기 선언을 외친다.

    세계의 핵무기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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