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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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4차 산업혁명 ③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 “4차 산업혁명의 적(敵)은 바로 권위주의”

빠르고 간소한 의사결정과 수평적 협업이 스타트업 성공 관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3-03 13: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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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이란 결국 새로운 사고방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권도균(52·사진) 프라이머 대표를 소개할 때면 언제나 대한민국 창업계의 ‘대표 멘토’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 창업 1세대인 그는 서른다섯 나이에 국내 최초 결제시스템 전문업체  ‘이니시스’를 세우고 10년 뒤인 2008년 3300억 원에 매각한 샐러리맨의 성공신화였다.

    현재는 국내를 대표하는 에인절투자 인큐베이션 ‘프라이머’의 대표로 맹활약 중이다. 프라이머는 ‘다음’ 창업자 이재웅 회장과 ‘첫눈’을 창업한 장병규 대표 등 인터넷 벤처 1세대 5명이 뜻을 모아 대한민국 창업문화를 바꾸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매년 창업팀 수십 개를 발굴해 창업자금 5000만 원 이상의 지원과 교육, 멘토링 등을 통해 6개월간 인큐베이션을 한다. 현재까지 투자한 회사가 100개를 훌쩍 넘었다. 이 가운데 스타일쉐어, 마이리얼트립, 세탁특공대 등이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 돕고 있는 회사는 ‘모두싸인’이라는 온라인 계약서 업체입니다. 벤처투자에서 중요한 점은 안정보다 속도라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자와 창업자가 스카이프로 접촉하고, e메일로 세부내용을 주고받으며, 구글 문서로 계약서를 공유해 이틀 안에 투자계약을 끝마칠 정도로 빨리 결정합니다. 우리도 온라인 계약 툴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하자는 취지에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진정한 의미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스마트 사회’다. 하지만 기존 거래 관행 면에서 보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다. 이를 방지하고자 서로 만나고, 변호사와 회계사가 꼼꼼히 서류를 검토한다. 의사결정 단계를 세분화하는 것 역시 기존 조직이 책임을 분산하려고 흔히 쓰는 방법이다.





    ‘지속성’이야말로 궁극의 성공 목표

    “우리가 지난 6년 동안 110여 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실제로 사기성 피해를 입은 사례는 단 2개 업체, 즉 1억 원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 비용을 아끼고자 절차를 강화하거나 전문가 검토시간을 대폭 늘렸다면 그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겁니다. 또 그것 때문에 놓쳤을 기회비용 역시 엄청났을 테죠. 우리 모두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할 의무도 있어요.”

    창조경제란 화두가 지나가고 빠르게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편으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같은 첨단기술이 각광받으며 소규모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꼭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언론이 좋아하는 이런 용어를 ‘유행기술’이라고 부르곤 하죠. 유행과 본질을 혼동하면 곤란합니다. 정보기술(IT) 창업의 기본 정신은 낡은 프로세스를 조금이라도 혁신하는 겁니다. 성공 기준 역시 마찬가지예요. 모두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창업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실제 권 대표의 프라이머가 투자한 회사는 꽃배달·세탁배달·글쓰기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상거래 등 창업자 2~3명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만든 생활밀착형 아이템들이다. 진정한 혁신은 남들이 다 해봤음직한 아이디어를 온·오프라인에 구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나 AI 같은 첨단기술은 그다음 단계의 과제일 수 있다는 얘기.

    “10년 전에는 ‘웹2.0’이 대세였어요. 그 흐름이 모바일을 통해 더 넓어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술을 통해 확장된 것은 맞습니다. 최근엔 알파고 같은 머신러닝으로 전기를 맞았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대부분 20대 공대 출신이었다면 최근엔 그 연령과 분야가 넓어졌다.

    “예전보다 창업 환경이 훨씬 좋아졌어요. 창업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나 열정의 전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40, 50대 전문가의 도전도 크게 늘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진화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업과 일자리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것은 아닐까.

    “이미 30년 전 IBM 컴퓨터가 보급됐을 당시 피터 드러커가 ‘중간 관리자는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드러커가 반드시 옳았던 것은 아니라는 게 밝혀졌잖아요. 물론 특종 업종은 도태될 수 있어요. 하지만 AI라는 도구가 더해진 만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직종이 늘어날 겁니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공부하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평적 관계에서 창조적 생각 나온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창조기업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들이 겪어온 조직과 젊은 창업기업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 기존 조직에서는 종이문서가 중요하고 그 문서를 전달하는 순서 역시 위계질서에 얽매여 있다.

    민첩하고 스마트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종이’와 ‘면대면’ 중심의 의사소통에 집착하면 백전백패한다. 시장은 시시각각 움직이는데 ‘종이’ 위 내용에 집착하느라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주문처럼 선배와 후배, 경영자와 직원이 수평적 관계에서 자유롭게 소통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종이에 써서 보고하면 윗사람은 당연히 편하죠. 문제는 윗사람만 편하다는 겁니다. 조직 전체로는 엄청난 손해거든요. 최고경영자(CEO)가 불편을 조금만 감수하면 생산성이 10배로 향상되는 방법이 분명 있습니다. 만나서 회의하고 다시 문서를 수정하는 과정이 사실 보이지 않는 적입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를 여는 것은 바로 사고방식의 변화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모범적인 구실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CEO의 강력한 지도력만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수직적 위계의 조직문화는 우리 기업이 산업화와 정보화에 앞선 외국 기업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따라잡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제는 따라잡기를 넘어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단계에 오게 됐죠.”

    네이버의 혁신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최근 네이버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호칭을 파괴하고 조직구조도 대폭 간소화했다. 센터장→랩장→팀장 순의 관료적 구조가 아닌, 센터장이 책임질 일만 나누고 모두가 팀원이 됐다. 나아가 인센티브 제도까지 손질하면서 협업 구조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면서 우리에게 미래 경쟁력이 부족한 이유가 유교주의적인 관료제 문화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많다고 혹은 직급이 높다고 대접받는 사회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사회를 좀 더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지식 전파가 빨라지고 혁신적인 생각도 더 나올 수 있습니다.”

    IT로 무장한 젊은 창업가들의 등장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첨단기술이 눈앞에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아닐까요. 결국 정보혁명의 최종적인 방향은 스마트한 사회, 즉 사회의 부조리와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거죠. 결국 4차 산업혁명의 대척점에 근거 없는 권위주의가 서 있는 셈입니다. 이를 깨려고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대박’을 이룰 창업가가 될 겁니다. 저는 그런 인재를 더 찾아 지원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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