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0

2008.11.11

배추, 시집간다

  • 글·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입력2008-11-03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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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 시집간다
    흙에서 태어나 아버지 태양과 어머니 비를 먹고 자란 배추 처녀는 고춧가루 신랑을 만나 부끄러운 듯 빨간 낯으로 시집을 간다.

    매서운 눈초리의 시어머니들은 앞태 뒤태 속태를 살피고 또 살펴 제일 예쁘고 실한 며느리 손을 덥석 잡고 나섰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올 겨울 시집가는 배추 새색시의 시집살이는 어느 때보다 맵고 짤 터이니.

    휘청대는 경기에 어려워진 살림살이, 왕소금 절약정신으로 무장한 시어머니들은 굵은소금, 꽃소금을 치고 또 쳐댈 테다.

    김장철 피크를 앞둔 서울 영등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배추 새색시들. 맵고 짠 제 운명 모른 채 활짝 웃으며 시집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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