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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먹다 급체한 투잡스 공무원들

쌀 먹다 급체한 투잡스 공무원들

쌀 먹다 급체한 투잡스 공무원들
경기가 꽁꽁 얼어붙다 보니 생기는 현상 한 가지. 본직업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부가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투잡스족’이 늘고 있다.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자구책일 터. 쌀쌀한 경기 여파가 공무원 사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쳤나 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공무원 중에는 자발적으로 혹은 알게 모르게 투잡스족이 많다. 평소에는 나랏일을 하시고 주말을 이용해 농업에 헌신한다는데….

문제는 경작은 하지 않은 채 돈만 추수하는 가짜 투잡스족이 많다는 점이다. 감사원의 ‘2006년 쌀 소득보전 등 직불제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100여 만명 중 30여 만명이 농사를 짓지 않고 쌀 직불금을 타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무원과 그 가족 약 4만명(공무원 1만명, 가족 3만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2006년 쌀 직불금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1~3급인 이른바 ‘고위 공무원’ 중에도 부당하게 쌀 직불금을 수령한 이가 적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논란.

쌀 직불금 논란의 시발점이 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여전히 ‘대답 없는 너’다. “죄송하다” 한마디 할 법도 한데 ‘오해다’ ‘진짜 농사지었다’ ‘신청했다가 철회했다’는 식의 피해가기로 일관한다. 하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코 묻은 몇 푼 때문에 잘못을 시인하겠는가. 역시나 억울한 것은 돈 없고, 백 없고, 땅 없는 농민뿐이다.

정작 직불제가 필요한 농민 7만여 명은 부재 지주의 반대로 1000억원에 이르는 직불금을 찾아가지 못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정말 농사짓는지를 조사해야 할 기초자치단체는 전화통화만으로 대충 처리하는 조사 부실을 자행했다. 속으로는 오히려 세수가 증대된다고 웃었겠지만.

정부는 뒤늦게 ‘내부 조사를 벌인다’ ‘내년부터는 실경작자에게만 직불금을 지불한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이미 예전부터 쌀 직불제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지만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긴 투잡스족이 직접 농업에 종사하면서 힘든 농촌을 살리겠다는데 훈장이라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대리경작으로 직불금을 타가면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하니 기분 찜찜한 투잡스족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이제 그만 먹은 것을 토해내야 하지 않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



주간동아 2008.10.28 658호 (p12~12)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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