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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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땐 자리 보전”…이직 NO

경력직 잡마켓 기상도 ‘대체로 흐림’… 환경, 대체에너지, 금융시스템 등은 맑음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8-10-15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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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땐 자리 보전”…이직 NO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 다니는 5년차 영업맨 김모 대리는 최근 한 국내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한참을 망설였다. 그는 때마침 본사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업무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던 터라 좀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내 기업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불안감 때문에 결국 이직을 포기했습니다. 알아봤더니 영업팀에 결원이 생겨 저를 영입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다른 부서에서는 인원 감축을 하고 있더라고요. 회사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남기로 했습니다.”

    헤드헌팅 회사인 유앤파트너스 김연진 대표 역시 최근 회사원들의 이직 태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사람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몇몇 후보자에게 연락해보니 상당수가 ‘이런 때(경기가 좋지 않은 때)일수록 남아서 더 열심히 해야지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보통 때 같으면 조건이 어떤지 물으며 관심을 보였을 텐데,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드헌터들은 실적이나 영업이익 악화로 회사 분위기가 대체로 안 좋을 때 혹시라도 이직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사람을 뽑으려는 회사들의 기대치 역시 보통 때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입질’

    10월은 취직과 이직이 가장 활발한 달 가운데 하나다. 대졸 신입사원 공채 모집이 본격화되면서 이와 맞물려 경력직 공채를 실시하는 회사들이 많아졌고 이직 희망자 스스로도 해를 넘기기 전에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력직 ‘잡마켓’에서는 미국발 금융불안 사태와 불안정한 환율, 유가 등이 경제 전반의 위기 신호로 비춰지는 이때, 뽑는 회사나 뽑히는 사람 모두 보수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헤드헌터들은 ‘아주 맑음-맑음-대체로 맑으나 때때로 흐림- 대체로 흐리나 때때로 맑음-흐림-아주 흐림’의 6점 척도로 나눠 물은 이직 시장의 기상도에 대해 대부분 ‘대체로 흐리나 때때로 맑음’을 꼽았다.

    반면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대졸 신입사원 공채모집의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올해 6월, 국내 대기업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 중 7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예상인원 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9624명)보다 1.1% 감소한 9517명을 새로 선발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최승은 팀장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며 “그러나 구조조정 움직임도 뚜렷한 이때, 경력자를 외부에서 충원하겠다는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HR컨설턴트 이동휘씨는 “경기가 좋고 사세가 확장될 때는 인재 확보 차원에서라도 새 사람을 뽑아 신규 프로젝트를 맡기거나 기존 팀의 일손을 돕게 했으나 이제는 그런 ‘유휴 인력’을 뽑을 여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맨파워’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진취적인 업체들 가운데서도 선발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나우베스트 차윤선 이사는 “신입사원 공채 때처럼 인성검사, 영어 테스트, 인터뷰, 평판 체크 등 수차례에 걸쳐 까다로운 선발 방식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3~5년 대리급은 베스트셀러

    뽑는 쪽뿐 아니라 뽑히는 쪽에서도 조심스럽다. 특히 업종을 바꿀 경우 불안감이 더 커진다. 잡코리아 황선길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A씨가 최근 자신이 몸담았던 업종과 다른 분야의 두 대기업이 제시한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예전에는 건설, 조선, 정보통신 등 특정 분야의 대기업은 안전하다는 ‘보편적 가치’가 통했다면, 대우조선해양이나 외환은행 같은 매머드급 회사들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떠오르고 리먼브러더스 같은 대표적 금융회사들이 쓴맛을 보는 등 변수들을 체감하면서 어떤 회사에 가야 안전한지, 그 판단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져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헤드헌터들은 이러한 이직 시장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으로 증권계를 꼽았다. 증권맨들은 증권사들의 공격적 투자, 사업 확대와 맞물려 지난해까지 몸값을 높이며 이직 시장에 활발히 ‘매물’로 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 침체가 이어지는 최근에는 이직 사례가 크게 줄었다.

    반면 은행업계의 인력 충원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헤드헌터들이 많다. 그러나 국민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은행업무 범위 자체가 점차 축소되고 있어 실제적인 충원 범위는 미미할 것”이라며 “‘확장’보다는 ‘방어’가 대세”라고 덧붙였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른 헤드헌터 업계 내부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이 자유롭지 않은 이직 시장 트렌드가 빚은 또 다른 트렌드다.

    김연진 대표는 “기업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부 인사들의 추천을 통해 사람을 뽑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며 “주로 소규모 헤드헌터 업체들이 한 달에 한 건도 맡지 못해 고전하는 반면, 신뢰도가 높고 규모가 있는 업체에는 수요가 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체로 흐린’ 이직 시장 기상도에도 ‘때때로 맑은’ 분야가 있다. 환경, 대체에너지, 생명공학, 신소재, 금융시스템, 프리미엄 마케팅 등은 여전히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또 업종에 상관없이 3~5년차 대리급은 꾸준히 잘 ‘팔리는’ 대상으로 꼽힌다. 커리어 이인희 팀장은 “연봉이 크게 높지 않고 실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직 고려 직장인을 위한 조언

    “인재들에겐 더 많은 기회…자기 목표 분명히 세워야”


    “불황 땐 자리 보전”…이직 NO

    이직 시장은 둔화되고 후보자 선발기준은 더 강화되고 있다.

    김연진 유앤파트너스 대표 “경기가 좋을 때보다 훨씬 더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이직의 대가인 연봉 상승분 이상의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또 점점 평판 체크(reference check)가 중시되는 만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브랜드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차윤선 나우베스트 이사 “경쟁력이 없으면 움직이지도, 남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무서운 시기입니다. 외국어 능력, 학위, 경력 등에서 최고의 교집합만을 고집하는 기업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인재들에게는 그만큼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커리어 개발의 적기가 지금일 수도 있습니다.”

    유용미 HR코리아 차장 “우리 사회에 위기가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사회나 회사 분위기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기대수명은 높아지고 은퇴시기는 앞당겨지는 추세임을 고려해 자기 목표를 분명히 세울 기회를 찾으십시오.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회사가 당신이 있어야 할 곳입니다.”

    황선길 잡코리아 본부장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봉이나 회사 규모 등 외적인 가치보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찾는 이직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즐거운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나, 보람이 있나’ 이 세 가지 척도에 따른 이직은 실패율이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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