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2008.10.07

깊은 산속 작은 인종 … 반세기 동안 변함없는 사랑 받아

  •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htank@sejong.ac.kr

    입력2008-10-01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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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속 작은 인종 … 반세기 동안 변함없는 사랑 받아
    사람들, 특히 어른들이 절대 찾을 수 없는 깊은 숲 속에 귀여운 버섯집을 짓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조그마한 인종이 있다. ‘스머프’, 앵두처럼 생긴 빨간 스머프딸기와 요리사 스머프가 만들어준 딸기파이를 좋아하고, 항상 타협하고 의논하고 설득하고 칭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사람들이다. 하나같이 흰색 바지와 흰색 고깔모자를 쓰고 비슷한 얼굴 표정을 한 스머프 중에는 독특한 역할을 하는 스머프가 있다. 혼자만 빨간 바지와 모자를 쓰고 마을의 마법사로 질서를 유지하는 하얀 수염의 파파스머프와 항상 책을 읽으며 “파파스머프가 말씀하시길…”이라는 설교로 잘난 체하는 똘똘이 스머프가 그들이다.

    물론 악당도 있다. 스머프 마을을 지배하려는 나쁜 마법사 가가멜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은 호시탐탐 마을을 노린다. 그가 스머프들에게 보낸 예쁜 여성스파이 스머페트는 파파스머프가 마법을 써서 착하고 예쁜 간호사로 바꾸었고, 마을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각각의 직업과 역할, 성격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스머프들로 구성된 마을이지만, 하나의 국가와 사회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모두 지녀 마치 원시공산사회를 의미하는 공동생산, 공동소유의 집단농장으로 분석되거나, 파파스머프를 공산주의 창시자 카를 마르크스에, 똘똘이 스머프를 이론가인 트로츠키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국내 수입 당시에는 공산주의적 이상향을 그린다는 이유로 수입이 불허되기도 했지만 미국 제작사의 직간접적인 요구로 방영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스머프는 벨기에 작가인 페요(Peyo, 본명 피에르 컬리포드)가 1958년에 발표했고, 할리우드의 한나바바라 프로덕션이 1981년부터 TV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 유명해진 캐릭터다. 스머프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Schtroum-pfs’를 영어로 번역(Smurfs)하면서 등장한 것인데, 원작자인 페요가 벨기에 만화가인 앙드레 프랑캥과 점심식사를 할 때, ‘소금(Salt)’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실수로 “스머프 좀 건네줘(passe-moi le schtroumpf!, 영어 pass me the smurf!)”라고 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마도 30여 개국에서 전 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스머프’를 보면서 전쟁 없는 평화를 어릴 때부터 기억하고 희망하기를 스머프 마을의 스머프들 역시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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