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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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째지는 강부자들의 ‘세 놈’ 이야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09-29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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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째지는 강부자들의 ‘세  놈’ 이야기
    서민과 중산층 생활안정 위해 가스·전기 요금은 꼭 올리도록!

    ‘강부자’ 씨. 대한민국의 1%조차도 서러운 강씨는 강남에 부동산을 가진 남부럽지 않은 자산가다. 그는 요즘 만나는 사람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 부류는 좋은 놈, 아니 좋은 님이다. “우리 MB께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완화하시겠다고? 어디 보자. 얼마나 깎이는 거야? 10억짜리 주택이면… 헉(표정 관리하며) 2600만원이 200만원으로 확 줄어드네. 흐흐흐, 역시 MB는 좋은 님이었어.” 우리의 강부자 씨, 입이 찢어진다.

    두 번째는 나쁜 놈, 아니 나쁜 XX다. “가만가만 야당에서 또 왕왕거리네. 이것 봐라, 지들이 종부세로 세금폭탄 때린 걸 잊은 거야! 아직 정신 못 차렸어. 한나라당은 뭐 하는 거야. 뭐? MB안에 반대한다고? 이런 나쁜 놈들.” 강부자 씨의 한마디에 야당은 졸지에 나쁜 놈이 된다.

    세 번째는 이상한 놈이다. 열심히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강부자 씨.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현행 종부세 과세기준 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55%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부자 씨 왈 “당신들이 돈 내는 것도 아니고, 남의 세금이 줄든 늘든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하여튼 대한민국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요. 이상한 놈일세.”



    9월23일 종부세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야당의 즉각적인 반대에 여당인 한나라당도 갈팡질팡이다. 종부세 완화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고위공직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모두 한자산 한다는 분들이다. 덕분에 정부 출범 초기 강부자 정권이라며 곤욕을 치렀던 일도 까마득하게 잊은 듯하다.

    이 대통령은 강조한다. 종부세 완화는 부자를 위해 감세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세금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그 말이 자꾸 대한민국의 1%인 (강부자를 위한) 잘못된 세금체계를 바로잡고 싶었다로 들리는 나는 강부자 씨의 분류에 따르면 나쁜 놈일까, 이상한 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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