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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주산&속독 학습에도 복고 바람

연산·독해 능력 향상에 도움 ‘입소문’… 학원·인터넷 통해 열기 확산

다시 뜨는 주산&속독 학습에도 복고 바람

다시 뜨는 주산&속독 학습에도 복고 바람

서울 송파동의 한 주산학원.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산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원이요, 3원이요, 7원이요….” 서울 송파동의 N학원. 선생님이 숫자를 부르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한 손으로 주판을 단단히 고정하고는 다른 손의 엄지와 검지로 주판알을 튕긴다. 수강생들은 초등학생이 대부분이지만 드문드문 미취학 아동도 있다. 여섯 살 난 세현이도 3개월 전부터 초등학교 4학년 언니를 따라 주산학원에 다니고 있다. 엄마 임수진(38) 씨는 수학이 부족한 큰아이의 연산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주산을 가르치는 참에 이제 막 수(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둘째 세현이도 함께 학원에 보냈다고 한다.

“아이 아빠도 어릴 때 주산을 배웠는데 일반 학습지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추천하더라고요. 이미 학교에서 수학을 배운 큰아이는 잘 모르겠는데 둘째는 꽤 재미있어해요.”(임수진 씨)

주산 배운 경험 있는 학부모들 긍정 평가

컴퓨터와 전자계산기의 등장으로 한동안 흔적을 감췄던 주산이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얻으며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산은 1990년대 중반 상업고교의 정규과목에서 제외되고, 2000년 초에는 주산부기시험이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 빠지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1990년 초까지 주산학원을 운영하다가 접었지만 5년 전부터 다시 주산을 가르치고 있는 이 학원 김영수 원장은 “2002년경 주산을 통한 수학교육을 내세운 한 프랜차이즈 교육업체의 광고로 주산이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면서 “주산을 배운 경험을 가진 지금의 30, 40대 학부모들이 주산의 학습효과에 대해 공감하면서 주산이 서서히 부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국주산수학암산교육회에 따르면 2000년 초까지 전국에 200여 개소가 채 되지 않던 주산 교육기관이 2005년부터 급격히 늘어 지금은 6000여 곳이 되며(학원·공부방 및 어린이집, 초등학교 특기적성 교육, 방문교육 포함), 주산을 배우는 학생 수는 1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듯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주산활용교육사, 주산암산교육사 같은 민간 자격증도 생겨났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사회교육원 등에서도 이를 위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등 주산 강좌가 있는 곳이 20개가 넘는다.



물론 최근의 주산은 예전처럼 취업을 위해서라기보다 연산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용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부터 인천의 삼목초등학교와 공항초등학교 등에서 방과 후 특기적성 교육으로 주산을 가르치는 서은하(35) 씨는 “특기적성 교육으로 주산을 택한 학생이 학교당 30~4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면서 “예전에는 많은 수를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들의 실정에 맞게 십에서 백 자리 숫자를 계산하는 정도로 목표치를 조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그냥 앉아서 계산하는 것보다는 도구로 하니까 아이들이 덜 지루해해요. 호산(수를 부르는 것)을 할 때 집중해야 하니까 집중력도 길러지고요.”(서은하 씨)

그런가 하면 온라인을 통한 속독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손혜진(16) 양은 4개월 전부터 속독사이트를 통해 속독을 익히고 있다. 평소 독해 속도가 느려 어려움을 겪었다는 손양은 “고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수능시험을 칠 때도 빨리 읽을수록 유리해 속독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일반 속독학원을 다니기엔 가격이 만만찮고 시간도 부족해 유료 사이트에서 배운다”고 말했다.

“하루에 20~30분 해요. 예전엔 손으로 글자를 짚어 읽는 버릇이 있어서 1분에 몇백 자 읽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0자 넘게 읽어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손혜진 양)

최근의 속독은 손양처럼 빠른 독해능력이 필요한 고등학생과 공무원 준비생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은 예전과 차이를 보인다. 빠르게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예전과 다름없지만 1970,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방식이 1분에 1만 자 가까이 읽을 만큼 빨랐다면 최근에는 1분에 2000자 정도를 최대치로 하고 속도보다는 정보처리 능력에 초점을 둔다. 특히 온라인 속독사이트의 경우 2005년부터 한 업체의 대대적인 광고로 고교생들에게서 인기를 얻게 됐다.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도 늘고 있다. 중·고등학생과 성인을 타깃으로 한 인사이드북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리드2000 등을 운영하는 ㈜지티아이플러스 선용오 부장은 “초기에는 고등학생 이상 수험생을 타깃으로 한 시장만 존재했다면 최근엔 초등학생 이하를 대상으로 한 사이트로 시장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속독사이트에 대해 그는 “1980년대 유행했던 속독방식과 비교하면 1분에 2000자는 느린 편”이라며 “속도보다는 독서능력 확장에 주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실제 6개월 전부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생 딸에게 속독을 가르치고 있는 최영아(39) 씨는 “효율적으로 책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사이트를 이용하게 됐다”며 “15분 정도 사이트를 이용한 후 30분 이상 책을 읽도록 해서 독서능력을 기른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효과 기대는 금물

하지만 주산이나 속독 같은 복고 학습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효과를 봤다는 경우도 있지만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이들 학습법을 통해 집중력, 이해력 등 다른 뇌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증된 연구가 부족하다. 주산 공인 10단으로 현재 중앙대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민귀영(42) 씨는 “주산만으로 단기간에 많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는 “(주산이) 연산능력 향상엔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을 말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연구된 결과가 없다”면서 “(주산은) 최소 1년 이상 가르쳐야 효과가 나는데 많은 부모들이 단기간에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고는 금세 실망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뜨는 주산&속독 학습에도 복고 바람
서울대 신종호 교수(교육학) 역시 이들 학습법에 대해 “우선적으로 특정 능력과 기능을 자동화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학생들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달리 보면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가 늘어난다는 얘기”라고 말한 그는 “무조건 유행하는 특정 학습법으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학생의 흥미에 맞는 것을 찾아 집중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08.09.30 654호 (p50~51)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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