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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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서 느림의 미학 즐기세요”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8-09-12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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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5일 개막해 11월9일까지 66일간 세계미술축제를 벌일 제7회 광주비엔날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감독을 맡았던 신정아 씨가 학력 위조 파문으로 도중하차하면서 단독 감독을 맡게 된 오쿠이 엔위저(45) 예술총감독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엔위저 감독은 ‘주제 없음(Untitled)’이라는 전시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으로 ‘화답’했다. 과거 비엔날레는 ‘열풍변주곡’(2006년),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2004년), ‘멈춤, PAUSE, 止’(2002년) 등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다소 도발적이고 불편하기까지 한 ‘주제 없음’이란 콘셉트에 그는 어떤 확신으로 도전하게 된 것일까.

    “과거 비엔날레는 주제 의식이란 틀에 갇혀 있으면서도 막상 그 주제를 잘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비평을 들었습니다. 어떤 한 주제에 맞춘 작품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작가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인 엔위저 감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부총장으로 근무하면서 뉴욕국제사진센터의 큐레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1997년), 카셀도쿠멘타(2002년), 세비야비엔날레(2006년) 등에서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여러 국제행사 경험으로 다양한 문화를 한데 조화시키는 장점을 갖춘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광주비엔날레에 ‘토털 개념’을 도입했다.

    “참가 작가들의 출신 국가가 고르게 분포된 편입니다. 전시도 지역적 구분 대신 전 세계에서 온 1399점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전시 섹션 자체는 ‘길 위에서’ ‘끼워넣기’ ‘제안’ 등 세 가지로 나뉘지만 전시 공간에서는 큰 구분 없이 한 테마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붙여진 제목은 ‘연례보고(Annual report)’. 지난해와 올해 세계 곳곳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전시 38개를 재구성한 것이 전시의 핵심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해외 미술계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 고든 마타 클락의 회고전, 뉴욕 첼시의 폴라 쿠퍼 갤러리에서 열린 한스 하케의 사진 및 설치 작품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전하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관전 포인트는 ‘천천히, 오래 즐기라’는 것.

    “광주비엔날레는 ‘느림의 미학’을 알리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그만큼 관람객도 시간을 즐기겠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비엔날레를 찾아줬으면 합니다. 비엔날레에 여러 장치들이 숨어 있으니, 관람객들도 열린 시각으로 전시물을 즐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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