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3

2008.09.16

야심만만 청소년들 ‘세계와 소통하기’

  • 입력2008-09-12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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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만만 청소년들 ‘세계와 소통하기’

    <B>꿈을 살다</B><BR>박용준과 인디고유스북페어 프로젝트팀 지음/ 궁리 펴냄/ 424쪽/ 2만3000원

    꿈이 있고 꿈을 실현할 가능성 또한 무한히 열려 있는 청소년기. 그러나 우리 청소년은 어떠한가. 대부분이 입시지옥에서 좀더 높은 점수를 향해 달리느라 꿈조차 꾸지 못하는 모습 아닌가. 하지만 여기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살아가는 특별한 청소년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부산의 작은 서점 ‘인디고 서원’이다.

    인디고 서원은 오늘날 한국 현실과는 멀찍이 떨어진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전문서점’이라는 존재 의의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인문학 서적에 관한 독서토론은 물론 청소년들이 인문 교양지를 직접 만들고 국제적으로 발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적은 독서량과 입시 위주의 독서 성향을 한탄하는 최근 언론보도를 감안할 때, 이들의 행보는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이들이 또 하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기존 북페어의 상업적 성향을 거부하고 당대를 대표하는 책과 작가를 발굴해 북페어를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프로젝트 ‘2008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향한 여정을 담은 책이 바로 ‘꿈을 살다’다.

    현재를 대표하는 작가와 사회운동가, 예술인을 찾아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전 지구적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이번 프로젝트 역시 ‘인디고 서원’의 아이들답게 한 권의 책이 동기가 됐다. 프랑스의 친환경 회사에서 일하던 직장인 올리비에 프뤼쇼가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기록한 책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다. 바로 이 책이 ‘젊은 이상가들’을 전 세계로 향하게 만든 셈이다.

    이 여정에서 청소년들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의 강의 내용을 묶은 책 ‘오늘의 세계적 가치’로 알려진 스웨덴 웁살라대학 교수 브라이언 파머를 비롯, 전쟁과 가난으로 상처 입은 콜롬비아 청소년에게 춤을 통해 희망을 선물하는 ‘몸의 학교’ 교장 알바로 레스트레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책 ‘세상을 바꾸는 대안 기업가 80인’의 저자 마튜 르 루 등 전 세계 6대륙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며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창조적 실천가 45인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가난과 빈곤,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답한다.



    열정과 패기로 흠뻑 젖은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바쁜 삶을 핑계로 미뤄뒀던 삶의 진정성과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잊고 지내던 인문학의 정신, 인간(人間)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실천가를 발굴하고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청소년들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이들 역시 보통의 대한민국 고등학생이었다. 브라이언 파머 교수를 찾아간 나라 스웨덴에서 이들이 느낀 부러움은 우리 청소년들의 고민과 아픔을 대변한다.

    “배관공이 연봉 1위인 나라, 법을 공부한 학생들이 검사나 변호사가 되기보단 법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나라. 법대와 의대로 몰리지 않고, 그곳의 학생들이 골고루 학과로 나뉘어 입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런지 물었더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답변이 되돌아온다. 그렇다. 이것이 가장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개성과 차이가 만들어내는 다양함이 아닌가.”(76쪽)

    결국 이 여정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재차 확인한 것은 ‘삶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들과 전 세계 45인은 “그 꿈에서 끝내지 않고 마침내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며 힘껏 외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꿈을 향해 여정을 떠난 젊은 이상가들 말이다. 꿈을 잃고 방황하는, 꿈 앞에서 망설이는 10대와 20대에게 이 책을 권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꿈을 잃어버린, 그래서 좌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30대와 40대 이상에게도 권하고 싶다.

    책의 저자 박용준의 한마디가 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젊은이들은 늘 꿈을 꾼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그래서 또 불안해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신념과 믿음으로 꿈을 이뤄낸 사람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자 희망의 증거가 됐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어른에게는 더 간절히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돼도 우리는 늘 꿈을 꾸니 말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꿈을 꾸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한 인간이 삶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아니 세계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야심만만 청소년들 ‘세계와 소통하기’
    소문난 독서광인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는 KBS 1TV ‘TV 책을 말하다’와 KBS 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왕상한입니다’의 진행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 위원,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SD)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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