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2

2008.09.09

軍問硏 파산위기 국방부는 책임 없나

주먹구구 투자로 150억원가량 손실 이사회 이끈 국방부는 처벌권만 행사?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8-09-01 11: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軍問硏 파산위기 국방부는 책임 없나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직업군인들은 잘 알고 있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하 군문연)이라는 조직이 있다. 군문연은 국방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1994년 만들어졌다. 창설 취지는 군 경험이 풍부한 예비역 장성과 대령들을 국방 관련 정책 개발과 연구에 참여시키고 이들의 생활을 안정시키자는 것이었다. 국방부는 군인공제회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한 380억원을 바탕으로 이 조직을 만들었다.

    군에서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중령 이하로 전역한 사람은 젊기 때문에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대령이나 장성으로 전역한 사람은 나이가 많아 쉽게 구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현역 대령과 장성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군문연을 만들었다. 군문연 회원이 되기로 한 대령과 장성은 매달 5만~7만원의 기부금을 납부한다. 그리고 전역해 월봉 200만원 이상의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군문연은 이들에게 연구위원 타이틀을 부여하고 군 경험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쓰게 하는 조건으로 각자가 낸 기부금에 소정의 이자율을 곱한 돈을 최장 5년간 매달 나눠준다.

    기부금 낸 대령·장성들 원금 보장 걱정할 처지

    전역한 다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군인으로서는 자신을 드러낼 ‘명함’이 필요한데, 군문연은 이들에게 연구위원 타이틀과 돈을 제공한 것이다. 군문연이 만들어졌을 당시는 은행 이자율이 높았던 때라 군문연은 은행보다 높은 12~14%라는 이자율을 기부금에 적용했다.

    이러한 이자율이 적용되던 시절 전역해 군문연의 연구위원이 된 사람은 자기가 낸 원금보다 3배 정도 많은 돈을 받아갈 수 있었다. 군인 연금 외에 ‘또 하나의 연금’을 5년간 수령한 것. 때문에 군문연은 대령과 장성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운영 13년째인 지난해부터는 썰물처럼 관심이 사라지고, 지금은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유는 기부`금 운영에 문제가 생겨 전역한 군인들에게 약속한 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군문연은 기부금 운영 부분을 정리하기 위해 군인공제회 관리이사를 지낸 박흥근 씨를 원장으로 영입했다. 박 원장은 적자가 큰 사업을 정리하고 여기서 회수된 돈으로 기존 회원들에게 ‘원금 플러스’를 보장하려는 마지막 노력과 기부금 운영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군문연의 핵심인 기부금 운영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군문연은 국방부의 통제를 받아왔다. ‘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은 제10조 제14항에서 군문연 업무를 지도·감독하는 일을 국방부 보건복지관실 산하 전직지원복지과장이 담당하도록 규정해놓았다. 이 때문에 군문연 이사회 의장은 당연직으로 국방부 차관이 맡게 됐고, 역대 군문연 원장도 전원 국방부에서 지명한 예비역 장성이 보임됐다.

    군문연은 국방부의 지도와 감독을 받지만 민법을 근거로 설립된 비영리 공익단체다. 따라서 2000년부터 각종 수익사업에 진출했다. 남성대 퍼블릭 골프장과 상무대 체력단련장 등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고수익을 노리고 민간이 펼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 군문연은 충남 천안의 P플라자 사업에 20억원을 투자했고, 2005년에는 부산의 모 건설사가 하는 사업에 30억원을, 인천의 M사 사업에 6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줄줄이 실패하고 사업을 주도한 회사들은 도산했다. 회사가 도산되는 경우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담보를 설정한다. 그런데 군문연이 확보한 담보는 1순위가 아니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20억원을 투자한 천안의 P플라자 사업에서는 간신히 14억6000여 만원을 회수했으나 30억원을 투자한 부산 사업에는 절반인 15억원을 날렸다. 인천 사업에선 2007년까지는 전액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서울 명동의 웰빙클럽 사업도 실패했다.

    군문연이 투자한 사업은 15개인데 이중 8개 사업이 부실해져 군문연은 15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다(지난해 기준). 이렇게 되자 기부금 운영이 불가능해져 2007년부터는 아예 신규 회원을 받지 못했다. 이후 군문연에서는 기존 회원들이 낸 원금을 보장해 주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그래서 박흥근 원장을 영입해 악성 채권은 포기하고, 나머지 채권은 최대한 회수해 기존 회원의 원금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투자전문가도 없는 안일한 운영이 화 불러

    軍問硏 파산위기 국방부는 책임 없나

    국방부 정문의 ‘일단정지’ 푯말. 고위직 군인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국방부가 만든 군사문제연구원의 기금 운영이 ‘일단정지’됐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군문연은 기존 회원이 전역하면 기부금에 7% 정도의 연리를 적용한 원리금의 80%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들이 연구보고서를 낼 경우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현역에 있는 대령, 장성 회원들은 납부한 원금은 보장받게 됐지만 선배들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몇몇 회원은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감사원과 국방부 감사관실은 군문연을 상대로 감사를 펼쳤다. 그리고 문제가 발견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뇌물을 받는 등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에게 투자 실패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급 군인들의 명예로운 노후 보장을 위해 만든 군문연의 기부금 운영사업이 실패하게 된 것은 투자전문가 부재가 첫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군문연은 고수익을 기대하는 만큼 고위험이 상존하는 투자사업에 참여하면서 왜 투자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국방부의 경직된 인사구조에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투자전문가 영입이 아니라, 퇴직한 국방부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가는 기관으로 여겨 안일하게 운영하다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방차관이 의장을 맡는 이사회 기능의 부실이 꼽힌다. 이사회는 투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다. 이사회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작금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군문연 회원이 된 사람은 원금 보장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최근까지 골치 아픈 투자사업을 담당해왔던 사람은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군문연의 실패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투자사업을 정리하려고 왔던 박 원장은 복잡한 군문연 상황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다. 군문연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하도록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람에게는 국방부를 떠났다는 이유로 전혀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군문연을 만들고 지도 감독을 한 국방부는 책임이 없는가.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