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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온라인 시대, 은행의 생존법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언번들링 전략·인공지능 시스템 구축…핀테크 친화적 거버넌스 도입해야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비대면 핀테크 확산에 따른 은행업무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출구전략이 시급하다. [뉴시스]

최근 금융산업은 상당히 복잡한 상황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약 8년 반이 지나는 동안 금융산업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쳤다. 금융위기 전에는 금융규제 완화와 ‘시장중심’금융의 흐름이 지배적이었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규제가 강화되고 ‘기관중심’금융이 일반화됐다.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으로 대표되는 규제정책이 추진되면서 증권사의 자기매매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규제가 강화됐다. 또한 시장중심금융이 주춤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중심금융이 다시 중요한 구실을 맡았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와 연결돼 있다. 세계 각국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통화 발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은행 수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예금과 대출금리가 모두 하락하다 보니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은행 수지가 악화된 것. 또한 통화 공급이 증가하면서 은행 대출도 늘어났는데  실물경제 회복은 더디다 보니 많은 나라에서 부실 대출이 증가했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흐름에서 약간 비켜나 있기는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비슷한 면이 많다.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최근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면서 은행들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고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변화의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더욱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P2P·크라우드펀딩 등 형태도 다양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지난해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동아 재테크·핀테크쇼’의 노틸러스 효성 부스에서 참가자들이 지능형 금융 서비스 로봇도우미를 체험해보고 있다(위). NH농협은행은 지난 2월 9일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출시 6달 만에 이용건수 140만건, 이용금액 1235억원을 돌파했다. [동아일보] [사진제공·NH농협]

얼마 전까지 금융산업에서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은 핀테크가 대세다. 이 두 가지를 바라보는 데는 번들링(bundling·묶기)과 언번들링(unbundling·풀기) 개념이 중요하다. 먼저 번들링은 금융공학의 핵심 개념이다. 여러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합쳐 복합상품 내지 서비스를 구성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채권이나 예금이라는 전통적 상품과 주가지수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을 결합하면 소위 주가연계예금(ELD) 혹은 주가연계증권(ELS)이 탄생한다. 또 고객이 100을 맡기면 95를 채권이나 예금에 투자해 만기에 100이 되도록 한다. 나머지 5를 주가지수옵션에 투자하면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이 난다. 혹시 시장이 반대로 움직여 옵션 수익이 0이 돼도 원금은 보존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략이 금융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됐다.

언번들링 전략은 이와 반대다. 각각의 서비스와 상품을 떼어내 독립적으로 다룬다. 최근 유행하는 핀테크 전략은 바로 이 언번들링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기존 은행, 증권, 카드사 등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일부에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공지능(AI) 등을 가미해 좀 더 신속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은 송금, 결제, 예금, 대출 서비스를, 증권사는 펀드 판매, 증권 중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는 이 가운데 일부 서비스만 특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불특정다수의 돈을 모아 대출 관련 서비스만 따로 제공하는 핀테크업은 P2P(Peer to Peer)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된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 가운데 인터넷을 기반으로 불특정다수의 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후 주로 벤처기업에 창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핀테크업의 일부다.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송금이나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간편 송금결제 서비스도 중요한 핀테크 분야다. 이처럼 송금, 펀드, 대출 등의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따로따로 제공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금융기관은 상당한 도전을 받게 된다. 대출서비스가 P2P 업체에 의해 활성화되면 은행의 대출영업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송금서비스가 간편해져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나 벤처캐피털의 펀드 서비스도 크라우드펀딩에 잠식당할 개연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사례를 주로 언급하지만 이는 매우 특수한 경우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하면서 신용카드가 없는 소비자에게 알리페이라는 회사를 통해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제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고객에게 대출 서비스를 하기도 하고, 결제계좌에 미리 자금을 넣어두면 이를 고금리로 운용하는 위어바오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마디로 전자결제, 대출, 자금운용 등을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번들링 전략이 작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13억 인구 중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1억 명밖에 되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금산분리 원칙도 엄격하지 않다. 결국 알리페이는 ‘안 되는 건 없다’는 중국 특유의 상업 마인드가 이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이제 은행업이나 증권업의 다양한 서비스가 언번들링 전략에 따라 각각 독립적으로 제공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핀테크를 통해 활성화, 가시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기존 금융기관들, 특히 은행은 핀테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비이자 수익모델 구축해야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조용병 신한은행장(왼쪽)과 써니뱅크 홍보대사인 가수 써니가 지난해 12월 2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써니뱅크 1주년 기념식’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지난해 5월 26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위비뱅크 1주년 기념식’에서 위비뱅크 캐릭터 ‘위비’를 품에 안으려고 다가가는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제공·우리은행]

이 밖에도 은행들이 직면한 환경은 매우 복잡하다. 먼저 내수시장에서 금융 서비스는 과잉공급 상태다. 더는 수익을 내고 성장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또한 서비스 수수료에 상당히 인색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출금 서비스 수수료는 자행 고객에게는 대부분 면제이고 타행 고객에 한해서만 받는다. 금액도 높지 않다.

ATM이 가장 많은 K은행의 경우 ATM 대당 연간 166만 원 손실이 발생한다. 물론 이는 직접적인 비용과 이익만 계산한 것으로,고객의 지점 방문을 줄이는 등 간접적인 이익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직접비용이 수익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수료 영업이 어렵다는 뜻이다. ATM 자체도 비싸고 고객의 왕래가 잦은 대로변 건물 1층에 설치하는 데 따른 임차료도 상당하다. 냉난방과 조명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도 비싸고, 보안카메라에 현금 재고 유지 서비스까지 꽤 많은비용이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 소비자의 생각은 다르다. ‘내가 내 돈 찾는데 웬 수수료가 이리 비싸냐’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수수료를 올려받기 어렵고, 금융감독 당국까지 나서 수수료를 깎느라 바쁘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수수료 중심의 영업이 힘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령화 시대가 진전되면서 자산관리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소위 돈 많은 고객을 위한 PB(Private Bank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돈을 제대로 버는 PB가 적다는 점이다. 자산관리 수수료를 직접 청구하기가 힘든 분위기 탓이다. 그러다 보니 펀드에 가입한 후 이익이 나면 이를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도록 유도함으로써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간접수익을 챙긴다. 하지만 이를 바꾸지 않고서는 은행의 미래는 결코 밝아질 수 없다.

상황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은행들은 다양한 전략과 대응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다음은 은행들이 서둘러야 하는 전략적 대비다.

첫째, 핀테크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고 우리나라는 규제 정도가 매우 강하다 보니 기술적 관점을 강조하는 핀테크업체는 상당 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핀테크업도 금융업으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온갖 규제의 틀에 갇혀 있다.  

결국 핀테크 서비스를 은행 스스로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를 추진하면서 상당 부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핀테크업체와 전략적 제휴가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물꼬가 트인 이상 향후 상황이 빠르게 전개될 개연성이 있는데, 초반에는 서비스 제공 면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기존 서비스에 대한 파괴적 접근이 필요한 경우 은행은 속도 조절을 하려 들거나, 심지어 도입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려면 핀테크 전담 자회사 혹은 독립부서를 통해 전략을 추진하는 게 현명하다. 즉 은행 내부에 핀테크 친화적 거버넌스(governance)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하는 식의 재테크는 더는 힘을 받지 못한다. 빚 없이 보유 자산을 잘 관리해 수익을 내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즉 ‘부채시대’에서 ‘자산시대’로 이행이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서비스 제공 체제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산관리 등에서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알파고의 성공이 바둑계 전체 흐름을 바꿔놓은 것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은 금융업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안길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부분에서 고수익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기만 한다면 자산관리시장은 일대 변혁에 휩싸일 것이다. 그 결과 수많은 회사가 도태될 수도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로보어드바이저라 부르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이 출현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혁명적 발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려는 다부진 노력이 필요하다.



자산관리 서비스 놓치지 말아야

은행이 핀테크에 ‘올인’하는 이유

지난해 6월 28일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멤버들과 함께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생활금융플랫폼 ‘리브(Liiv)’ 화면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KB은행]

셋째, 모바일·소셜·클라우드·빅데이터 등을 은행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는 모바일과 소셜 부문은 상품 개발, 서비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만큼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넷째, 다양한 번들링과 언번들링 전략을 구사하되 전통적 상품과 서비스를 저비용에 제공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맞춰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함으로써 핀테크업체가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다섯째, 세계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거 금융허브 전략을 통해 외국계 금융기관을 우리 시장으로 초청하는 인바운드(in-bound) 전략을 구사한 바 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이제는 우리가 밖으로 나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외환위기 직전 세계화 전략을 일부 시행했지만 외환위기와 함께 철회함으로써 끝났다. 이제 새로운 흐름을 만들면서 동남아 등 유망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여섯째, 은행 점포 체제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 직장인이 퇴근한 시간 혹은 주말에 문을 열고 고객을 맞는 게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단순 서비스를 창구직원에게 맡기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점 수를 줄이거나 기능을 조정해 비용을 낮추고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  

일곱째, 비대면영업과 비이자수익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통해 간접 혹은 직접 수수료 수입을 최대한 확보해 비이자수익을 증대해야 한다. 미국 은행은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5 대 5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 은행은 9 대 1 정도다. 따라서  다양한 수수료 수입의 원천을 만들고 확보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기존 은행들은 ‘새 부대’라기보다 ‘헌 부대’에 가깝다. 그렇기 에 미래금융을 준비하는 데 은행의 자체적 혁신과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다.






주간동아 2017.03.01 1077호 (p38~41)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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