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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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우생순!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9-01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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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생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세계적인 명승부를 펼쳤던 한국 여자핸드볼 선수단의 감동적 실화를 소재로 하여 올해 초 개봉된,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목임은 익히 아시겠지요.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우리 여자핸드볼 팀이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안겨주며 ‘우생순’의 진한 감동을 재현했다고 언론은 떠들썩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더군요. 헝가리 대표팀에 5점차로 역전승함으로써 역대 올림픽대회에 7차례 출전해 6번째 메달을 따내는 그 장면을 스포츠뉴스 하이라이트로 지켜보며 저 역시 가슴이 찡했습니다. 마치 저 자신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는 듯싶을 만큼….

    그런데 이제 올림픽 열기도 식고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또 다른 ‘우생순’을 경험해야만 하는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3중고라고들 하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이 땅의 서민들을 지구상의 블랙홀에 비견되는 ‘버뮤다 삼각지대’쯤으로 몰면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교통비, 통신비, 외식비 같은 고정비 지출 부담이 커진 건 그렇다손 칩시다. 이건 뭐, 허리띠 졸라매며 예금, 펀드, 주식, 부동산에 묻어둔 자산가치마저 급락하니 그저 앞이 캄캄할 따름입니다. 사교육비는 자꾸만 오르고, 이제 더는 어찌할 도리 없는 저소득층은 ‘경제적 사망신고’라는 개인파산 신청마저 앞다툴 지경입니다. 임금은 제자리걸음, 물가는 토끼 뜀박질을 방불케 할 정도니 그야말로 ‘닐러 무삼하리오’입니다.



    8월26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물가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위축된 상태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끝 간 데 없는 사회 양극화 속에서 ‘첨단’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국민이 어찌 ‘우리 생애 최고의 허탈감’을 갖지 않겠습니까.

    우생순? 우생순!

    <b>편집장</b></br> 김진수

    이런 마당에 집권여당의 사령탑 중 한 명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8월25일 자당(自黨)의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올림픽 선수단이 거둔 쾌거를 놓고 했다는 아래와 같은 말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듯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 중에서 마지막 ‘7’이 취임 6개월 만에 달성됐다.”

    연 7%대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이 747 공약의 핵심 아닙니까? 그런데 금메달 13개로 올림픽 종합성적 7위를 기록했으니 공약을 지킨 거랍니다. 아무리 농담 섞인 말이라 해도, 옛말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또 다른 ‘우생순’, ‘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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