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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新 경기도 남자가 사는 법

망할 놈의 서울 집값이 新경기男 만들었다

도시 규모 커지면서 주택공급량 부족 … 경기도서 서울 통근·통학 인구 102만명

망할 놈의 서울 집값이 新경기男 만들었다

망할 놈의 서울 집값이 新경기男 만들었다

8월20일 이른 아침부터 남양주시, 구리시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서울 강변역에 내리고 있다.

2005년 실시한 인구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매일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약 102만명이다. 이 인구수는 경기도에서 매일 통근·통학하는 12세 이상 남녀 총 531만명의 19.3%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경기도에 살면서 매일 통근·통학하는 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서울로 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 사람들만 일방적으로 서울로 가고 오는가? 서울에 사는 사람 중에도 거꾸로 경기도로 통근·통학하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오가는 사람보다 적지만, 매일 약 49만명의 서울 사람들이 경기도로 통근·통학한다. 이는 서울에서 통근·통학하는 사람 전체의 약 9.5%에 해당한다.

미국 등 서구사회 경우 쾌적한 환경 위해 도심 탈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경기도와 서울을 맞바꿔 오가니, 두 지역을 연결하는 대부분의 도로가 매일 몸살을 앓는다. 사람들은 교통체증에 시달려 아침 출근 때부터 얼굴을 찌푸린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먼 거리를 매일 오가야 하는가? 한마디로 사람들이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이나 집 근처에서 일해 따로 통근이 필요하지 않았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대규모 공장이 출현하면서 사람들은 집을 떠나 직장으로 출퇴근하게 됐고,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출퇴근 거리는 더 늘어갔다.



요즘 서울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거리로는 30~40km, 시간상으로는 1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를 출퇴근하게 된 것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부터다. 이렇게 먼 거리를 매일 출퇴근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하나는 중심이 되는 대도시와 주변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교통망이 잘 구축돼 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람이 중심을 이루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교외 혹은 근교 지역에 살면서 중심도시로 출퇴근하는 현상을 ‘교외화’라고 한다.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의 교외화는 도시가 커지면서 도시 중심부와 인근지역이 소음, 공해, 혼잡 등의 이유로 주거지로 부적합해지면서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쾌적한 환경의 교외로 이주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잘사는 사람일수록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게 됐고, 저소득층은 도심이나 도심 부근에 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에서는 대도시에서 벗어나 살면서 매일 원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중류층 이상의 잘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이후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교외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 원인은 선진국과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된 이유는 일자리는 서울에서 많이 늘어난 데 비해, 주택은 서울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신규 공급량이 부족해 서울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남자’의 대부분은 서울보다 저렴한 집값에 유인돼 같은 값이면 좀더 넓은 집, 쾌적한 환경에 사는 대신 아침저녁으로 교통혼잡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령대로 보면 30, 40대가 주류이며, 대부분 화이트칼라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녀들이 더 자라면 좋은 학군을 좇아 서울로 이주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일부 여유 있는 전문가그룹 중에서 서울의 복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여유 있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경기도로 이주한 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기도 남자와 서울 남자의 정체성 차이 갈수록 엷어질 것

망할 놈의 서울 집값이 新경기男 만들었다

서울 집값의 폭발적 상승은 경기도로의 이주를 가속화했다. 30, 40대가 많이 거주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결국 ‘경기도 남자’의 출현은 거시적 관점에서는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대도시권화의 산물이요, 개인적 차원에서는 개개인의 주거지 선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서울에서의 신규 주택공급은 지극히 제한적인 데 반해, 경기도 근교에서의 신도시 건설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심리적 차원에서 ‘경기도 남자’와 ‘서울 남자’의 정체성 구별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앞으론 더욱 엷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경기도 남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만큼 자신을 경기도민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사는 경기도의 일부 지역과 서울은 공간적으로 보면 서울대도시권으로 통합되고, 그렇게 되면 서울과 경기도를 가르는 행정구역은 점점 무의미해질 것이다.

앞으로도 ‘경기도 남자’의 양산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출퇴근하면서 겪는 고통은 행정당국이 좀더 신경 쓰면 지금보다 훨씬 덜어질 수 있다. 즉, 서울과 경기도 근교를 잇는 교통망을 정비하고, 경기도 근교에 신도시를 개발할 때 주택 건설과 함께 사무실도 유치한다면 이들의 행복지수는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주간동아 2008.09.02 651호 (p48~49)

  • 최진호 아주대 교수·사회학 jhchoi@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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