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2008.08.26

몸은 진화한다 고로 신기록도 이어진다

한국인 평균 체형도 ‘롱다리’ 서구형으로 변신 경기력 향상

  • 조성연 하늘스포츠클리닉 원장 sportsdoctor@naver.com

    입력2008-08-18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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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진화한다 고로 신기록도 이어진다

    9초72로 현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인간의 힘과 노력으로 몸을 발달시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수년간 트레이닝하는 운동선수의 경우 일반인보다 그 차이를 눈에 띄게 체험하게 된다. 이런 각자의 노력에 전문적 손길이 더해져 이제 선수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발달한 몸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선수들과 스포츠과학, 의학 연구진이 꿈꾸는 진화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1970~80년대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체형을 지녔다. 그러나 90년대 접어들어 서구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평균 체형도 서서히 바뀌었다. 상체의 경우 과거보다 넓어진 역삼각형 모양으로 변했고, 하체는 더 길어졌다. 이러한 신체 변화는 국내 스포츠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과학 발달과 함께 인간의 몸 더 개발

    그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식생활, 유전적 요인, 트레이닝이다. 먼저 서구의 음식문화가 정착되면서 전반적인 식생활이 바뀌었다.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갖춘 고영양식은 국내 선수와 서양 선수의 체격 격차를 좁혔다.



    둘째, 서구식 식생활은 체형 변화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유전자 변형에도 영향을 끼쳤다. 어린 선수들의 체형이 갈수록 기존 선수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서구적인 몸을 갖고 태어난 선수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선수 트레이닝 방식이 진화했다. 신체 변화만으로는 경기력 향상의 모든 부분을 설명할 수 없다. 스포츠과학은 현대 스포츠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심리적 안정을 돕는 스포츠심리학, 동작 변화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운동역학, 운동에서 상해를 입었을 경우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스포츠의학 등이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특히 올림픽 같은 큰 경기일수록 정신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정신 트레이닝의 토대로 ‘타깃(target) 이론’을 들 수 있다. 타깃 이론이란 하나의 목표를 설정한 뒤 육체적, 정신적으로 노력해 그 목표에 도달하면 다시 한 단계 높은 목표에 도전하는 트레이닝 방식을 말한다. 처음에는 목표 도달 여부가 불확실해도 목표를 성취한 뒤 자신감을 회복해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러한 몸의 진화와 스포츠과학의 뒷받침은 다양한 세계신기록 경신으로 이어졌다. 1970~90년대만 해도 육상 남자 100m 경기에서 9.9초대 경신은 불가능한 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9.7초대의 기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메이카의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는 6월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08 리복 그랑프리 육상대회 100m에서 9초72로 결승점을 통과해 같은 국적의 아사파 포웰이 가지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 9초74를 0.02초 단축했다(표 참조).

    이 사례만 보더라도 이제 아무도 진화의 끝을 논하긴 어렵다. 선수들의 몸은 과학 발달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연적 진화 요인이 수반되지 않는다 해도 인간의 몸은 스포츠과학의 발달 양상과 더불어 더 ‘개발’돼나갈 것이다.

    남자 100m 세계신기록
    연도 이름 기록
    1912년 도널드 리핀코트(미국) 10초06
    1968년 짐 하인스(미국) 9초95
    1991년 칼 루이스(미국) 9초86
    1999년 모리스 그린(미국) 9초79
    2008년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9초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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