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2008.08.26

저가항공 성공모델 유치냐 항공주권 세일이냐

인천타이거항공 설립 치열한 공방전 … 허가권 쥔 국토해양부 9월 결정에 주목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8-18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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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항공 성공모델 유치냐 항공주권 세일이냐

    1월24일 안상수 인천시장(왼쪽)과 타이거항공 토니 데이비스 대표이사가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저가항공사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앞두고 인천시와 국내 항공업계의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공세에 나선 곳은 국내 1위 항공업체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문학터널 민자 유치 등 인천시의 과거 개발사업 실패사례를 들먹이며 인천시가 또다시 국민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항공사 설립을 강행하려 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해 함께 저가항공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제 와서 지역항공사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무슨 저의냐”며 맞받아치고 있다. 도대체 인천타이거항공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는 걸까.

    외국인의 항공사 사실상 지배 금지

    인천타이거항공은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Tiger Airways)이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 중인 인천지역 기반의 항공사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안상수 인천시장과 토니 데이비스 타이거항공 대표이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올해 1월에는 항공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9억8000만원의 특수목적법인을 세웠다. 현재는 항공법상 최소 납입 자본금 200억원으로 늘려 정식 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인천타이거항공이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 항공기 운항은 안보상의 이유로 국제적으로 외국인 자본 참여가 규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현행 항공법은 외국인이 항공업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을 금한다. 인천타이거항공 지분 구조는 타이거항공 49%, 인천시 51%(인천시 2.4%, 인천교통공사 12.3%, 인천관광공사 20%, 인천도시개발공사 16.3%)가 될 예정. 그러나 인천시는 항공 경영 경험이 없기 때문에 타이거항공이 신생 항공사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국내 항공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인천시는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인천시 추천 3명, 타이거 추천 2명으로 결성되고 △대표이사도 한국인이 맡을 예정이며 △기업 경영과 항공기술적 노하우는 별개 문제라고 반박한다. 인천시는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 ‘김앤장’에 항공사 설립과 관련한 법적 자문을 맡긴 상태다. 또한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은 외국에 항공주권을 팔아넘기는 매국행위”라고 주장하는 대한항공에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우호지분이 중국 그랜드스타항공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지 않느냐”고 역공한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이 타이거항공의 국내 진출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저가항공사와 모(母)항공사 격인 싱가포르항공의 뛰어난 경쟁력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형만 컸지 내실이 허약한 국내 항공사들은 인천시 공격에 앞서 자기 성찰부터 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2004년 9월 설립된 타이거항공은 고공 성장 중이다. 두 대의 항공기와 3개 노선으로 출발해 3년 만에 9개국 27개 도시에 취항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싱가포르~해남도 노선에서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투자한 해남항공을 물리쳤다는 평을 듣는다. 6월 이 회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07/2008 회계연도에서 전년 대비 56%나 증가한 2억7100만 싱가포르달러(약 200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세후 순이익 3780만 싱가포르달러(약 280억원)를 달성했다. 2007년 11월 첫 비행을 한 호주타이거항공(Tiger Airways Australia)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타이거항공은 타이거항공이 지분을 100% 소유한 해외법인이다.

    놀라운 비용절감 노하우 동북아 항공시장에 도전

    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항공의 주도로 세워졌다. 현재 지분구조는 싱가포르항공 49%,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11%, 미국 투자회사 인디고(Indigo) 24%, 유럽의 대표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일가(Irelandia) 16%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사이자 항공서비스 분야에서 각종 상을 휩쓰는 싱가포르항공과 저가항공사업에 혜안이 밝은 라이언에어가 타이거항공의 양팔 구실을 하는 셈이다. 타이거항공 경영진도 대부분 유럽 저가항공사 출신이다. 2005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토니 데이비스는 영국항공(British Airways)과 영국 저가항공사 bmi baby 등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 항공경영인이다.

    타이거항공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놀라운 비용절감 노하우에서 나온다. 100% 온라인 예약 시스템, 기내 서비스 제로, 연료 효율성 높은 새 기종 도입, 저가항공 전용 터미널 사용, 공항 체류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는 운항 스케줄 등이 그러한 노력. 비용 절감을 위해 승무원 유니폼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에서 청바지와 티셔츠를 협찬받았을 정도다. 덕분에 저렴한 항공권을 내놓아 빠른 속도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저가항공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한 예로 현재 타이거항공은 싱가포르~방콕 편도 항공권을 5.99싱가포르달러(약 4500원)에 특가판매하고 있다. 싱가포르~방콕 거리는 1425km로 서울~도쿄(1153km)보다 멀다.

    타이거항공이 인천을 통해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동북아 항공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2010년 이후 한중일 항공 자유화가 실시돼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타이거항공은 미국 맥도날드처럼 ‘글로벌 프랜차이즈’ 항공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타이거항공의 성공적인 저가항공 비즈니스 모델을 한국에 들여와 경쟁력 있는 인천 기반의 지역항공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은 항공주권을 외국에 넘기는 일인가, 성공적인 저가항공 사업모델의 국내 유치인가. 잠재력이 큰 거대 동북아 항공시장을 외국에 내주는 패착(敗着)인가, ‘누구나 날 수 있다(Now everyone can fly)’는 저가항공의 효용을 국내에도 실현하는 돌파구인가.

    일단 첫 번째 열쇠는 정기항공운송사업면허 허가권을 가진 국토해양부가 쥐고 있다. 9월 초로 예정된 인천타이거항공의 사업면허 신청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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