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2008.08.19

7개월 모금액 들고 태안으로 봉사 Go!

  • 한상준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alwaysj@donga.com

    입력2008-08-13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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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월 모금액 들고 태안으로 봉사 Go!
    대원외고 2학년 박소영(17) 양은 지난해 12월 일본의 기름 유출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박양은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기름 유출이 일어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보고 ‘나와 똑같은 고등학생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그 친구들처럼 태안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양은 학교 친구 10여 명과 함께 ‘Save the Ocean’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난해 12월24일부터 태안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다.

    박양의 친구들은 용돈을 모아 ‘I ♡ 태안’ 문구가 적힌 스티커 2000장도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날, 박양과 친구들은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첫 거리모금에 나섰지만 모금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거 학생들 용돈 벌려고 하는 거 아냐?”라는 어른들의 말에 상처도 받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좋은 일 한다”며 기꺼이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었다.

    모금활동에 나선 고유진(17) 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리모금이란 것을 해봤는데, 처음엔 입을 떼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이 주간동아 620호(1월22일자)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Save the Ocean’을 격려하는 어른들과 용기를 주는 또래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Save the Ocean’ 친구들의 모금활동은 계절이 바뀌어도 계속돼 공휴일엔 쉬는 시간을 쪼개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어느새 태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식어 있었다.

    박양의 5월19일 봉사일지에는 “중간고사를 끝내고 보니 사람들에게서 태안은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며 “남들은 다 복원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시작한 일 아닌가. 파이팅!”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지자 박양 등은 모금활동 대신 준비한 스티커를 나눠주며 사람들에게 태안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7개월 가까이 모은 돈 80만원을 가지고 ‘Save the Ocean’ 친구들은 8월1일 태안을 찾았다.

    박양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친구들과 함께 태안을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하기로 계획했다”며 “아직 완전히 치유된 게 아닌데 사람들의 관심이 식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Save the Ocean’ 친구들이 서울을 출발한 것은 새벽 5시, 행선지는 2차 오염을 앓고 있는 태안군 의항리로 정했다.

    박양은 “태안군청에 문의해 2차 오염으로 힘들어하는 의항리로 봉사활동을 떠났다”며 “새벽 5시에 출발해 이장 님께 성금을 전달한 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갔다”며 웃었다.

    고양 역시 “지금까지 봉사활동은 거창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대학에 가서도 틈나는 대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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