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9

2008.08.19

犬公 사랑, 그러나 광견병 공포

  •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입력2008-08-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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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 시민들의 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4월 러시아 TV가 공사장 주변에서 살던 주인 잃은 개들을 건설업자들이 독약을 먹여 죽였다고 고발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제보한 한 주민은 “개들이 숨을 거두기 직전 고향을 그리워하던 애처로운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모스크바 길거리에서는 병들어 죽어가는 개 앞에서 십자가를 긋고 치료하는 시민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개에게 물린 사람보다 사고 친 개를 옹호하는 장면도 속출한다. 외국인 J씨는 지난달 모스크바 남쪽 길거리에서 주인 없는 개에게 물렸다. 이를 지켜본 청년들은 “평소 그 개는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다”며 오히려 사람을 책망했다.

    하지만 이처럼 개를 사랑하는 러시아인들도 그에 따른 책임을 끝까지 지지는 않는다. 거리에 버려진 개들이 이런 점을 말해준다.

    주간지 ‘아르구멘트 이 팍트(논거와 사실)’는 2006년 유기견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식당과 지하철역 주변을 맴도는 집단으로, 일정한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온순한 편이다. 두 번째 부류는 시내 도로를 옮겨다니며 집단생활을 하는 집단. 이들은 반(半)야생 상태로 돌아가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이 경계하는 대상이다. 세 번째는 들과 숲 속에 들어가 자연 생태계의 구성원이 된 개들로 가장 위험하다. 사람, 동물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며 야생에서 얻은 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시는 올해 환경 개선을 위해 유기견을 주기적으로 포획하지만 사람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에게 물려 보건소에서 치료받은 국민은 50만명을 넘었다.



    버려진 개들 시내에서도 집단생활 … 매년 20~40명 광견병으로 사망

    개에게 물려 광견병으로 숨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광견병 전문의는 5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러시아 국민 20~40명이 매년 광견병으로 숨진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희생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견병의 공포에서 모스크바 시도 안전하지 못하다. 지난해 6월 모스크바 시에서는 5세 남자 어린이가 광견병으로 숨졌다. 이 아이는 광견병에 걸려 죽어가던 개의 주둥이에 숨을 불어넣다가 개의 침을 통해 광견병이 옮았다. 아이의 집에서 기르던 개가 가족과 함께 모스크바 외곽으로 나갔다가 숲 속에 살던 붉은여우에게 물려 병이 들었던 것이다.

    광견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희생자를 줄이지 못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러시아 남부 사마라 시에 사는 한 주민은 숲 속에 사는 개에게 팔을 물려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가 자리를 비워 외상 치료만 받고 귀가했다. 이 주민은 그 후 5주 뒤에 광견병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광견병을 일으키는 것이 바이러스라는 사실과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탄했다.

    낙후한 의료체계는 광견병 예방의 중대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사고 후 치료 효과가 높은 면역 글로불린에 대한 처방을 받기 어렵다. 러시아에서 생산한 글로불린은 말의 혈액으로 만들어 부작용이 심하고 외국에서 제조된 글로불린은 더욱 희귀하다.

    개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과 광견병 희생자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금 모스크바의 진면목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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